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이 참으로 좋아진 세상이다. 산업이 발달하여 인공지능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역사 이래 가장 편한 세상에 산다. 손가락 하나로 해결되는 세상이다 보니 사람들은 노동에 대한 개념이 달라진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며 뼈가 빠지도록 일을 하며 살았던 조상들의 이야기는 역사책에만 있다. 이민 역사가 길어지다 보니 세대차이가 크다. 그때는 그렇게 살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는데 지금 이민 온 사람들은 왜 바보같이 그렇게 살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이민준비 없이 몸하나 믿고 온 세대와 준비를 갖추고 머리를 가지고 온 세대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워낙 가난했던 한국을 떠나서살다 보면 어떻게 살게 되겠지 라는 주먹구구식의 개념을 가지고 온 세대와 보다 나은 삶을 준비하고 온 세대는 삶 자체가 다르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조차 잘 모르던 40-50년 전의 이민은 외화벌이의 도구일 뿐 대책이 없는 상태였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고국에 계신 부모 형제를 돕는 게 최선이었다. 이곳에서 사는 삶은 어찌 되었건 몸으로 때우는 삶이었다. 영어도 못하고 가진 돈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이민 생활이 하루살이 인생이나 다름없었다. 그나마 고향이 같다거나 학교 선후배라는 연결고리를 이용하며 먹고살 수밖에 없는 그때의 상황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살며 아이들 키우고 자리를 잡으며 살다 보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발전하는 세월이 갔다. 80년도에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6.25 한국 전쟁이야기를 하고 월남전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장은 구석에 한두 개 있고 값도 비싸서 감히 먹을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많았다. 상추를 고추장에 무쳐먹고, 빨간 무를 깍두기처럼 담가먹으며 살았다. 김치는 양배추로 담가먹고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한국식으로 만들어 먹으며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는 누구나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그것이 흉도 아니고 창피하지도 않았다. 시간당 수당도 적고 아무런 기술도 없이 온 사람들은 몸으로 해결하는 일이라도 감지덕지하며 일할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공황에서 살아남으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먹고살아야 했다. 한국애서생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면서 사고도 나고, 병이 생겨도 하루라도 일을 안 나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죽어라고 일만 하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렇게 살아온 사람들은 80대가 되었는데 어쩌다 만나면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이 세상 떠날 때 가져가지도 못할 돈을 모으기 위해 기를 쓰며 산 세월이 후회가 된다고 울먹이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그러다가 한국이 조금씩 발전하고 88 올림픽으로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다. 세월 따라 수출도 하고, 자동차도 만들고, 조선업이나 아이티 기업들이 속도 빠르게 경제를 일으키며 한국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민 오던 80년도에는 사람들이 모르던 한국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하고 동경하게 되었다. 그만큼 한국의 국력이 강해졌다.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시대에 살고 있다. 한글을 배우고, 한국노래를 부르고 영화와 드라마가 세상에 널리 퍼지는 시대다.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동안 한국인들이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왔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는 하나가 되어 어디에 살아도 연결되는 시대이다. 한국장이 별로 없고, 한국 음식이 귀하던 시대가 한국인의 시대로 바뀌었다. 한국 음식점이 생겨나고 한국에 대한 관심과 응원으로 나날이 세계 무대로 발전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 이곳에서 45년을 살아온 나로서는 거의 이곳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전히 한국을 걱정하고 한국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을 보면 뿌리를 무시할 수 없다. 살다 보면좋은 일도 많지만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도 생긴다. 서로 뜻이 안 맞아서 힘들어해도 우리는 긍지를 가지고 사는 영원한 한국 사람들이다. 자리 잡고 기반 잡으면 없던 문제가 생기지만 과도기의 몸살일 뿐 지나가는 태풍이다. 살다 보면영원한 것이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고 지나가게 마련이다. 겨울이 없는 봄은 없다. 춥고 살벌한 겨울은 따뜻한 봄을 대려다 놓는다. 봄이 조금 일찍 올 수도 있고, 늦게 올 수도 있는데 봄이 안 온다고 안달하는 게 인간이다. 세상에 겨울이 없으면 봄도 없다. 혼란과 갈등은 시대에 따라오고 세월 따라간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잠시 머물다 가고, 세월이 가면 잊히고 묻힌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불행도 시간이 가면 해결되는 길이 열린다. 세상사 알고 보면 서로의 잘잘못을 따지며 판단할 수 없다. 각자 나름대로 살아온 환경과 생각이 다르기에 걸어가는 길도 다른 것이다. 무엇이 우리를 이곳까지 데리고 왔는지는 지나간 바람만 안다. 따스한 바람도 세월 따라 비바람이 되고 눈 폭풍이 된다. 과거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미래를 향하여 가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결과를 낳는다. 인생은 줄다리기라고 한다. 밀고 당기며, 이리쏠리고 저리 쏠리며, 한쪽이 밀리면 다른 한쪽이 힘을 합쳐서 당기며 게임의 승패가 갈린다. 논쟁에는 중재자가 할 일이 있고 당사자가 짊어져야 할 일이 있다. 무엇이 옳은 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오늘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어차피 어제와 오늘이 다르듯 오늘과 내일은 또 다르기에 모르는 게 답이 없다. 끝없이 이어지는 논쟁과 투쟁 가운데 원하는 답이 나오기를 바란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죽은 사람도, 산 사람도 할 말이 있는 것이다. 정답은 답을 찾는 이들의 마음에 있고 물은 물길을 따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