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마의 여행기록
2024년 8월 31일 1박 2일여행
강원도 강릉 주문진
"엄마! 여기에는 소라게가 정말 많아!"
"내가 또 잡았어!!"
"엄마, 나도 나도!!"
지난번 강원도 속초 여행 시에 발견한 보석 같은 채집스폿.
돌아오는 날 발견했기에 마음껏 채집하지 못해서 아쉽기만 했던 아이들의 소원을 이뤄줄 생각으로,
우리는 2주 뒤 1박 2일로 다시 한번 강원도 여행계획을 짰다.
주변 사람들이 보면 아마도 속초나 강릉에 세컨드하우스를 하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주 간다 싶으면 한 달에 한두 번은 속초로 강릉으로 우리는 자주 떠났기 때문이다.
분명히 저번에 강릉 어딘가를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데, 이번주에 어디냐 물어보면 우리는 속초에 있곤 하니 사람들은 늘 헷갈리기도 하면서 왜 그렇게 강원도로 자주 떠나는지를 의아해하곤 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다고 핑계를 대곤 하지만, 사실 나는 그리고 남편은 강원도의 바다를 사랑한다.
그냥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강원도 바다에서는 고즈넉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리고 도시와 시골의 모습을 다 가지고 있는 강원도는 언제 와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없는 다양한 박물관과 작고 아기자기한 작은 서점들 바다를 보고 있는 크고 작은 카페가 나를 자꾸 부른다.
지난주는 아이들의 채집 핑계를 대면서 다시 한번 속초로 떠난 주말이었다. 여름의 막바지도 지났기에 차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여전히 강원도로 떠나는 차들은 너무나 많았고, 우리는 4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배가 고프니 일단 생선구이를 먹고 시작하자!"
가볍게 먹으려고 했던 생선구이는 1인 1공을 넘어서 초파는 2공을 먹고, 나는 아이들이 남긴 밥까지 먹었으니 1.5공을 먹은 셈이다. 다이어트는 9월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일단 여행을 즐기기로 한다.
생선구이를 맛있게 먹고 나서 즐거운 마음으로 이제 채집스폿으로 떠나볼까?
직접 우리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던 곳은 물살이 너무 세서 아이들이 채집하기 어려운 곳이라 패스!
그렇게 40분여를 버렸지만 그래도 소중한 정보를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면서 우리가 원래 가기로 했던 곳으로 이동한다.
"엄마! 여기는 거기!! 나 빨리 내릴래!!!"
날씨가 갑자기 조금 흐려지는 바람에 물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고 채집을 하기로 약속을 했지만, 사실 물에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소라게와 고동을 잡는단 말인가.
게다가 그곳은 파도가 들이치지도 않고, 물이 고여있지도 않고, 맑은 물이 계속 흐르는 환상의 채집존인데 말이다.
초롱이는 구명조끼까지 입고, 초콩이는 물안경을 장착하고 이제 그만 들어서본다.
나는 돌바위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잡아서 우아하게 책을 펴고 커피를 한잔 마셔보는 상상을 하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내가 찜 해 둔 곳은 자꾸만 사람들이 와서 자리를 펴는 바람에, 아이들을 챙겨주어야 하지만 나도 빨리 앉고 싶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대충 대답하게 된다.
"우와! 초롱이 대단하네! 어떻게 물고기를 잡은 거야?"
"야!! 초콩이가 이렇게 큰 소라게를 잡은 거 맞아? 정말? 안 무서웠어? 대단하다 엄지 척!!!"
하지만 내 마음은 의자를 가지러 간 남편이 빨리 와서 이곳에 의자를 펴고 앉아서 책을 보고 싶다는 그 마음이 정말 간절했다.
그 사이에도 아이들은 스노클링을 한다고 했다가, 아빠가 없으니 안 한다고 했다가, 또 물안경을 꼈다가 다시 빼달라고 했다가를 반복하면서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작은 생명체 하나씩을 손바닥 위에 가지고 왔다.
"엄마, 소라게가 지금 자는 것 같아,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나오니까 잘 봐!"
내 손의 반 밖에 안되는 작은 손을 가진 초콩이도 어느새 누나를 따라서 소라게를 채집해 오는 재미에 푹 빠졌다. 초콩이가 이 정도이니, 초롱이는 훨씬 더 재미있게 채집을 할 수 있겠지만 초롱이에게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바로 눈이 잘 안 보이는 것이다. 그 마음은 내가 충분히 알기에 초롱이가 얼마나 마음이 조급할지 누구보다 잘 알 것 같았다. 우선 채집대상을 물 위에서 찾아보고난 후에, 물안경을 쓰고 바로 타깃을 향해 손을 뻗어서 채집해서 나오는 초롱이의 얼굴에는 항상 눈부시게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아이들은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시간여를 신나게 채집놀이를 했다. 돌 가까운 곳에서는 작은 소라게와 고동을 따오고, 작은 물고기를 잡아오기도 했지만, 옆쪽의 다른 사람들은 제법 큰 소라 거북손까지 채집을 해오는 것을 보고 조금 부러운 듯했다.
우리가 간 이곳은 스노클링과 채집의 최적인 곳이지만, 어르신들의 관광지로도 최적인 아들바위이다.
바위의 모양이 기이해서 그 바위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과 채집을 위해서 온 우리 같은 가족들이 어우러져서 서로에게 큰 방해가 되지 않게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 더 좋은 것 같다.
진작에 이곳으로 왔으면 더 많이 놀았을 텐데, 괜스레 다른 곳에 들렀다 오는 바람에 시간도 늦어지고 해도 구름에 가려서 날이 어느새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지는 시간이 되었다. 더 놀고 싶은 초롱이와 너무 추워서 이제 그만하고 싶은 초콩이 이지만, 물속에서는 그만 채집해도 바위에서 돌아다니는 게는 잡고 싶은 모양이다.
진작에 이곳을 알았더라면 여름 내내 물고기 채집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너무나 재미있게 놀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내년 여름에는 우리 하루는 완전히 여기서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