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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Feb 21. 2024

이유를 꼭 알고 싶은 일

설명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생각

1. 보통 이유를 꼭 알고 싶은 일들은 물어보기 어려울 때 일어난다. 물어보기 쉬운 일이었으면 이미 물어보았고, 이유를 '꼭' 알고 싶어지진 않으니까. 살아오면서 내가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았을 때 그 가치를 단어로 가차 없이 표현해 보자면, 아무리 독이 되더라도 '솔직함'과 '두 번의 기회'인 것 같다. 그래서 솔직함을 표방하지 않으면서 다 숨기고, 실수를 하더라도 가차 없이 끊어버리는 그런 사람과는 어울리기 쉽지 않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 또한 노력은 해보겠지만 그래서 그런 노력의 일부로 그런 사람에게는 이유를 꼭 묻고 싶다. 왜 솔직할 수 없는지, 혹은 내가 실수했거나, 우리 관계가 흐트러졌을 때  나 또는 우리 관계에 왜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지 않는지. 


2. 모두에게 솔직함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나는 이 솔직함. 어떻게 보면 이 무례할 수 있는 솔직함을 무례해지지 않을 사람에게만 어느 정도 기대한다. 만인이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다는 이상을 품지만,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화이트라이의 존재는 필연적이니까. 


3. 독이 되더라도 솔직해지는 것이라는 걸 중요하게 여긴 이상 나의 성격적인 부분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나는 말이 좀 직설적인 편이다. 자기 방어를 해보자면, 의사소통에서 오해를 덜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가장 적확하게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말해두겠다. 그래서 내가 마음을 어느 정도 두고 있는 상대가 평소와는 다르게 나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다든지, 혹은 갑자기 손절을 치든지, 혹은 오래 안읽씹을 한다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좀 필요하다. 물론 그 정도의 관계가 아니라면 '그냥'이라는 답은 정말 가능하다. 물론 가까운 상대가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그랬다면, 뭐 할 말이 없겠지만. 그저 설명하지 않고 싶은 정도라 받아들이겠다. 


 4. 조금 더 첨언하자면, 상대를 아끼는 방법이란 이유를 묻는 자에게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가끔 이유를 말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어련히 알아주면 얼마나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지만! 그건 이상이라는 걸 안다.(서운함과는 별개이다) 진정 아낀다면 설명이 필요하다. 가끔 나에게 꼬치꼬치 일상을 캐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처음에는 솔직히 귀찮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특히 내가 너무 스스로 비참하다 느낄 때는 제일 기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러나 마음을 다시 잡는다. 관계를 맺는다는 건 심심풀이로 할 만큼 그저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냥 다 내던져버리고 싶어도 나는 나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종종 노출되어야 하니까. 


5. 내 마음을 다 잡으면서 나는 나를 기피하는 이유를 꼭 알고 싶다. 나를 싫어한다면 구체적으로 싫어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걸 좀 알려줬으면. (적으면서도 별걸 다 바란다는 생각도 든다) 이유를 설명하기 싫을 정도로 싫어져서 그럴 수 없는 순간도 물론 있겠지만. 그저 궁금한 건 참을 수 없으니까. 다치더라도 아는 게 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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