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적시는... 봄비가 오는 겨울

by Chong Sook Lee


봄비가 내려
세상을 적신다
겨우내
더러워진 구석구석을
깨끗이 닦아주고
쌓인 먼지를
씻어 내린다
봄이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비가 오니
봄이 온 것 같다

하늘은
봄비를 내리는데
땅은 얼어
내리는 비가
빙판을 만들어
빤질빤질하여
미끄러워 엉금엉금
기어 다닌다

봄비가 좋지만
겨울이 가지 않아
비대신
눈이 오면 좋겠다
눈이 녹기를 바라고
겨울이 가야 하지만
아직은 겨울이라
비가 오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다

보기에는
대지가 촉촉해서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봄은 아직도
게으름을 피우는데
때아닌 지금
겨울비가 내려서
빙판을 만든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봄이 오지만
막상 나가보면
살벌한 겨울이라
나가기 겁이 나서
봄비 내리는 뜰을
그냥 바라만 본다

기다리는
봄은 오지 않고
기다리지 않는
겨울비 내리는 이곳
비가 봄을 데려다 줄지
알 수 없지만
게으름 피우는 봄이
언제나 오실지
막연한 마음에
회색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