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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02. 2020

인생... 생각하기 나름이다



오리가 계곡에서 헤엄을 친다.(이종숙)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봄이라고 생각하던 4월이 야속하게 추웠는데 이제 날씨가 많이 풀렸다. 집에만 있다 보면 괜히 몸이 늘어지고 기운이 없어진다. 해가 일찍 뜨고 날이 길어지니 겨울 같지 않고 집에만 있는 것도 지루하고 심심하다. 때로는 산책이고 운동이고 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웬만하면 하루에 한두 시간은 걸으려고 한다. 들판을 끼고 돌아가면 넓은 산책길이 나온다. 백양무가 하늘을 찌르는 숲을 끼고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많은 나무들이 넘어져 있다. 겨울을 견디느라 힘이 들었는지 아무 데나 맥없이 누워있다. 사람이나 나무나 나이가 들면 늙고 병들어 어느 날 쓰러져 누워 버린 다. 아침에 나올 때는 비가 올 것처럼 구름도 끼고 바람도 불었는데 지금은 구름도 없어지고 햇빛이 쨍쨍하다. 몇몇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몇몇은 걸어 다닌다.

오늘은 멀리 보이는 다리까지 다녀오려 한다. 출발점에서 왕복 2시간이 걸린다. 산책길도 넓고 사람들도 별로 없으니 천천히 걸어가면 되는데 이상하게 가는 길은 바쁘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급하게 걷는다. 아무래도 운동을 려면 빨리 걸어야 운동이 되기 때문에 열심히 걷는다. 멀리서 여자 둘이 걸어  이쪽으로 온다. 가까이 보니 같은 성당에 다니는 자매님 들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까이 갈 수 없어 멀리 서서 이야기를 한다. 매주 성당에서 보던 자매들인데 코로나 19로 만나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엄청 반가웠다. 서서 얘기하며 어서 빨리 완화가 되기를 기원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묻는다. 그 둘은 시누이올케 사이로 나이도 비슷하고 같은 동네에서 가깝게 살아 자주 함께 산책을 나온단다. 자주 만날 수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이토록 갑자기 못 만나다가 오랜만에 우연히 만나니 새삼 반갑다.



백양나무가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든다.(사진:(이종숙)



한참을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이 멀리 여기까지 왔느냐?" 하며 깜짝 놀란다. 가까운 곳에 사는 그들은 이곳에  걸어오는데 우리는 차를 타고 갈 만큼 멀리에 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놀랜다. 서로의 산책코스를 이야기하고 산책하기 좋은 곳을 서로 알려주며 산책을 하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경험담을 이야기한 뒤에 헤어졌다. 하늘은 어느새 해가 쨍쨍하고 바람은 잠잠하니 덥기 시작한다. 웃옷을 벗어서 허리에 묶고 열심히 걷는다. 어느새 멀리 보이던 다리가 보인다. 옆으로 흘러가는 강줄기를 보며 지난가을 오솔길에서 산책을 하며 이리를 만났던 기억이 새롭다. 코앞에 서있던 이리를 보고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쫓아 보내고 오들오들 떨었다. 들판으로 사라진 이리떼들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 기분 나쁘다. 강기슭은 두꺼운 얼음이 있지만 강물은 힘차게 흐른다.



나무가 싹이 나기 시작한다.(사진:이종숙)



어느새 두 달이란 막막한 세월이 지나간다. 첫 확진자가 나오고  세상이 문을 닫았다. 이토록 오랫동안 코로나 19가 계속될 줄 몰랐다. 갑자기 공공시설을 닫으며 출입이 금지되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모두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길어지니 사람들은 서서히 숲으로 간다. 예년 같으면 골프장을 열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골프도 치고 뒤풀이를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낼 텐데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숲 속으로 가서 나름대로 운동도 하고 콧바람도 쐰다. 나무들은 어느새 싹이 올라 파랗고 머지않아 숲은 우거질 것이다. 조금씩 환자수가 줄어들고 새 환자가 나오지 않으면 정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코로나 19가 오기 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거의 두 달 동안 집안에서 살아가면서 앞으로 변하여 가는 세상의 모습이 눈에 띈다.


많은 로버트가 사람이 하던 일을 하는 것을 보니 좋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걱정도 많다. 젊은 사람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눈부신 발전을 해온 세월이 지나고 지금은 또 다른 문제로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간다. 취업을 못해서 애쓰고 있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많이 배운 사람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현실이다. 거듭되는 실망과 좌절 속에 체념하며 살아가는 것을 보며 앞이 보이지 않는다. 내일을 알 수 없던 세상이 오늘을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식량부족으로 음식을 배급 받으려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짓밟힌다. 그들은 그저 배가 고파서 음식을 찾아 나선 것인데 매를 맞고 발로 차이고 울고 통곡한다. 정말 가슴 아픈 영상을 보며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까 하며 걱정이다. 하늘도 숲도 참으로 평화로운데 세상은 그렇지 않다.

전염병으로 세상이 힘들어하는데 여기저기에서 산불이 나고, 멀쩡이 흐르던 중간얼음으로 막혀 갈길을 잃은 강물은 거리로 범람을 하니 차와 집이 물에 잠기고 사람들은 갈 곳도 먹을 것도 없이 고생한다. 화재로 몇십 병씩 사망하고 사람들은 빨리 봉쇄를 풀라고 데모를 한다. 죽은 사람은 고생만 하다 억을 하게 죽고 남은 유가족들은 애통한다. 텔레비전을 켜면 여기저기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고 하느라 바쁘다. 생지옥 같은 지구의 모습이다. 전염병에 쓰던 고무장갑과 마스크 가 세상을 돌아다니고 자연은 훼손되고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떤 바이러스가 인간을 다시 덮칠 것이다. 세상은 끊임없는 살인과 사기가 넘쳐나고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 정치인들은 싸우고 해결되는 문제는 없고 밥그릇 챙기느라 바쁜 세상이다. 누구의 잘못이 아닌 인간 모두의 잘못 이건만 손가락질을 하며 탓만 한다.



겨울을 벗고 봄을 입는 나무(사진:이종숙)



이것저것 생각하면 머리가 터진다. 다 잊어버리고 숲을 찾으면 평화롭다. 다람쥐들 노는 것을 바라본다. 바쁘게 오르내리며 사람들이 채워놓은 밥을 먹느라 들락거리고 새들도 틈을 타서 먹이를 먹고 날아다닌다. 얼음이 녹은 강은 신나게 흐르고 나무 사이에 보이는 햇살은 눈부시다. 하얀 백양나무가 죽어 넘어져 있다. 그 옆으로 버섯이 쪼르륵 매달려 자라고 있다. 죽어서도 무언가를 하는 나무가 신기하다. 사람들은 무심히 지나가고 개들은 무엇이 궁금한 지 쿵쿵 거리며 왔다 갔다 한다. 한없이 평화로운 숲을 걷다 보니 어느새 집으로 가는 길에 도착했다. 아침에 나올 때는 귀찮은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오늘도 이렇게 나오니 너무 좋다. 평화를 가슴으로 하나 가득 안고 가는 발길은 날듯이 가볍다. 이렇게 오늘을 산다. 욕심 없이 산다.


지나간 것들은 추억이 되어 돌아오듯이 어제의 일도, 오늘의 일도 추억의 창고에서 모두 만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소중하게 되고  특별한 것들이 별것 아닌 것으로 되며 우리는 인생의 바람을 타고 살아간다. 때로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어지럽게 돌 것이며, 때로는 따스한 바람을 타고 편안한 휴식을 취할 것이다. 지금 가지지 않은 것에 안타까워하지 말고 가까이 보며 찾아보자. 소중한 것은 언제나 내 가까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숲을 걸으니 나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닮아 평화롭다. 같이 서서 나누며  함께 하는 삶으로 행복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무 사이로 해님이 얼굴을 내민다. 이제는 누가 뭐래도 봄이다. 아름다운 5월의 파란 하늘처럼 우리 마음도 가볍다.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5월을  맞으며 지난날들의 힘겨움은 잊어버리자.


인생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눈부신 햇살이 나무사이로 인사를 한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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