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계곡물이 넘칠 듯 흐른다
가뭄에
시들하던 초목들이
생명수를 마시고
다시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든다
세상을 담그고
태우는 물과 불이
세상을 살린다
계곡을 따라 걸어보면
온갖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계곡물을 따라서
어디론가 가는 것이 보인다
빠르게 흐르는 물
천천히 흐르는 물
힘이 없어
내려가지 못하고
가만히 고여있는 물은
더러워지기 시작하고
누군가가 밀어주고
끌어주기를 기다린다
겨울이 너무 길으면
봄이 올 수 없고
여름이 길으면
추수를 하지 못한다
때가 되면 오고 가는
계절처럼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
어제에 매달리면
오늘을 살 수 없고
오늘만 살아가면
미래가 없는 것처럼
지나간 어제는
오늘을 만들고
오늘은 내일을 만들며
다음을 향해 간다
비가 와서
세상이 깨끗해지는 것처럼
전쟁과 논쟁과 분쟁으로
만들어지고 새로워진다
생각이 다르고
좋고 싫음이 다르고
원하는 바가 다르고
목적지가 다른 사람들
잔인하고 악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이라는
울타리에 섞여서 산다
온 것은 가고
새것이 오며 세상이 달라지고
적응하며 사는 것이다
비가 오면
오랜 찌꺼기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듯이
물과 불이 세상을 바꾼다
산불과 홍수와
지진과 화산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잇따르는 현실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지만
자연이 알아서 하는 일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살아가는 사람들
배가 고파 그릇을 들고
음식을 기다리고
밀가루 포대가 찢어져
땅에 엎질러진 밀가루를
주워 담는 가엾은 손길
슬픔을 참으며
눈물을 흘리는 처절한 모습
자식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다치고 병들어 애원하는
애절한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을 보며
평화를 간절히 원하지만
전쟁을 계속된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거짓을 말하며 사는 사람들
선과악의
항해는 계속되지만
위선과 허위는
거짓과 함께 바다로 사라지고
진실은
결코 침몰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