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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Jun 02. 2024

축령산 (621)

황룡강, 필암서원, 홍길동 생가

전라남도 장성군(長城郡)으로 갔습니다


장성하면 걸쩍지근한 추억이 있는데요


어언 46년 전,

저도 새내기 시절이 있었죠


과 친구들끼리 친하게 지냈던 그룹이 고무신파였습니다

해삼 (전라도)

멍게 (강원도)

꼽쓸 (서울)

헐크 (충청도)

고무신 (경상도)

저는 고무신을 신고 다녔기에 친구들이 그렇게 불렀습니다


어찌어찌 친하고 보니 각각 지역대표였고

꿈 범벅

낭만 칠갑을 빙자하여

술이면 술

담배면 담배

젓가락 두들기며 노래도 잘했고

공부도 곧잘 했으며

똘똘 뭉쳐 있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죠


첫여름 방학을 맞아 고무신파가 홍도에 가려고 거창하게 계획을 세웠답니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무주 구천동의 계곡물에 발을 담근 후

장성의 해삼 본가에 베이스캠프를 차려 놓고는 장성호와 황룡강, 광주를 오가며

♬홍도야 울지 마라♪ 오빠가 있다♬♩

2박 3일 동안 곡차에 담금질을 당하여 홍도는 황룡강 물결에 쓸려 가버렸던 아련한 추억입니다


이번에

그 장성을 찾아서 각광을 받는 몇 곳을 골라 답사해 볼 요량이며


미수에 거쳤던 홍도는 45년 만인 작년에 겨우 트래킹을 끝냈다는 것 아닙니까!


링크 ; 홍도(2023-09-11)

https://story.kakao.com/_eTZCf4/3SglEHBLNB9


해삼 박ㅈㄱ 선생!

잘 사시는감?

고무신이 오늘 그대 안방에 들어와서

#황룡강_생태공원

#필암서원

#홍길동_생가

#축령산

#박수량_백비

#평림호_장미공원

을 섭렵하고 갈 걸세



먼저

황룡강 생태공원입니다


읍의 중심지로 황룡강이 흐르며

황룡(黃龍)에서 힌트를 얻었을까요

온통 [옐로 시티]라 치장해 놓았고


둔치에 있는 황룡강 생태공원은 온갖 꽃들이 즐비했습니다


아쉬운 건

우리 사회 통념의 은유적 물도 흐릿하지만 이곳의 생물학적 물도 많이 탁하더군요


일찍이 학문과 선비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성리학자 김인후 선생을 제향한 필암서원이 있고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로 자리매김한 허균 선생의 홍길동전!


비록 소설 속 주인공으로 각색되었지만 홍길동은 실존 인물이며 바로 이 고장 출신이었던 거죠


대한민국의 4대 매화이면서 천년기념물인 고불매가 이곳 백양사에 있고 백양사를 품은 백암산은 내장산에 못지않게 단풍으로 유명하잖아요


링크 ; 백암산(2019-11-10)

https://story.kakao.com/_eTZCf4/DXEpN7XZdP0


백암산에서 발원한 물의 상류를 막아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관광지를 조성하고자 댐을 만들었으니 장성호이며 흘러내린 물은 황룡강을 채웠겠죠



그리고

이번의 산행지, 축령산입니다

치유의 숲이라 불리는 축령산 편백과 삼나무 숲은 잠시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는 최고급 산림욕장이 있는 곳입니다


지도를 보니까 장성군이지만 고창군과 마루금을 같이하네요

능선을 따라 길게 목책이 처져 있길래 뭐지 했는데

알고 보니 고창 방향으로 문수사가 있고 그 일대에 단풍나무가 많아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답니다


목책은 단풍의 훼손을 막으려는 의도일 것이고


수년 전에 단풍 보러 갔었는데 그 뒷산이 축령산이었다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축령산 정상을 지나 혹여 문수사가 보일까 싶어 무래봉까지 가 보았지만 숲이 울창하여 주변 조망은 전혀 없었습니다


축령산은 아무래도 치유의 숲이 대세일 텐데요

전형적인 육산이고요

상당 부분 가꾸어서 만들어진 숲이더군요


계곡물이 부족하여 여름산행지로 최상급은 아니지만 상급은 충분해 보입니다


더위에 지치거나

심적 괴로움이 있으시다면 청량한 피톤치드를 마시며 치유의 기회를 가져 봄직한 산입니다


어찌하여 이곳에 편백나무가 많을까요?


산행 중에 춘원 임종국 선생에 대한 공적비가 있고 이분 내외의 수목장이 있길래 내막을 살펴봤더니


축령산은 일제강점기 때 심한 벌목을 당했고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거의 황폐화된 산을 임종국 선생이 사들여서 1956년부터 30년 넘게 사재를 털어 숲을 가꾸었는데 삼나무와 편백을 대략 180만 평에 300만 그루나 심었는 모양입니다


온 가족이 매달려서 물을 주는 등 나무 살리기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재정이 악화되면서 소유권이 타인에게 넘어간 뒤 산림이 방치되어 오다가 서부지방관리청에서 숲을 매입하여 지속적인 관리를 하여 오늘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금은 국유림이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이고 임종국 선생을 일컬어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조림왕이라 부른답니다



#필암서원 (筆巖書院)


앞서 언급했지만

하서 김인후 선생을 제향한 곳이죠


2019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9개 서원 중의 하나입니다


참고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9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수서원 ; 1543, 영주-안향

남계서원 ; 1552, 함양-정여창

옥산서원 ; 1573, 경주-이언적

도산서원 ; 1574, 안동-이황

필암서원 ; 1590, 장성-김인후

도동서원 ; 1605, 달성-김굉필

병산서원 ; 1613, 안동-류성룡

무성서원 ; 1615, 정읍-최치원

돈암서원 ; 1634, 논산-김장생


최치원 선생의 무성서원은 아직 미답입니다만 전라도에는 2개의 서원이 등재되었죠


필암서원도 계보와 역사적 가치가 쟁쟁한데요

유식공간의 확연루 현판은 송시열 선생의 필체이며


청절당, 진덕재, 숭의재의 편액은 송준길 선생의 글씨이고


무엇보다 압권은 경장각의 초서체 현판인데 정조대왕의 필체라고 합니다


이곳저곳을 기웃기웃 살피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진덕재에 계시던 분께서 불러 세우며 잠시 방에 들어와서 커피나 한잔 하라고 하셨습니다


갈길이 바쁘긴 하나 호의를 저버릴 수도 없고 방으로 들어갔더니 명함과 커피를 내주시며 문화재 해설사라고 하시데요


어디서 왔느냐

고향이 어디냐 등등


창원서 왔다고 여쭈었더니 이상하게 창원분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하셨고


고향은 진주라고 했더니 파안대소를 하시며 엄청 반기셨습니다


진주 남강을 줄줄 꿰시며

유튜브에서 가수 남인수 선생의 [추억의 소야곡]을 틀어 놓고 대사를 줄줄 외셨습니다


아니 이 노래는 저의 18번인데요 했더니

네가 어찌 이런 노래를 알까 의아해 하는 눈치였습니다


잽싸게 한 소절을 따라 불렀죠


6월 초하룻날 아침 일찍 골통품을 만났다 싶었는지 입이 귀에 걸리셨습니다


내가 장성에서 최초로 유튜브를 했는디 이참에 유튜브를 한판 찍어야 것네

하시면서 당장 밖으로 나가자는 겁니다


커피잔을 들고 따라나섰더니 필암서원의 청절당 앞에 세워놓고

자기소개와 함께 추억의 소야곡을 불러라고 하데요


신성한 곳에서 노래를 하면 안 되죠 했더니


괜찮으니까 막무가내로 큐 싸인을 넣습니다


어쩝니까

주절주절하면서

무반주로 한 곡조 뽑았죠


살다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별짓거리

다합니다



#홍길동_생가


홍길동이 보통 인물입니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한다면서 집을 떠나 의적이 되었고 결국은 율도국을 세웠다는 소설이잖아요


그러나

길동은 실존 인물이며

이 유명한 사람을 당연히 가만 놔줄 수가 없죠

생가를 복원하는 등

일대에 홍길동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박수량_백비


축령산으로 가는 길목에 박수량 백비라는 유적지가 있길래 들여다보았습니다


솔직히 이분에 대한 프로필을 전혀 모르는데요

안내 해설판을 보니까

박수량이라는 분은 조선의 명종 때 문신이었고

6판서 중 4판서나 역임하실 정도로 벼슬이 짱짱하셨군요


오랜 공직생활을 청렴결백하게 하셔서 사후에도 그의 청빈한 삶과 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자 묘비에 아무 글자도 새기지 않은 백비를 세웠다는 것이네요


지금의 공직자와

국개(犬)의원 나리들이 표상으로 삼아야 할 분 같습니다


비슷한 비가 중국에도 있죠

비석에 아무 글자가 없는 [무자비]입니다


주인공은 측천무후인데요

중국의 악녀 중 1번입니다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악행은 다 저지르고 여자이면서 주나라를 세워 황제에 올라 15년간 통치를 했으니 무씨의 주나라 즉 무주라 합니다

그녀는 중국의 500명 황제 중 유일한 여자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죽을 때 유언을 남겼는데 모든 황실의 제도는 원래의 당나라로 복원하고 내 비석에는 한 글자도 새기지 말라


이년의 신랑이 당나라 3대 임금이며 나당 연합군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장본인입니다


중국의 무자비는 측천의 악행을 기록할까 봐 두려워서 글자를 새기지 말라 했고


한국의 백비는 국가에 헌신하고 청빈하게 살다 간 징표이니 그것으로 족하다

글자를 새겨서 무엇하리!


박수량 선생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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