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공을
쫓아다니며
이리 던지면 잘 나갈까
저리 던지면 똑바로 갈까
고심하고
내려치는 골프공
하늘높이 날아가는
멋진 공을 상상한다
주먹보다 작은
얄미운 골프공은
가고 싶은 곳으로
떠서 굴러간다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가고
가운데로 가라고 하면
코앞으로 떨어져
굴러가다 멈춘다
물 건너라고 하면
물속으로 빠지고
홀 안으로 가기를 원하면
홀 옆으로 비켜서
엉뚱한 곳에서
나를 바라본다
청개구리 골프공을 따라서
18홀을 가다 보면
오르고 내려가며
숲으로 떨어져
잡초를 만나고
맨땅을 만나고
깊은 골
높은 언덕을 지나야 한다
잘 좀 치려고 하면
옆으로 빠져나가
곤두박질을 치고
욕심을 내려놓고
겸손하게 치면
그나마 잘 나가는 골프
잘 된다고 생각하면
영락없이 실수를 하고
실수를 하면
기가 죽어
어깨는 축 늘어져
게임을 망치게 된다
들판이 좋아
어쩌다 한번 나가보는
골프장에
자그마한 골프공은
왜 이리도 매정한지
내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
작은 공 하나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애태우는 골린이
노력도 연습도
연구도 하지 않고
들판에 나가서
골프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인줄 알면서도
안되면 약이 오른다
한 고개 두 고개 지나
열여덟 고개에
다다르고
그린에 올라가 있는
작은 공 하나
홀에 넣어 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이리저리 도망 다니는
얄미운 공
공하나에 목숨 걸고
희망하며 다짐하고
또 다른 날의 행운을
기약하며
골프장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청개구리 골프공이 야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