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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바람과 태양이 동행하는 길

by Chong Sook Lee


밴쿠버 아일랜드
빅토리아에 사는
딸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브레이크워터라는
관광지가 있는데
햇살이 좋고
바람이 없어
바닷바람도 쐴 겸 가본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있어
바다를 구경하기에
아주 좋다
11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이곳은
입구부터 등대까지
길이가 762미터나 된다

걷는 사람
운동하며 뛰는 사람
오손도손
친구와 이야기하며
걷는 사람
물속을 들락거리며
무언가를 잡는
스쿠버다이버들의
멋진 모습이 보인다

훤히 보이는 바닷속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새들이 들어가서
먹이를 잡아먹으며
다시마가
군데군데 자라고
멀리서 커다란 배들이
멈춘 듯 가는 듯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바다 건너 보이는 산
산 위에 떠 있는 구름들
자연의 아름다움은
뭐라 할 수 없이 신비롭다
높게 떠 있는
눈부신 태양이
바다 위에 반사가 되어
빛나는 매력적인 모습에
푹 빠져 본다

멀리서
어디론가 날아가는
비행기와 헬리콥터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바닷 갈매기들은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다닌다
딸과 함께
손자의 재롱을 보며
그동안 밀렸던
딸과의 이야기를 하며
등대를 향해 걷는다

멀리 조그맣게 보이던
하얗고 빨간색의
예쁜 등대에 도착하여
잠시 쉬며
파란 하늘을 본다
아름다운 자연은
아낌없이 우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줌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스치고
걸어가는 사람들
오고 가며 웃음으로
답례하며
서로의 마음을 전한다
등대를 뒤로하고
긴 다리를 건너
입구에 있는
자그맣고
조촐한 식당에 들어가 본다

화려하지 않지만
따스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에
오래전 과거로 돌아간 듯
사람들은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겸손하여
마음이 편하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나와
거리를 구경하며 걷는다
가슴
저 아래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부드러운 바람을 안고
집을 향하는 길

두 살짜리 손자는
피곤했는지
곤하게 잠을 자고
딸과의 수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아름다운 오후
엊그제 왔는데
오래전부터 살아온 듯
친근해지는
이곳의 끝없는 매력에
나도 모르게 흠뻑 빠져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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