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녹아
길이 엉망진창이다
흙탕물로 더러워진
자동차가 해진 걸레처럼
지저분해서 세차를 했더니
새 차가 되었다
반사하여 빛나는
깨끗한 하얀 차를 보니
기분이 좋다
볼일 보고 오는 길에
햇살이 내리쬐어
더 많은 눈이 녹은 거리를
지나쳐 오는데
옆으로 급히 가던 차가
물이 고인 웅덩이를 밟고
흙탕물을 튀기며 간다
피할 수 없이
뒤집어쓴 흙탕물
자동차는
세차를 하지 않은 것처럼
다시 더러워졌다
닦지 말고
그냥 다닐걸 하며
본전 생각이 난다
눈이 다 녹아야
길이 마를 텐데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아
길거리는 비가 온 것처럼
온통 젖어 있다
세차장은
손님이 넘쳐나서 웃고
세차한 사람은
억울해서 약 오르는 요즘
눈 녹은 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흙탕물과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된다
이것도 한때
며칠은 더럽게
며칠은
깨끗하게 지내다 보면
눈이 다 녹는
봄이 오고
세차장의 주인은 다시
손님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