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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닥터 구자룡 Jan 09. 2021

<월든>에서 느낀 경험과 관찰, 그리고 퇴고의 힘

[북리뷰]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 저, 김석희 역, 열림원, 2017.

원서 : WALDEN, 1854. 


<훔치고 싶은 한 문장>

"시간이 흐른다고 새벽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리뷰>

<월든>은 출간될 때부터 관심을 받을 책은 아니다. 초판 2천 부가 다 팔리는 데 5년이 걸렸고 절판이 되었다. 사후 관심을 받았고 이후 미국 문학의 최고 걸작 가운데 하나로 여겨진다. 좋은 책은 언젠가는 세상이 알아봐 준다는 믿음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당장 뭔가를 성취하고자 한다. 이것을 깨뜨리는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2년 정도 살면서 주변의 다양한 사물과 현상에 대해 깊이 있는 관찰을 통해 정밀화를 그리듯 세밀하게 설명하고 느낀 바를 기록했다. 1인칭으로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적었다.


저자는 월든 호숫가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와 숲을 떠난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2년 2개월의 짧지만 짧지 않은 기간, 어쩌면 길지만 길지 않은 기간 동안 자연 속에서 느낀 바를 일상의 소재에서, 그리스 신화에서, 동양사상에서, 철학에서, 역사에서 다양하게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자연 다큐멘터리이자 철학서라고 생각되는 이유다.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어 여러 이야기를 풀어주니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에는 경제생활, 독서, 호수들, 봄이 오다 등 17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2년간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미려한 문장들이 많다. 고전에서 가지고 온 문장들을 적절하게 배치했다. 저자는 시인이기도 했다. 저술가였고, 교사였고, 강연자였기에 다양하고 방대한 내용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쓸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초고가 완성된 후 출간까지 8년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그 사이 여덟 번 원고를 고쳐 쓸 수 있었기에 명문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나의 느낌을 쓴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전문서나 연구서에 익숙한 나로서는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접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이 듣고 싶어 할 말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말만 하자."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전문서적이 아니라 에세이를 쓸 때 이런 점을 명심할 생각이다.


저자의 한 사람으로, 좋은 글을 쓰고 싶은 한 사람으로 배울 점이 많다. 경험하기, 세밀하게 관찰하기, 고쳐서 다듬기, 고전 인용하기, 그리고 나만의 색깔을 입히기 등.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쓸 나의 작품에 반영할 생각이다.



<기억하고 싶은 문장>

p.12.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지만, 자신의 지식을 그렇게 자주 써먹어야 한다면 과연 자신의 무지를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p.13. 가장 나쁜 것은 자기가 자신의 노예 주인이 되는 것이다.

p.15. 나이가 많다고 해서 젊은이보다 더 나은 선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p.16. 인생이라는 것은 내가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하나의 실험이다. 선배들이 인생을 살았다고 해서 그것이 나한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p.17. 인간의 능력은 측정된 적이 없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선례에 따라 판단해서도 안 된다. 인간이 지금까지 시도해본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p.19. 모든 변화는 기적으로 여겨지지만, 그 기적은 매 순간 일어나고 있다.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참되게 아는 것이다."(논어 1권 2절)

p.34. 날짐승이 털갈이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허물을 벗을 때는 삶이 위기를 맞았을 때다.

p.38. 결국 인간은 자기가 겨냥한 표적만 맞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실패하더라도 높이 있는 표적을 겨냥하는 것이 낫다.

p.45. 안락과 자립을 얻기 위해 완벽한 솜씨를 발휘하여 올무를 놓았는데, 돌아서자마자 제 발이 그 덫에 걸려버린 꼴이다.

p.46. 집을 마련하고 나면 농부는 그 집 때문에 더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가난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는 집이 농부의 주인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p.48. 우리는 왜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노력할 뿐, 더 적게 가지고도 만족하는 법은 배우려 하지 않을까?

p.49. 한때 내 책상 위에는 석회암 덩어리 세 개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있는 가구의 먼지도 다 털어내지 못했는데 날마다 그 돌덩어리들의 먼지를 털어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곧 지겨운 생각이 들어서 그 돌덩이들을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p.54. 나는 도끼 한 자루를 빌린 뒤 월든 호숫가의 숲 속으로 들어갔다. 호수 근처에 집을 한 채 지으려고, 곧게 자란 소나무들을 재목감으로 베어내기 시작했다.

p.61. 지금도 어떤 사람이 나 대신 생각해주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생각하는 일을 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p.73. 나는 두 해의 경험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즉, 간소하게 살면서 자기가 기른 농작물만 먹되 필요한 만큼만 기른다면, 또 수확한 농작물을 사치스러운 기호식품과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약간의 땅만 경작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 것이다.

p.130. [베다(브라만교의 경전)]에도 "모든 지성은 아침과 함께 깨어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시와 예술 그리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기억할 만한 인간의 행위는 바로 아침 시간에 이루어진다.

p.132.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에만 직면해도 인생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고, 죽을 때 내가 인생을 헛산 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삶이 아닌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이란 매우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p.133.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일을 백 가지나 천 가지가 아니라 두세 가지로 줄이도록 하자.

p.135. 왜 우리는 이렇게 바쁘게, 인생을 낭비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p.135. 우리는 늘 일에 허덕이지만 막상 중요한 일은 하나도 없다.

p.138. 인간이 진실만을 꾸준히 관찰하고 망상에 빠지지 않는다면, 인생은 우리가 아는 그런 것들에 비해 동화나 <아라비안나이트>처럼 흥미로울 것이다.

p.166. 필요하다면 길을 좀 돌아가더라도 강 위에 다리를 하나 덜 짓고, 그 비용으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무지의 검은 심연 위에 구름다리 하나를 더 놓아보자.

p.172. 나는 내 생활에 여백을 남겨두기를 좋아한다.

p.173. 인간은 자기 안에서 삶의 동기를 찾아야 한다.

p.193. 대문도 없고 앞마당도 없으니까. 문명 세계로 통하는 길 자체가 없었다!

p.207. 우리는 대체로 방에 혼자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더 고독하다. 생각하거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 상관없이 항상 혼자다.

p.211. 태양의 눈부신 빛은 흐려지고, 바람은 인간처럼 한숨을 내쉬고, 구름은 눈물 같은 비를 내리고, 숲은 한여름에도 잎을 떨어뜨리고 상복을 입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어찌 대지와 교감하지 않겠는가?

p.250. 잡초의 씨는 새들의 먹이니까,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도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 밭에서 거둔 수확물이 농부의 헛간을 가득 채우느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람쥐들은 올해 숲에 밤이 많이 열릴지 아닐지를 걱정하지 않는다.

p.259. 잠에서 깨어나든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든, 사람은 깨어날 때마다 나침반 바늘을 다시금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길을 잃은 뒤에야, 바꿔 말하면 세상을 읽은 뒤에야 비로소 자신을 찾기 시작하고, 우리가 지금 어디쯤 있는지, 세상과의 관계는 얼마나 무한한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p.275. 월든 호수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미리 파놓은 우물이었다.

p.279. 호수는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표현이 풍부한 지형적 요소다. 그것은 대지의 눈이다. 사람은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본성의 깊이를 잰다.

p.316. 새벽이 오기 전에 근심 걱정에서 깨어나 모험을 찾아 떠나라. 낮에는 날마다 다른 호숫가에 있도록 하라. 그리고 밤에는 어디에 있든 집처럼 편안하게 지내도록 하라. 이곳보다 넓은 평야는 없고, 여기서 즐길 수 있는 놀이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없다.

p.467. 내가 숲에서 살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봄이 오는 것을 지켜보는 여유와 기회를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p.497. 우리는 농장 울타리를 허물고 돌담을 쌓으면, 그때부터는 우리 삶에 경계가 지어져 운명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p.502. 나는 숲에 들어갈 때처럼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숲을 떠났다. 내가 살아야 할 삶이 몇 가지 더 남아 있어서, 숲 속에서 사는 한 가지 삶에 더 이상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p.503. 나는 체험을 통해 적어도 다음과 같은 것을 배웠다. 자신의 꿈을 향해 자신 있게 나아가고 자기가 상상해온 삶을 살려고 노력하면, 평소에는 기대하지도 못했던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p.503. 생활을 단순화할수록 우주의 법칙은 그에 비례하여 간결해질 테니,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은 가난이 아니고 약점은 약점이 아닐 것이다.

p.508. 어떤 일을 아무리 그럴싸하게 포장해도 결국 그 속에 담긴 진실만큼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진실만이 오래간다.

p.508. 남들이 듣고 싶어 할 말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할 말만 하자. 어떤 진실도 거짓보다 낫다.

p.509.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p.516. 시간이 흐른다고 새벽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하는 빛은 우리에게 어둠과 같다. 우리가 자지 않고 깨어 있는 날에야 새벽이 찾아온다. 새벽은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다.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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