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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Feb 19. 2024

사치인가 럭셔리인가

사치에 대한 짧은 생각

내 삶에서 사치인 것들을 하나하나 헤아려보는 청빈한 태도는 그 가장 어렵다는 적당함, 중용이 없다면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사치라 생각해서 나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는 것도 사치라 생각해 버린다면 삶의 의미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사치라는 개념이 없다면, 가치 있는 것끼리의 우열을 다루기 어려워져 만족을 모르게 될 수도 있다. 결국 과하든 부족하든 둘 중 다 해로운 것이 사치라는 개념인 것 같다. 그렇다고 나는 사치를 무조건 안 좋은 개념으로 낙인찍고 싶지는 않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거나 어떤 가치를 얻기 위해 소비함에 있어서 사치의 기준이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인간이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학습해야 하는 경제관념 중 하나가 '개인화된 사치'인 것 같다. 어디까지가 나에게 사치인 것인가. 어떤 이들에겐 명품옷이 사치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 자신의 업을 이어나가는 재료들일 수도 있다. 희극인에서 결국 패션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 김나영 님도 자신의 명품 소비를 "자신의 공장을 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패션쇼에 가기 위해 자동차를 팔고 델보 가방을 샀다는 것도 그녀의 삶을 잘 아는 팬들이라면 잘 아는 사실이다. 결국 패션 쪽으로 그녀는 잘 풀렸고, 자동차보다 가방을 산 것이 어쩌면 더 럭셔리(사치) 임과 동시에 실용적인 선택이었던 것이다. 


델보가방에 비해 아주 소소하지만 예전에도 글에서 밝혔듯이 난 유기농 제품을 사서 먹는 것이 없는 살림에서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도 잘 못 벌면서 싼 건 먹기 싫어하는 염치없는 입맛일 수는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실용적인 선택이라 믿고 합리화하는 데 성공했기에 사치가 아니다. 한 예로, 과거에 나는 영화, 뮤지컬, 공연에 돈을 쏟아붓는 이들을 보며 돈이 남아돈다는 그런 무례한 생각도 했었지만,  이젠 그런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가치에 맞는 소비를 정확하게 하고 있다 생각이 든다. 삶을 잠식시키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 속에서 유의미한 행복을 유지할 수 있는 럭셔리라면, 좋은 럭셔리라 생각한다. 


남들이 이건 사치라고 하는 것이 나에겐 사치가 아닐 수 있고, 나에게 사치인 것들이 남들에겐 당연한, 실용적 선택일 수 있다. 그런 괴리와 차이로 인해 누군가의 소비는 나를 슬프게 하기도, 나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하다. 결국 골자는 뻔하다. 나를 잘 알아야 하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 탐색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가치 탐색은 결국 소비를 해보고 난 결과를 보고 알 수 있다. 다음 하루를 잘 살게 해주는 긍정적인 감정일 수도, 텅 빈 잔고로 인한 다음날의 불안일 수도.


p.s 사치란 단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Luxury'인데, 같은 뜻이라 말하기엔 애매한 감이 있는 거 같습니다.. 사치란 단어는 오히려 'Extravagance'에 가까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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