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괴적 창조를 위한 '비욘드 디스럽션'

[경영전략]

by 구자룡

우리 집에는 M세대와 Z세대 자녀가 각각 한 명씩 있다. M세대는 영문과와 MBA를 나와 가전회사 기획자로 있고, Z세대는 소비자학과를 나와 컨설팅 회사의 ESG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각각 따로 '김위찬 교수'와 '블루오션 전략'에 대해 아는지 물어보았다. 둘 다 모른다고 하여 충격을 받았다. 둘 다 경영을 기반으로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나는 경영학을 공부했고 경영컨설팅을 하니 당연히 알고 있는데 이를 일반화한 나의 편견이 작용한 결과이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 시장이 변하고 고객이 변하고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경영전략 역시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사업가, 창업가, 기획자, 마케터, 컨설턴트는 생각하고 있을까? 이런 변화를 어떻게 하면 빠르고 쉽게 통찰할 수 있을까? 최근 출간된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의 <비욘드 디스럽션>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욘드 디스럽션: 파괴적 혁신을 넘어 블루오션 창시자의 새로운 혁신 전략,

김위찬, 르네 마보안 저, 권영설 역, 김동재 감수,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2023. (원제 : Beyond Disruption: Innovate and Achieve Growth without Displacing Industries, Companies, or Job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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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혁신이다. '가치 혁신'으로 출발하여 '블루오션 전략'으로, 그리고 '블루오션 시프트'를 지나 '비욘드 디스럽션'으로 30여 년 연구의 완결판이 나왔다. 세계적인 전략경영학자이자 컨설턴트인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의 역작을 대하는 감회가 새롭다. 가치에 대해 가치 창출에 대해 나 역시 지난 30여 년 천착한 키워드다. 사명도 '밸류바인'으로 밸류를 사용하고 있으며 나의 슬로건도 '밸류닥터'로 밸류를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밸류에 대해 잘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밸류에 대해 마침표를 찍고 싶다.


이 책의 핵심은 비파괴적 창조(nondisruptive creation)를 통해 가치 혁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파괴적 혁신이 경쟁자를 쓰러뜨리는 제로섬 게임이라면 비파괴적 창조(혹은 혁신)는 포지티브섬 사고방식으로 모두에 이익이 되는 접근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경영전략의 큰 틀을 이해할 수 있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이 책은 비파괴적인 창조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방향성을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신시장, 신상품을 고민하는 기획자나 전략가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경영전략의 앞선 이론인 마이클 포터의 '경쟁우위전략'과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에 대해 다른 관점의 접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최고의 경영서적으로 손색이 없지만 <블루오션 전략>과 마찬가지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들은 경영자가 아니라 경영학자다. 그래서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바로 예시한 모든 사례는 이 책에서 제시한 ‘비파괴적 창조’의 방법론에 따라 성공한 사례들이 아니다. 이미 성공한 사례들을 분석하여 비파괴적 창조 방법에 대입한 것으로 판단된다. <블루오션 전략> 역시 같은 패턴이었다. 다만 블루오션 전략의 방법으로 이후 실행 전략 및 구체적인 방법에 영감을 얻은 기업들이 많이 나타났듯이 이번에 제시한 ‘비파괴적 창조’의 방법과 전략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기업들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즉, 연구자 관점에서는 좋은 제안이지만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제시한 방법으로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할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비파괴적 기회를 발견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직접 체험하기’, ‘공감하며 관찰하기’, ‘적극적으로 찾아내기’. 그런데 이런 접근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독특한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일반적인 내용이다. 그리고 비파괴적 창조를 실현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로 제시한 내용의 핵심은 결국 ‘자신감’과 ‘역량’으로 귀결된다. 기회에 대한 팀원들의 집단적 자신감과 성공적인 실행 역량이다. 뭔가 대단한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으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아하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 역시 사업자라기보다는 연구자로 연구용역과 컨설팅, 강의와 코칭 등을 하기에 제안하는 내용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며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두 저자의 위대함을 느낀다. 바로 역발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너무나 부럽다. 저자들은 기존의 경쟁전략과 파괴적 혁신에서 꼭 경쟁자를 파괴해야만 되는 방식 밖에 없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 결과 비파괴적 창조를 통해 시장을 기업을 직업을 파괴하지 않고 모두 승자가 되는 방법을 찾았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민한다면 이런 접근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다. 통찰은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집요할 정도로 문제를 인식하고 관찰하고 새롭게 뜯어봐야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들의 사업 출발점은 꽤 오래전이다. 일부 사례는 지금의 시점에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사례들도 있다. 예를 들면, 포스트잇을 생각해 보자. 디지털화로 이제는 워크숍을 할 때도 포스트잇을 쓰지 않고 패들렛 같은 디지털 도구를 사용한다. 책상에서 사라진 지는 오래되었다. 메모를 할 수 있는 앱들이 넘쳐난다. 그라민은행에 대한 사례도 이미 너무나 많이 알려진 사례다. 딤채는 이제 더 이상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 이런 이유로 어떤 사례를 비파괴적 창조에 꿰맞춘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해외 유학생들을 위한 학자금 대출 서비스를 만든 프로디지파이낸스 사례 같은 새로운 관점의 접근도 있다. 사례는 독자들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이점은 오해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앞으로 비파괴적 창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몇 가지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세계 인구의 노화, 특히 선진국에서의 노인 인구 폭증. 둘째, 디지털 기술의 침투에 의한 개인의 주권과 새로운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전반적인 전자 감시로부터 보호받고자 하는 요구 급증. 셋째, 세계 에너지 수요의 증가. 넷째, 도시화와 빈부 격차 문제. 다섯째, 환경과 관련한 쓰레기 배출량의 증가. 여섯째, 우주와 관련된 자원 채굴, 우주 관광, 다른 행성에서 살아가기 등이다. 한 번씩 들어본 이슈들이지만 분명 비파괴적 창조가 일어날 것 같은 분야들이다. 우주는 이미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 X가 도전하고 있다.


이 책의 번역자가 역자 후기에서 "참고로 이번 책에서는 자세한 분석 도구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팁을 드리자면, <블루오션 전략>의 분석 도구를 쓴다는 대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략캔버스, ERRC, 비고객 등과 관련된 툴은 바로 쓰면 된다."라고 했다. 그렇다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경영서적 중에서 실무서가 아니라 개념서이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지만 블루오션 전략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지 않는 독자라면 전반적인 연결고리와 내용 전개 및 방법론에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저자들의 전작인 <블루오션 전략>과 <블루오션 시프트>를 완독 하면 좋겠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 블루오션은 차별화와 저비용으로 가치혁신을 이루는 경영전략이다. 이런 핵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영상 강의가 있다.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1981


가인지컨설팅그룹 김경민 대표의 <원수지간인 브랜드 전쟁 기업들, 그리고 경쟁을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블루오션 전략> 강의를 통해 블루오션 개념과 ERRC, 전략캔버스 방법을 간단하게 학습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비욘드 디스럽션을 다시 읽어보면 전체적인 맥락이 잡힐 것이다.


이 책은 비즈니스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은 사람이라면 물 흐르듯 읽을 수 있다. 경영과 전략과 시장과 고객에 대한 지력이 있으면 용어나 개념, 전략 등에 대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이런 류의 책을 처음 읽는다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만 여러 번 읽는다면 오히려 지난 30여 년 동안 논의된 경영전략의 전체 흐름을 이 한 권으로 간단하게 짚을 수도 있다. 그리고 번역자와 출판사 모두 이 분야에 정통하기에 오류가 거의 없다. 번역도 상당히 매끄럽다. 완독 한 결과 단 하나의 띄어쓰기 오류를 발견했다. 134페이지 6라인에서 ‘사회 적 이익은’으로 되어 있는데 ‘사회적 이익은’이라야 맞다. 최근 출간 서적 중 이런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책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완벽을 추구하는 나의 저서에서 조차 이런 정도의 오류에 그친 적은 아직 없는 것 같다. 22권째 집필을 하고 있는데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저자들은 비파괴적 창조를 ‘기존 산업의 경계 외부나 그 너머에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파괴만이 길이라는 선입견을 접어두고, 비파괴적 창조의 관점으로 사고하면, 수평선 너머에 숨어 있는(또는 당신 바로 앞에 있는) 비파괴적인 기회를 더욱 예리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된다'라고 했다. 이제 기존 산업의 경계를 넘어 숨어 있는 기회를 찾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봐야겠다.



<함께 읽으면 좋은 문헌>

<블루 오션 전략, 김위찬, 르네 마보안 저, 강혜구 역, 교보문고, 2005. (원제 : Blue Ocean Strategy, 2005.)

<블루오션 시프트: 경쟁 없는 새로운 시장으로 이동하는 법>, 김위찬, 르네 마보안 저, 안세민 역, 김동재 감수, 비즈니스북스, 2017. (원제 : Blue Ocean Shift,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