달리는 중입니다.

슬기로운 회사생활

by 초마

"그래, 이 길이 꽃길로 바뀌는 순간, 나의 봄이 시작되는 거야!"


4월의 첫날, 나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였던 남편의 재취업이 성공해서 첫 출근을 하는 날이었다.


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마음 졸였던 시간이 오래될수록, 남편에게는 내색하지 못하였지만 내 마음속 여유는 차츰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아이들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주기 위해서 아빠가 재택근무를 한다는 핑곗거리도 더 이상 댈 수 없는 상황이라 이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다.


남편은 아이들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취업 중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었고, 나 역시 그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마음이 쓰였던 겨울이었다.


봄처럼 다가온 취업소식에 나의 다정한 SNS 이웃들은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와 응원을 해 주었다.


이제 나에게도 그동안의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이 지나고 정말 따스한 봄이 오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오랜만의 남편의 출근길이 설레어서 내가 괜스레 밤잠을 설쳤던 날이었다.


그렇게 남편의 출근 첫날을 보내고, 나도 기분 좋게 회사로 출근하던 차에 울린 전화는

나에게 만우절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싶을 전화였다.


"부장님! 자재가 잘못 출고된 것 같아요!

저희 이미 다 SMT를 쳐서 이거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보상을 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일단 원래 자재를 바로 발송해서 보내주세요!"


순간 나는 내 귀를 위심했고,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늘은 만우절이니 거래처 담당자가 나에게 장난을 치는 것이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런데, 이 것이 사실이었고, 그 후속타로 연이어 오는 전화 속 짜증과 질책에 나는 어느새 집을 나설 때의 가벼웠던 발걸음은 잊고, 한숨만 쉬는 내가 되었다.


이미 벌어진 사건의 수습이 먼저였지만, 그전에 내 머릿속 정리와 내 마음의 정리가 필요했다.


내 업무 중 한 벤더를 넘겨받아서 인수인계를 하기로 한 직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퇴사를 하는 바람에, 다시 새로운 사람이 정해질 때까지 기존 업무를 다시 해야 한다는 상황이 나는 기분 좋지 않았다.

사실 하루라도 빨리 그 벤더의 업무에서 손을 떼어버리고 신경 쓰지 않고 싶었는데, 하필이면 그 벤더의 건으로 이런 일이 터진 것이니 나는 순간 짜증이 폭발했고, 그 순간 내 눈앞에 무엇이라도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회사로 복귀 후 일단 그룹장에게 상황 설명을 했고,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상황은 쉽게 해결이 되는 방향이 안보였고, 우리 내부 시스템의 문제로 사장님께 잘못된 자재 출고를 하는 것 이외에 여러 건에 대한 승인과 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휴먼에러라고 할 수도 없고, 이미 예전에 퇴사한 담당자 탓을 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서 나는 또 내가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게 되었다.


내 잘못은 아니지만, 내가 처리해야 할 이 사건에서 모두가 나에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빨리 처리 방안을 강구하라는 떠넘김에 하루 종일 진이 빠졌다.


한 발자국 뒤에서 사건을 바라보니,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할지와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구상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늦어도 내일까지는 잘못된 자재 대신 원래 나가야 할 자재를 고객사로 보낼 방법을 아니 깔끔하게 정리할 보고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 4월의 첫날, 만우절 같은 오늘 하루는 이렇게 보내자!

그리고 이 길이 꽃길이 될 때쯤이면, 나 앞에도 꽃길이 펼쳐져 있길 바라보자!


너무나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고 싶다.

나는 아직 달리는 중이고, 진흙탕길이었던 그 길이 이제는 꽃길로 바뀌고 있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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