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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닥터 구자룡 Jul 02. 2020

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로 - 고창고인돌유적과 운곡습지

[고창운곡람사르습지]

고창에 강의차 출장을 가면서 연결하여 고창의 역사와 문화 유적을 탐방했다. 이름하여 현대 수도권 도심에서 타임머신(KTX와 쏘카/정읍역)을 타고 고창의 선사시대로 들어갔다. 고창에는 선운산 산행을 위해 관광버스로 간 적은 있지만 내발로 자유롭게 다닌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와 장성은 여러 번 다녀갔지만 고창은 처음이라 고창은 어떤 지역일까 많이 궁금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고창은 고인돌유적지로 유명하다. 복분자, 수박, 고구마 등 다양한 농산물이 나오는 비옥한 땅이고 고도가 낮은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여기가 슬로시티라는 느낌이 들었다. 20년 6월 25일 저녁에 강의가 있어서 조금 일찍 내려가서 운곡저수지를 둘러보면서 운곡 서원 방향으로 산책했다. 강의를 마치고 고창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서 잠을 자고 오전에 고인돌유적지와 운곡 람사르 습지를 탐방했다.

잠시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어보아요 © 2020. 추보 구자룡

고창 운곡 람사르 습지 안내도 © 2020. 추보 구자룡


고창 고인돌박물관 옆에 주차를 하고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려쬐는 길을 걸어 안내소 앞에서 어슬렁거렸다. 마침 관계자 한 분이 반겨주셨다. 여기 온 목적을 고인돌유적과 운곡 람사르 습지를 탐방하는 것이라고 하니, 두 유적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특히 생태연못으로 가는 길은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스스로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서 탐험하는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이 습지는 과거에 화전으로 논농사를 짓고 사람들이 살았던 곳인데 원자력발전소의 필요에 의해 운곡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정리된 이후 세월이 흘러 자연스럽게 복원된 특이한 습지라고 했다. 높지 않은 산지의 저지대에 밀림 같은 숲을 지나면 생태연못이 나온다. 




<운곡습지(雲谷濕地)>
운곡습지는 해발고도가 낮은 구릉지의 곡저부인 오베이골에 형성된 습지로 2011년 3월 14일에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같은 해 4월 7일에 우리나라에서 16번째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었다. 등록면적은 1.797㎢이다. 2013년 5월 28일에는 고창군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습지 주변지역의 약 80%는 해발고도 100m 이하의 낮은 산지이며, 운곡습지 인근에는 해발고도 30m 이하의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한국의 대표적인 다설 지역 중의 하나로 융설수가 풍부해 겨울철과 이른 봄에도 가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연중 토양수분이 안정되어 있다. 북서 방향과 북동 방향의 단층과 절리가 교차하면서 만들어진 직교상의 골짜기가 형성됨으로써 습지가 발달할 수 있는 독특한 지형조건을 갖추고 있다. 
오베이골은 과거에 논으로 경작되던 지역이다. 1981년에 한빛원자력발전소(전 영광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로 쓰기 위한 저수지가 운곡마을에 들어서면서 운곡마을 사람들은 고향을 떠났고, 원자력발전소는 냉각수의 수질관리를 위해 오베이골을 포함한 운곡저수지 주변에 철조망을 쳤다. 이를 계기로 오베이골은 사람들의 접근이 제한되었다. 
또한 오베이골 너머에 집중된 2,000여 기의 고창 고인돌이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면서, 오베이골 주변은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이 역시 오베이골이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는 원인이 되었다. 그 후 이 지역에는 원시 밀림과 같은 비경의 습지가 형성되었다.
운곡습지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인 황새, II급인 새호리기와 팔색조가 관찰된다.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종으로는 땅귀개·통발 등 V등급종 2분류군, 당키버들·광릉골무꽃·갯보리사초·각시족도리풀·큰여우콩 등 III등급종 5분류군, 옥녀꽃대·홍지네고사리·자란초 등 I등급 13분류군이 확인되었다.
양서·파충류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 구렁이가 관찰되며, 도룡뇽과 도마뱀이 주로 확인된다. 2010년에 비해 2013년의 생물상은 327종이 증가하였고, 멸종위기야생생물은 3종이 증가하여 습지보호지역 지정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 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74934)



고인돌유적지에서 생태연못으로 가는 길에 약간의 무서움이 엄습해왔다. 아무도 없는 백두대간을 걸을 때도 이런 느낌은 없었다. 옆에 항상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혼자 한적한 숲길을 들어가는데 정글의 밀림을 해쳐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데크로 생태 탐방로를 따라 걸어갔지만 보일 듯 말듯한 곤충들의 공격에 당황하기 일수였다. 아니 나로 인해 그 곤충들이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허가받지 않은 공간으로 계속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매우 좁게 설계되어 있어서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데크였다. 만약 반대쪽에서 누군가 온다면 교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으로 가는 길 © 2020. 추보 구자룡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으로 가는 길의 늪과 논 © 2020. 추보 구자룡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으로 가는 길의 이끼와 나무 © 2020. 추보 구자룡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으로 가는 길에 마주친 거미© 2020. 추보 구자룡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으로 가는 길 © 2020. 추보 구자룡


그 길을 거의 1.5킬로미터 정도 걸어야 한다. 그 길에서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면 놀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뱀이 있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다행히 뱀은 없었다. 거미가 줄을 많이 쳐서 이것을 그냥 지나갈 수 없어서 참으로 미안했다. 밤새 노동의 결과를 훼손하는 것 같은 미안함이었다. 그 길 옆으로 과거 논으로 사용된 흔적들이 있고 물이 가득한 곳에 생명들이 살고 있었다. 조심조심 긴가 민가 하면서 마침내 도달한 생태연못은 비록 그 크기는 크지 않지만 어떻게 이런 곳이 생겼을까 신기할 따름이었다. 유사한 산지형의 습지 중에서 규모로 보면 대암산의 용늪이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된다. 2018년 가을에 들어가 본 용늪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었다. 운곡 생태연못은 용늪에 비하면 작은 연못에 지나지 않지만 이곳은 인간이 발길을 끊고 긴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복원된 특이한 특성으로 그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것에 공감이 되었다.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 © 2020. 추보 구자룡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 © 2020. 추보 구자룡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의 고추잠자리 © 2020. 추보 구자룡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 © 2020. 추보 구자룡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연못 © 2020. 추보 구자룡


이곳은 화산 활동의 결과로 분지가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물이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수많은 세월이 지나 지금은 람사르 습지로 관리되고 있다. 운곡습지로 가는 길에 있는 고인돌은 청동기시대의 유적으로 선사시대에 이미 사람들이 대규모의 집단으로 생활했다는 증거가 된다. 야트마한 야산의 남쪽 사면에 있는 고인돌유적지에서 남쪽 방향을 멀리 내다보면 그 앞에 펼쳐진 들판이 엄청난 규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동네들이 형성되어 있고 농지로 변했지만 그 옛날에는 엄청난 규모의 선사시대 마을이 있었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세계유산 고창고인돌 유적>
고창 고인돌은 죽림리와 상갑리, 도산리 일대에 무리 지어 분포합니다. 성틀봉과 중봉의 남사면에 산의 등고선 방향으로 위치하고 바로 앞은 고창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죽림리 일대의 442기의 고인돌과 도산리 고인돌 5기를 포함하여 447기의 고인돌이 밀집 분포하며 이는 세계적으로 그 사례가 드문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숫자의 방대함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식, 이른바 탁자식과 변형 탁자식, 기반식(바둑판식), 개석식 등 각종 형식이 혼재되어 있어 고인돌의 발생과 전개 및 그 성격면에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고창 고인돌 유적은 단일 구역으로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군집을 이루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식의 고인돌이 한 지역에 분포하며, 고인돌 축조과정을 알 수 있는 채석장의 존재 등 동북아시아 고인돌 변천사를 규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인정하여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등재기준 제3항(독특하거나 아주 오래된 것)을 적용, 세계유산적 가치를 인정하였습니다.
-자료 : 고창고인돌박물관(https://www.gochang.go.kr/gcdolmen/index.gochang?menuCd=DOM_000001206001000000)

   


고창 고인돌 유적지에서 바라본 남쪽 들판 © 2020. 추보 구자룡
고창 고인돌 유적지의 지석묘와 유교식 매장묘  © 2020. 추보 구자룡
고창 고인돌 유적지의 지석묘 © 2020. 추보 구자룡
고창 고인돌 유적지 전경 © 2020. 추보 구자룡

고인돌유적지 앞에는 죽림 선사마을이라는 테마의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움집도 있고, 물고기 잡는 사람 조형물이 연못에 있다. 체험장도 있다. 아이들이 방문하면 선사시대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이곳은 박물관도 있으니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태환경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고창의 보물인 곳이다. 잠시 시간을 내어 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죽림 선사마을 © 2020. 추보 구자룡 
예향천리 마실길 © 2020. 추보 구자룡


글 구자룡


트렌드 분석과 가치 제안으로 통찰력을 제공하는 마케팅 전문가. <지금 당장 마케팅 공부하라>, <마케팅 리서치>, <한국형 포지셔닝> 등의 저서를 집필하였으며, 이코노믹 리뷰와 브런치에 전문가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마케팅&브랜딩 전문기관 밸류바인 대표 컨설턴트이며, 서울브랜드위원회 위원으로 자문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문화인류학 관점으로 길을 걷으며 역사와 문화에 대해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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