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바람아... 이제 갈길을 가라

by Chong Sook Lee


어디서 온 바람인지
세상을 뒤집을 듯이
마구 불어댄다

철없는 나무는
온몸으로 춤을 추고
지난가을에
미처 떨어지지 못한
나뭇잎들은
몸을 흔들며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세상을 흔들어 대는
바람은
숨을 헐떡이며
금방이라도
세상을 조각낼 듯이
멈추지 않고 뒤집는다

겨울 날씨로는
너무 따뜻하여
봄이 오나 하는
헛된 꿈을 꾸게 하더니
오늘은
불청객 같은
거센 바람으로 겁을 준다

바람소리가 요란하여
커튼을 제치고 밖을 본다
어디선가 숨어있던
낡은 낙엽들이
바람을 따라와서
세상구경을 한다

바람이 분다
불어도 너무 분다
그냥 지나가면 안 되는지
심술을 부리며
세상을 뒤집어
더러운 모든 것을
꺼내놓고도
무슨 미련이 있는지
가지 않는 바람

바람 따라
세상이 비틀거리고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는 시간
어제의 소망과
내일의 희망은 보이지 않고
바람이 춤을 추는 오늘

힘이 빠져
바람이 잠이 들면
세상은
다시 고요해지고
평화를 되찾으리라
바람아
이제 가야 할 길을 가거라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