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투정을 하며... 잠 못 드는 바람

by Chong Sook Lee


세상을 뒤흔드는
바람소리에
잠이 깨어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본다


울부짖으며
통곡하는 바람
하늘을 향해
팔 벌리고 서 있는
나무들이 춤을 춘다


어둠이 아직
세상을 덮고 있는데
심술궂은 바람이
동네를 깨운다


가야 할 길을 못 가고
울어대며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지 몰라
길을 찾아 헤매는 바람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좋을 텐데
사방이 가로막혀
주저앉아 통곡하며
길을 잃고
가지 못하고
소리 내어 우는 바람


나무들을 찾아가서
갈길을 알려 달라고
매달려 애원하며
울부짖는다


가는 길이 서운한지
오는 길에 두려운지
갈길을 가지 못하고
서성이는 바람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가야 하지만
머무는 바람
떠나야 하지만
가지 못하는 바람
나뭇가지 사이를
파고들며
잠투정을 한다


(사진:이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