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던 시계가
가지 않고 서 있어서
시계 뒷면을 열어
배터리를 보니
쉽게 구할 수 있는
배터리라서
갈아 껴 본다
잘 가는 것 같아
뚜껑을 닫고
있던 자리에
놓아두었는데
다시 멈춰서
뚜껑을 열고
시곗바늘을 보니
바늘끼리 부딪혀서
시곗바늘 길을
가로막아
앞으로 가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한다
바늘을
살짝 올려 주었더니
초침이 움직이며
씩씩하게 간다
잠시 기다렸다가
뚜껑을 닫고 세워놓고
한참 지난 뒤에
잘 가나 확인해 보니
아까 맞춰놓은 시간에
서 있다
무슨 일인가
시계를 열어서
아무리 봐도
이상이 없는데 하는 생각에
배터리를 빼서
없는 먼지를 털어
다시 집어넣고 뚜껑을
닫아서 보니
똑딱 거리며 잘 가다가
멈추기를 몇 번한다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뒷 뚜껑을 열고
손으로 잘 만져서
뚜껑을 닫아보니
언제 섰나 할 정도로
신나게 간다
작은 문제가
큰 문제가 되고
큰 문제가
작은 것 하나로
해결되는 세상사와 같다
예뻐서 산 시계
이유 없이
서 있는 시계를
부드러운 손길이 살렸다
가다가 힘들면
쉬었다 가고
그래도 힘들면
자다 가면 되는 것
시계와 인생이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