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오늘 해 안 떠!! 구름이 저렇게 많이 껴서 오늘은 안 떠 안 떠!! “
“엄마, 이제 너무 춥다, 그만 가자!!”
남편과 아이들은 2026년 1월 1일 첫 해돋이를 보러 온 장사항에서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성화를 부렸다.
우리 가족은 매년 속초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보는 루틴을 가졌다. 올해는 1월 1일 새벽에 출발하기로 해서 짐을 싸고 2026년 새해가 된 그 순간을 함께 축하하고 나서 바로 출발했다.
2박 3일의 일정이었고, 워터파크는 가지 않았기에 짐은 없을 것 같았지만, 겨울이라 옷들의 부피가 있었고, 아이들의 여벌옷을 넣다 보니 짐이 많아졌다. 더욱이 이번에는 해돋이를 보기 전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담요와 모자, 목도리, 장갑등을 챙기다 보니 가방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출발하니, 시간은 대략 12시 30분이 되었고, 아이들은 차를 타고 얼마지 않아서 모두 잠이 들었다. 속초까지의 도착 예상 시간은 3시 30분.
‘그래, 이 정도 시간이면 중간에 휴게소 들러서 졸리면 좀 자고 하면 충분히 여유 있게 도착할 거야.’
그래서 새벽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예전, 강릉으로 해돋이를 보려고 출발했던 몇 년 전에는 영동고속도로에 차가 없어서 혼자 운전하는 길이 조금 무서웠었다. 우리 집에서 운전을 담당하는 나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잠이 들어 있었고, 차가 거의 없는 영동고속도로는 많이 경험하지 못했었기에 무서웠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 속초행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금요일 저녁 속초로 여행을 떠나는 길처럼 가는 길에 속초로 가는 동행들이 많아서 무섭다기보다는 지금이 새벽 1시가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홍천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바람을 쐬러 나왔더니, 가족들,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간식을 사려고 옷을 여미고 있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호두과자가 같이 먹고 싶어졌다.
그렇게 호두과자를 사고 다시 출발한 속초는 예상보다 빨리 도착해서 4시 30분쯤 도착을 했고, 이른 아침을 먹고 해돋이를 보러 가기로 해서 식당이 문을 여는 6시까지 잠을 청하기로 했는데, 설레는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
잠시 졸았을까, 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일어나서 롱패딩을 주섬주섬 입고 나선 우리는 식당이 문을 연 것도 놀라웠지만, 우리보다 일찍 와서 식사를 하시는 분들을 보고 더 놀라웠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니, 뱃속이 따뜻해서 그런지 차에서 막 내렸을 때보다는 추위가 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2026년 첫 해돋이를 보기 위해서 방파제로 발걸음을 옮겼다. 7시 20분이 되니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사람들이 무리로 나타나서 갑자기 나의 발걸음이 본능적으로 빨라졌다. 아이들이 해돋이를 보려는데 어른들의 큰 키로 잘 안 보이게 될까봐 나의 마음이 조급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해돋이를 볼 수 있었던 공간은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사람들이 입구에서는 많았지만 꽤 많이 걸어 들어가야 하니 거기까지는 들어오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얼추 해돋이 시간과 맞을 것 같았는데 바다 위에는 구름층이 쌓아져 있었다. 그 구름 위로 해가 올라와야 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구름이 걷히지 않았고, 해가 뜬 것인지 아직 안 뜬 것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뿌연 구름이 가득했다.
“오늘 해 안 떠! 강릉에는 벌써 해가 떴는데, 속초는 구름 때문에 안 돼! 그냥 가!!”
살짝 밝아진 모습에 해가 올라오는 것인가 해서 순간을 잡으려고 영상을 계속 찍고 있던 내 손도 얼기 직전이었다. 아이들은 해가 뜨거나 말거나 춥다고 난리였고, 남편도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해돋이 보는 것은 글렀다며 이미 몸을 돌렸다.
하지만 나는 왠지 조금 더 기다리고 싶었고, 또 기다리고 싶었다. 그때였다. 검은 구름층 위로 빼꼼히 작은 동그란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초파! 가지마!! 지금 해 떠!!!!”
초파의 말과 행동에 함께 뒤돌아 가는 사람들도 나의 다급한 목소리에 모두들 다시 뒤돌아보면서 휴대폰을 들기 시작했다.
2026년의 첫 해가 오랜 기다림 끝에 구름 위로 올라오는 순간이었다. 매번 해돋이를 보곤 하지만, 새해에 보는 해돋이는 항상 새로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 올 한 해가 무탈하며 빛나게 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말이다.
다시금 사람들의 손이 바빠졌고, 나도 해가 구름을 벗어나서 솟아오를 때까지의 영상을 휴대폰에 담았다. 그리고 우리는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려고 둘이서 셋이서 그리고 넷이서 사진을 찍었다.
이제 그만 가자던 남편도 저 앞에서 또 한 번 빛나는 해와 함께 초롱이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해돋이 사진은 몇 장을 찍어도 계속 찍고 싶고,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왜냐하면 추위와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하고, 졸리지만 잠을 포기해야 하기에, 오랜 기다림이 있어야 만날 수 있는 것이기에..
나의 2026년은 아니, 우리 가족의 2026년은 오늘의 해돋이처럼 기다린 만큼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026년,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