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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y 01. 2020

부부의  해로... 생각이 난다



사과꽃이 봄을 맞는다.그림:이종숙)



'해로'라는 영화가 있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인 데도 간혹 생각이 기억을 한번 되새겨 본다. 아들을 유학 보내고 시골에서 사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꽃을 좋아하는 아내는 뜰에 여러 가지 꽃을 키우며 조촐하게 산다. 작은 텃밭농사도 지으며 시간이 나면 남편과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기도 하는 낭만적인 부부다. 그들은 사이가 좋아 연인처럼 산다며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며 행복하게 살아갈 즈음 아내가 병에 걸리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남편은 아들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들의 반응은 냉정하게 돌아왔다. 지금 같으면 영상으로 하겠지만 그때는 너무나 달랐다. 남편은 낙심했지만 아내에게 내색하지 않는다. 아내는 병원에 입원을 하고 남편은 하늘을 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다. 하루하루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할 수 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시간은 자꾸만 다가오고 남편은 생각한다. 아내가 좋아하는 꽃으로 집 안팎을 장식하고 아내와 함께 마지막 길을 함께 가기로 생각하며 계획한다. 아내에게 집으로 가서 파티를 하자고 말한다. 아내는 너무 좋아하며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내가 있는 옆 병실에 또 하나의 환자가 마지막을 준비하고 그녀에게는 독한 약을 처방받은 것을 알게 된다. 그녀 의 약을 훔치기로 결심한다. 집안을 깨끗이 청소하고 집에 있는 꽃병에 꽃을 꽂아놓고 집으로 가는 길에 꽃을 장식하며 자전거를 깨끗이 닦아 놓는다. 아내를 맞을 준비를  완벽하게 하고 병원으로 향한다.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고 남편은 옆 병실로 가서 잠든 환자의 약을 훔쳐 아내를 데리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마지막 파티를 위해 집으로 가는 남편은 아내에게 함께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너무 행복하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꽃으로 가득한 것을 본 아내는 나무나 행복하여 아무런 통증조차 없다. 남편은 아내를 데리고 가면서 심장의 통증을 느껴 쓰러진다. 아내는 놀라 남편을 도와 일으키고 집으로 함께 들어간다. 집안에도 온통 꽃이 가득하고 아내는 더없이 행복해한다. 그때 남편은 다시 심장의 압박을 느끼며 땀을 흘리고 괴로워한다. 아내와 남편은 나란히 눕는다. 둘은 손을 꼭 잡고 서로에게 마지막 포옹을 하며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며 눈을 감는다. 사랑했던 두 사람은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난다. 슬프지만 슬프지 않은 그러나 너무 슬픈 영화였다. 한 사람이 짝을 만나 한평생 살아가면서 변함없는 사랑을 주고받으며 마지막을 함께 간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그 영화를 보며 슬프고도 아름다운 인연의 끝을 생각해 보았다.

아프리칸 바올렛이 만개하며 웃는다.(사진:이종숙)


많은 사람들이 짝을 만나서 한평생 살아가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간다. 사랑이라 생각하며 살면서도 이기적인 언행으로 서로에게 못할 짓을 하고 미안함도 감사함도 못 느끼고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도 때로는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벗어나려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많다. 서로의 잘못을 용서한다고 말을 하지만 여전히 똑같행동을 반복하며 사는 우리네들이다. 세월이 흘러가도 잊히지 않는 아픔도 있고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상황도 있을 것인데 그토록 아름답게 살다가는 모습이 참 좋았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없기에 더 아름다운지 모른다. 영화 중간중간에 둘이 티격태격하는 장면도 있었지만 결국 그들의 마지막은 서로를 사랑하고 죽음이라는 힘든 길을 함께 간다.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살다가 나중에 하나가 떠나면 하나만 남는다. 가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외로운 것은 마찬가지다. 먼저 간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겠지만 혼자 남은 사람은 그 모진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결국엔 어느 날 외롭게 떠나야 하는데 어쩌면 함께 가는 길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건 나의 영화 리뷰에 불과한 이야기로 사람 목숨을 그리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그렇게 보이지만 그들도 쓰라린 아픔을 견뎌야 함을 안다.) 요즘 세상에  고리타분한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던 시대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나이가 들고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가는 것을 보며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한 편이 생각나서 적어보았다. 무엇이 되었던 완벽하지 않은 인생살이이지만 최선을 다하며 사랑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며 오늘을 살고 싶다.



마가목 열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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