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길... 아지랑이가 피어난다

by Chong Sook Lee


하늘과 땅은
제자리에 있는데
가는 곳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집에서 세 시간 정도
운전하고 가는 곳에 사는
큰 아들네를 향하는 길이
마치 여행을 가는 듯
설렌다


보고 또 봐도
그립고 궁금한
부모 자식이라는
인연이 이런가 보다
어린 손주들을 보면
아이들 어릴 적 생각이
세상 떠올라
추억 속의 그 시절로
되돌아가서 웃는다


23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타향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23년이 흘러
마흔여섯이라는
중년의 나이가 된 아들
수많은 날들이
눈앞을 스쳐간다


첫 직장을 잡아
집을 떠나는 날
온 가족이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집을 떠나는 아들을 위해
아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며
축하와 함께 이별을 해야 하는

마음으로 울며
포옹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며
다시 공부해서
의사가 되겠다고
집을 그리워하던 아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지나가고
적응하며 산 세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남매를 낳아 기르며
잘 살아간다
마냥 어리기만
한 줄 알았던 아들이 어느새
46세의 중년이 되고 보니
나는 노년의 길을 걷는
초로의 할머니가 되었다


한겨울인데
이상기온으로
눈하나 없는 고속도로를
오손도손 남편과
지난 이야기를 하며
가는 길이 기쁨에 넘친다


아는 이 하나 없는
이국땅에서
이민 24일 만에
캐나다에 태어난 큰 아들은
희망이고 미래였던 시간들
철없던 시절이 지나
힘들었던 날도
외롭고 슬펐던 날도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가슴속에
꽃으로 피어나는 세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뽀얀 아지랑이가 피어난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철없이 온 이민길이
멋지게 뻗은
고속도로만큼 아름답게
이어짐에 감사한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