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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마 Dec 14. 2022

새벽 글쓰기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다시 시작된 글쓰기


 고요한 새벽, 알람이 울리면 온 가족이 함께 자는 안방에서 남편이나 아이들이 깰까 봐 얼른 알람을 끄고 일어난다. 예전에는 너무 적응이 안 되었던 새벽 기상도 어느새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 어두웠던 새벽녘 하늘이 점점 밝아오는 걸 보면 뭔가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새벽이라는 시간이 이제까지는 다른 사람의 일이라 생각했었고 새벽 배송을 위한 분들의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얼마나 무지했는지 새삼 깨닫는다.

 예전에 나는 편지를 곧잘 쓰고 일기도 잘 썼다. 야심한 밤에 쓴 일기와 다이어리 내용을 나중에 혼자 읽으면서 키득대기도 하고 나에게 이런 감성이 숨겨져 있었는지 놀라곤 했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면서 점점 글쓰기와 멀어져갔다. 처음에는 회사 일에 적응해 가느라 피곤하다는 핑계로 매일 저녁 친구들과 노느라 다이어리에 몇 줄 끄적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회사 일이 많아져 노트북을 갖고 다니게 된 후부터는 집에 와서도 일을 하거나 미드를 보면서 힐링하곤 했다.

 간혹 자기 전에 소설을 보는 것이 유일하게 업무 외에 글을 접하는 거였다. 결혼 후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더욱더 책, 글과 멀어지게 되었다.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계기는 충분했다. 첫째 아이가 생기면서 임신과 육아일기를 써보고 싶어 산모 수첩에 초롱이(첫째 태명) 에게 짧은 편지를 쓰기 시작했지만, 이 또한 한번 두 번 밀리더니 초음파 사진만 꽂아두게 되었다. 아기를 낳고 난 후에는 더 강력하게 다짐을 했지만 어설픈 늦깎이 초보 엄마는 매번 동생 찬스를 써야 했고 지쳐 쓰러지다 보니 육아일기란 드라마 속에서나 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만약 내가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지금과 조금 달라졌을까? 아마도 무언가를 쓰는 건 어렵지 않았겠지만, 육아하느라 힘든 상황에 대한 분노와 스트레스로 가득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이제는 늦었다고 생각하기보다 정말 쓰고 싶은 생각이 드는 지금,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머릿속에서 빙빙 맴돌 뿐 그럴듯한 한 마디를 쓰게 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어떨 때는 금세 글이 써지기도 하지만, 새벽에 주어진 시간 내에 결국 쓰지 못한 글을 종일 머릿속에서 썼다 지웠다 반복하곤 한다. 초강력 지우개로 누군가가 계속 지워대는 것 같은 날도 있다.

 아직 글쓰기가 어렵고 쉬이 써지지도 않지만 매일 읽고 쓰면서 필력이 좋아지리라는 확신이 있다. 고홍렬은 『글쓰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봐야 한다. 많이 읽는 과정에서 아는 게 많아지고, 많이 생각하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글을 자꾸 써보는 과정에서 사고력이 더욱 단련된다.


필사, 나의 숨은 글쓰기 선생님


 다시 글쓰기를 하면서 시작한 책 필사는 또 다른 글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책을 필사하려면 힘들겠다는 생각으로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했다. 하지만 책과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SNS 내용도 책과 필사로 관심 분야가 바뀌게 되었다. 나의 첫 필사용 책은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이다. 하루에 정해진 페이지를 필사하고 그 아래에 내 생각을 몇 줄 적어보는 거다. 톨스토이 책은 과연 완독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인문학 책이다.

 그런데 필사를 한 후 단톡방에 인증하고 또 그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내가 안 하면 왠지 폐를 끼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정말 열심히 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아서 노트와 연필을 준비해 필사하다 보니, 이게 웬일인가? 모든 글이 나를 위해 말해주는 내용 같았다. 그 중 가장 와 닿은 내용은 바로 이것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는 사람이다.  소설 이외에는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는 내가 필사를 하면서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마음에 쿵 떨어지는 글을 읽으면 어느새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

 나는 나만을 위한 필사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새벽 기상하여 글 쓰는 것에 용기가 생겼고 필사 후에 마음을 정리해보는 연습을 매일 해 나가면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


 필사와 독서 모임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그건 온전히 내 생각이다. 남들 앞에서 발표할 때 아직도 내 차례가 다가오면 다른 사람들 얘기는 귀에 들리지도 않고 오로지 대본을 그대로 읽는 초보처럼 내 글을 다 읽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진다.

 그래서 더 많은 독서 모임에 참여하고 필사 모임도 두 개 더 신청했다. 새로 신청한 필사 모임은 이전 톨스토이 필사 모임처럼 많은 인원이 하는 것이 아니고 소수의 인원이 참여하다 보니, 필사 후 내 생각을 쓴 부분을 함께 공감해주고 격려와 응원도 해준다. 이렇게 작은 응원들이 쌓이고 욕심이 생겨서 나도 글다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전문가적인 글을 쓰기엔 부족함이 크겠지만, 언젠가 이제까지의 내 이야기를 모아서 글을 써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보고 자란, 언제나 나의 멘토였던 엄마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그 예전 30년도 더 전부터 워킹맘이었던 엄마는 늘 나의 로망이었고 멘토였다. 내가 책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엄마가 책을 좋아해서였고 엄마의 글씨를 너무 좋아해서 글씨를 따라 써보다가 글쓰기에 조금씩 젖어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내 이야기와 엄마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오늘도 한 줄 쓰기를 빠지지 않는다. 필사 모임에서 이미 작가나 다름없는 감성과 글쓰기 실력을 지닌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점차 그들처럼 될 거라 믿는다. 나는 매일 그 꿈에 한발씩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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