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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Mar 29. 2024

장가계 보봉호(寶峯湖)

천자산 원가계

2024-03-25 월요일

장가계에 온 지 3일째인데요


밤새 세찬 비와

천둥이 우르르 쾅쾅

하늘은 잔뜩 찌푸렸고 간간이 비도 내렸습니다


#천자산 (天子山)을 탐방해야 하는데 운무가 가득하네요


제발 깨어나길 고대하면서

첫 탐방지 보봉호로 갑니다

봉우리마다 보물일까요


보봉호는 댐을 쌓아서 만든 인공호수라고 합니다

해발 430m의 위치에

호수 길이는 2,500m

호수 최대 폭은 150m

평균 수심이 72m나 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처음에는 양어장을 할 요량으로 협곡을 막아 작은 저수지를 만들었는데

어떤 부자가 헬기를 타고 이곳을 지나면서 물을 가득 채우면 괜찮은 호수가 되겠다


지금은 굴지의 관광지가 되었고요

이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협곡사이로 유유자적

풍경을 즐기는 것이죠

배 타는 시간이 왕복 40분쯤 됩니다


특징적인 건

유람선의 동력이 전기랍니다

배터리로 나아가는 것이고요

물론 환경을 보전할 목적이겠죠


석회암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이 고였을 것이니 비취색입니다

호수가 좁다란 계곡이니까

진녹색의 물과 산과 바위가 잘 어우러져 있고

침봉들의 위압감과 신비로움이 배가됩니다


전통 토가족이 남녀 각각 배를 타고서 관광객이 탄 유람선을 향하여 노래를 불러 주는데요

사랑의 세레나데(?)


중국말로 하니까 뭔지는 모르겠고 호수의 분위기에 걸맞게 특유의 가성으로 부르는 노래가 참 청아하게 들리더군요


노래를 불러 보이는 것은

협곡이기에 음향이 마치 에코 사운드 같아서 그러는 것 같습니다


호수 끝 지점에 얼굴 모양을 한 공주바위가 있는데요

U턴하여 출발한 장소로 돌아옵니다


놀라운 사실 하나 더


보봉호 입구에 인공폭포가 있는데요

김밥 옆구리 터지 듯 바위의 절벽 중앙에서 뜬금없이 폭포수가 쏟아집니다


보봉호에 가둬진 물을 이곳으로 유도하여 빼낸다는 것이죠

물론 보봉호 관리인이 출근하면 열고

퇴근하면 닫아 버린답니다


물 흐름을 막지 않아서 좋고

관광지가 되어서 좋고



이어서 천자산으로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비중을 두고 기대했던 곳이죠


#십리화랑 (十里畵廊)


모노레일을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 풍경인데요

약 5km 구간이 마치 미술 그림을 보는 듯하다는 의미에서 화랑이라 했을 겁니다


거대한 침봉들이 도열해 있는데요

이 모습을 산 위에서 보면

어필봉 선녀헌화 등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뾰족한 침봉들이 끝없이 도열해 있는데요

입추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 딱 어울립니다


이런 모습들을 상층부에서 보려고 천자산에 오르게 되는데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관광하는 동안 이동 시설이 참 다양한데요

도보

버스

셔틀버스

케이블카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리프트

모노레일

모터보터

유람선

봅슬레이

집라인

심지어는 인력가마도 있고


적재적소에 맞게 온갖 수단들을 잘 구현한 것 같습니다

물론 대부분 통행료와 연계되어 있죠


들인 만큼 반드시 뽑아냅니다


암튼

천자산 케이블카는 길이 약 2km, 높이 692m를 7분여 만에 올라가 버립니다


오르는 동안 천자산의 규모와 면면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요

어필봉이나 양가계를 보려면 반드시 이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는군요

탑승하면 한국어 안내방송도 나온다는 사실


아뿔싸

케이블카가 상승하는 것만큼 시야가 흐려지더니 급기야 아무것도 안 보였습니다

지독한 안개가 닥친 것이죠


밤사이에 내렸던 빗물이 수증기가 되어 스멀스멀 다시 하늘로 올라가면서 천자산을 모조리 덮어 버린 겁니다


하산하고서 시야가 확보되었으나 상층부의 모습은 깜깜이가 되었답니다


제대로 풍경을 볼 수가 없었으니 용어 해설 수준으로 적어 놓겠습니다


#하룡공원 (賀龍公園)


하룡은 실존인물이며 장가계 3토가족 출신의 5성 장군이랍니다


이곳의 험난한 지형 때문에 나라가 어지러우면 산적들이 숨어들던 곳이었는데

하룡도 어릴 때 의로운 산적의 수장을 역임했고 일본과의 전쟁 때는 자연스럽게 항일투쟁을 하였겠죠


이후 대장정에 참여하는 등 오늘의 중화민국 건국이 있기까지 최고의 야전 사령관으로 이름을 날렸답니다


이를 기리고자

중국정부에서는 하룡의 동상을 세우는 등 이 일대를 공원화하여 하룡공원이라 명명을 했고 현판은 강택민 총서기가 썼다고 합니다


동상은 키 6.5m 몸무게 9톤으로 중국에서는 제일 크다고 하네요


하지만

한국동란 때 참전하여 인해전술을 구사하며 중공군을 지휘한 인물이 바로 하룡이며

결과적으로는 이 녀석 때문에 지금의 남북 분단이 지속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리가 이 녀석의 동상을 보고 희희낙락하거나 사진으로 남기는 건 전쟁을 겪은 선조님들께 예가 아니라서 지독한 안개로 덮어 버리지 않았을까!


#어필봉 (御筆峰)


천자산의 1,100고지쯤 되는 모양입니다

한쪽은 어필봉

반대쪽은 선녀헌화(?)


돌기둥 위에 푸른 소나무가 자라면서 마치 붓을 꽂아 놓은 것 같다 하여 어필봉이라 한답니다

위용이 날카롭고 웅장해 보였겠죠


#선녀헌화 (仙女獻花)


바위들이 선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형상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어필봉이 뾰족뾰족 남성적이라면

선녀헌화는 뭉글뭉글 여성적이라네요



셔틀버스를 타고

#원가계 로 진입하여

천하제일교와 미혼대를 볼 텐데


#천하제일교 (天下第一橋)


수많은 암봉들 중에 두 봉우리가 연결되어 있고 아랫부분이 깎여서 무너져 버리면 구멍이 뻥 뚫리면서 다리가 만들어지겠죠

바로 천하제일교입니다


구멍 난 부위가 희미하게 보이기는 했으나 그게 천자산에서 본 그림의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미혼대 (迷魂臺)


원가계의 명물 백룡엘레이버터를 탄다는 건 미혼대와 천하제일교를 보겠다는 의미인데요


저희는 역주행을 하여 백룡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미혼대란

풍경이 얼마나 짱짱한지 글자 그대로 넋이 나가서 혼미하다는 소리네요


이곳에 영화 아바타의 배경화면에서 선보인 건곤주가 있는 모양입니다

하늘(乾)과

땅(坤)을 연결해 주는

기둥(柱)이란 소리겠죠


현지 사진사가 진을 치고 있는데요

관광객의 사진을 찍어서 출력해 주고 돈을 뽑아냅니다


심지어는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인물사진을 찍어서 맑은 날의 건곤주와 합성하여 판매한답니다


위조하는 기술을 돈벌이에 접목한 거네요

조 아무개처럼 문서를 위조하여 자식의 출세를 노린 것 보다야 애교인 것 같습니다


공식적 기록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위조범은 2,200년 전 지록위마의 주인공 조고인데요

진나라 진시황이 죽었을 때 황제의 유언을 위조하여 결국은 진나라가 망해 버렸죠


우리나라에도 문서 위조범이 조고의 반열에 올라 나라를 말아드시려고 글쎄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둘 다 조가네요


#백룡천제 (百龍天梯)


백룡엘리베이터인데요

천제는 하늘로(天) 올라가는 사다리(梯)라는 의미겠죠


원가계 절벽에 설치되어 있는데

세계 최고 높이인 326m라고 합니다


엘리베이터는 3라인이고

정원 30명을 태우고도 1분 30초 만에 끝나 버리는데요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 외에도 절반 가량은 바위 속으로 묻혀있고요


독일의 기술진이 설치했다고 하네요

자연과 기술의 절묘한 어울림입니다


이것을 타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무작정 기다리는데요

순삭이라더니

순간이동은 참 허탈하던데요


#72기루_야경


장가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보이는 건물입니다

72가지의 형상을 보여 준다 하여 72기루이며 건물 형태는 궁전을 흉내 냈다고 하는데요

아파트형 상가였군요

천문동을 모방하여 건물 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려있습니다

천문동과 마주 보고 있다네요


하남성과 장가계시에서 공동 출자하여 지은 10평 규모의 아파트라 하는군요

층수가 상당하여 조명빨이 삐까뻔쩍하며 거창한 건물 같지만 1, 2층의 상가 외에는 빈 공간이라 했습니다


중국의 아파트는 건물의 뼈대만 올려서 분양한다고 합니다

인테리어는 전적으로 입주자가 취향에 맞게 공사를 한다는데요


문제는

이곳이 야경의 명소가 되다 보니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그들이 내는 소음과 상인들의 상술이 요란한데 어찌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모두 빈집

곧, 알고 보면 유령과 같은 건물이죠


관광업체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관광코스에 넣다 보니 저희가 보았던 20시쯤에 소란 벅적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만


관광의 명소로 스케줄에 들어 있지만 비중 있거나 동기 부여를 할만한 볼거리는 아닙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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