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만 보던 화재가 윗집에서 일어났다

[불난 집 아랫집의 간접피해 보상기] 1화

by 조서경

[본 글은 개인 경험 기록이며, 개인적 판단을 포함합니다. 상세 고지는 글 하단을 참고하세요.]


2025년 8월 20일 우체국에서 금융감독원에 보내는 분쟁조정 신청서를 부치고 와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은 작년 8월 윗집에서 일어난 화재로 피해가 날로 커지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이걸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작가로 30년 활동하며 방송 원고를 썼고, 여전히 좋은 작가가 꿈이어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 글을 쓰고 싶다. 그랬지만 마음만 가득할 뿐 몸이 바쁘니 쓸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 이 글을 시작하는 심정은 ‘좀 살아야겠다’이다. 1년 내내 화재 사고 수습에 매달리고 세 명의 보험 관계자를 상대하며 배·보상 협상이 장기화되다 보니, 이 속을 쏟아내야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니 이것은 일종의 ‘회복적 글쓰기’다.


물론 이 일을 이토록 징글징글하게 겪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화재나 보험을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 특히 보험을 몰랐다. '피해를 보았으면 피해받은 만큼 보상하는 것이 보험 아닌가?', '그게 아니면 뭐 하러 보험을 들어?' 순진한 생각을 하던 나에게 화재 보험은 너무나 어려웠다. 화재보험은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를 다 보상하지 않는다. 약관이 정한 만큼,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범위'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내가 입은 피해는 ‘간접피해’라는 말로 다뤄졌다.


화재 피해는 크게 직접피해와 간접피해로 나뉜다. 직접피해는 불꽃, 열, 연소로 인해 직접 물리적으로 손상된 것- 탄 것, 소실된 것-, 진압 과정에서 문이 파괴되는 등의 파손과 같은 피해를 말한다. 간접피해는 화재 자체의 직접적인 연소나 진압 손해는 아니지만 화재 발생으로 인해 부수적, 파생적으로 발생하는 손해-연기, 그을음 오염, 소방용수 진화 과정으로 인한 침수, 곰팡이 피해, 임시거주, 영업 중단, 의료비 등이 포함된다.


내가 화재 피해의 정확한 원인을 알기 전까지, 보험사에 호소한 피해는 냄새였다. 매캐한 냄새. 그리고 이것을 입증하라는 요구에 시달렸다. 아니, 내 코에 냄새가 느껴지는데 도대체 그걸 뭘 어떻게 입증하지?


오래전 드라마 '대장금'이 생각난다. 어린 장금이가 음식을 먹고 양념으로 홍시가 들어갔다고 생각한다니까 상궁이 묻는다. “왜 홍시가 들어갔다고 생각하느냐?” 어린 장금이 당황하여 대답한다. “저는... 제 입에서는... 고기를 씹을 때...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 온데...” 장금이가 입에서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고 말한 것처럼, 내 코에서 탄내가 나서 탄내가 났다고 하는데 뭘 더 어떻게 입증하냐고?


그 과정 중에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은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어?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다. 말을 해놓고도 깜짝깜짝 놀랐다. 이런 말이 나오는구나. 이런 말을 하게 되는구나. 또한 여러 재난 피해자와 참사 피해자, 그리고 가족들이 느꼈을 심정이 공감되기도 했다.


나는 평소에도 사는 데 있어서 나보다 덜 똘똘하고 덜 야무진 사람들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털어놓을 이야기를 들으면 ‘아니 그런 것도 알아보지 않고 일 처리를 했단 말이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눈을 가리고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고는 ‘코끼리는 튼튼한 기둥처럼 생겼나 봐’, 코를 만지고는 ‘코끼리는 길쭉한가 봐’, 상아를 만지고는 ‘코끼리는 딱딱하고 뾰족하구나’ 한다는 것처럼 그냥 하나씩 겪었다.


그런 내가 어슴푸레해도 코끼리를 그릴 수 있게 된 것은 보험사와의 관계에서 뭔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바빠서 보험을 청구할 시간도 없었고, 누군가는 정신적 고통을 당하느니 그냥 손해를 선택했다고도 한다. 너무 힘들어서 나도 그래 버릴까 싶다가도 문득 ‘이건 아니지’라는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다.


화재의 상황은 모두 다 다르고 다양하며, 각자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간접피해를 입증하려는 이들에겐 참고가 될 것이다. 또한 이 글을 쓰는 시간이 나에게는 화재와 보험으로 인해 입은 내상이 치유되는 시간이기를 바란다.



<사족>

다시 보니 배·보상 과정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은 듯하다. 장기간의 이견과 문서 교환 끝에 내 개인보험으로 가재도구 일부의 피해가 인정되었다. 화재 발생 후 9개월 만에, 5개월의 공방 끝에. 지금은 내 개인보험으로 처리되지 않은 것들이 발화세대 보험과 배보상 협상이 진행 중이며, 그 과정이 원활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징글징글한 과정이다.



본 글은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관련 서류와 자료(증빙)는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빠르게 대응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의학적, 과학적 내용은 개인의 경험과 참고 자료 및 제삼자의 의견을 종합한 개인적 판단이며, 전문적 검증이나 수치화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본 게시물은 고의적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실 관계의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이 사안은 금융감독원에 정식 접수되어 조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접수번호: 20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