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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마 Jan 16. 2023

다시 꾸는 꿈, 독서

글쓰기를 가능하게 만들어 준 나의 에너지는 독서입니다


"취미가 무엇인가요"

라고 누군가 물어보았을 때, 독서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했던 때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유달리 책을 좋아했던 나는 친척 어른들이 선물을 사준다고 하면 주저 없이 책이라도 대답하곤 했다.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갔다고 상상하고 다시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당연히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 당시에는 TV 프로그램도 많지 않았고, 학교 다녀와서는 친구들과 아파트 주차장에서 뛰어놀거나 집에서 책을 읽는 것이 나의 초등학교의 재미였던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책트럭이 생각이 떠올랐다. 책트럭은 아파트 주차장에 1톤 택배 탑차 같은 트럭이 매주 시간을 정해놓고 방문하는 트럭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단행본 만화도 많이 빌려 보았고, 새로 나온 하이틴로맨스도 많이 빌려보았던 기억이 난다.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만화책이 나오는 날과 트럭 아저씨가 오는 날이 맞으면 나보다 먼저 누군가 빌려가지 않기를 바랐었다. 그리고서는 책트럭이 오는 시간 30분도 전부터 아파트 주차장에 나가 서서 서성거리며 기다렸던 것도 지금 생각해 보니 재미있던 추억이다.


차츰 시간이 흐르고 대학생이 되었을 때는 집 근처 지하철역에 있던 도서대여점 단골은 항상 나였다. 한 때 대학 졸업하고 나서는 이렇게 도서대여점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도 할 정도로 나는 책 읽기에 푹 빠져 있었었다. 대학을 입학하고 나서,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집에 늦게 들어가기도 일쑤였지만, 엄마에게 가끔씩 용서의 찬스를 쓰는 것도 책이었다. 엄마는 항상 책을 가까이하는 내 모습을 좋아하셨기에 나는 이 찬스를 자주 사용하곤 했다.


그러고 나서는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났다.


나는 어느덧 회사 생활 20년 차가 훌쩍 넘었고, 일을 핑계로 결혼도 늦었다. 책을 좋아하고 즐겨보았던 나는 어느새 사라지고 낮에는 회사업무에 찌들고, 집에 가서는 아이들과의 육아 전쟁을 벌이는 나만 남아 있었다.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다시 육아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지만, 출산 후 바로 회사로 복귀하면서 책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또 시간은 지나고 큰 아이가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나에게 책은 손을 내밀었다.


육아서에서 읽은 작가님들처럼 하룻밤에 몇십 권씩 읽어주지는 못했지만, 내 아이는 책을 좋아했으면 좋겠기에 늘 책을 장난감처럼 곁에 두었다. 그렇게 아이와 함께 나는 동화책으로부터 독서의 불씨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매일 2권씩 읽고 잠자리에 들기로 약속했고, 최대한 그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아이는 같은 책을 무한 반복으로 읽어달라고 했고, 어느 날, 5살인 아이는 그림책을 보면서 마치 보고 읽는 양 책을 통째로 외워서 나에게 들려주었다.


내가 조금 더 관심이 있었다면 아이에게 있는 특별한 재능을 발견해서 더 키워줄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의 이런저런 핑계로 아이의 재능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나는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늦지 않았다고 나 자신에게 격려하고 싶다. 이제 초등 저학년인 아이는 엄마와 함께 도서관에 가는 것을 제일 좋아하고, 엄마와 함께 독서록을 쓰고, 엄마와 함께 명언 필사를 한다. 엄마가 좋아하는 책을 자기도 정말 좋아한다며 쌓아놓고 보기를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문득문득 어릴 때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을 그 시절의 엄마도 나를 보며 기특하다고 생각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아련하다.


어느덧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주말 아침이면 책을 들고 나와 아이의 조그마한 손을 잡고 근처 카페 혹은 도서관으로 간다. 아이와 함께 같이 읽은 책 이야기를 하기도 한고,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독서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한다. 나는 좋아하는 커피와 찰떡궁합인 독서 속으로 아이와 함께 깊숙이 빠져든다. 이제 곧 현실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이 꿈을 꿈꾸며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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