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는 없지만 난 아주 어릴 때부터 댕댕이와 함께 했다. 내 근처에서 댕댕이가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배 위에 올라와 누워있기도 해서 가족들이 내려보냈다는 얘기도 들었다. 어릴 때부터 댕댕이는 나를 많이 따랐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초등학생 때 꿈이 댕댕이를 집에서 키우는 것이었다.
사건은 다가와
그렇다. 2024년에 나온 한 노래의 가사를 듣고 내가 떠올린 기억은 2005년 초등학교 5학년인 내가 우연을 마주했던 날이다. 고모가 키웠던 코카스파니엘이 새끼를 출산했다. 때마침 고모집에 가족끼리 놀러 갔었고 거기서 눈도 실눈처럼 뜨고 걷는다고 표현하기에도 너무 작고 귀여웠던 강아지들이 있었다. 거기서 유독 눈에 들어온 한 마리. 새끼인데도 미모가 유독 눈에 띄는 강아지였다. 이 아이는 인연이 될 것인지 몰라도 유일하게 침대 위로 올려도 울지 않았고 심지어는 동생 무릎 위에서 소변을 봄으로서 우리에게 화려한(?)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잊을 수 없었고 뇌리에 박혔다.
그러고 몇 달 뒤 나와 동생의 초딩스러움은 우직함 (혹은 고집)으로 성장해 있었다. 우리는 이 우직함을 부모님 속 썩이는데 발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부모님에게 우직하게 밀어붙였던 건 딱 하나였다. 강아지 키우고 싶어요. 때마침 그 강아지들이 이제는 걷는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성장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우리의 우직함은 노래가 되어 부모님 귀에 딱지가 되었다. 우리의 뇌리에 박힌 그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는 고모에게까지 전달 됐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약속과 함께 실현된 꿈
어느 날 할머니댁에 갔었을 때 고모가 댕댕이 2마리를 데려왔다. 알고 보니까 우리의 노래에 못 이겨 댕댕이 두 마리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대신 배변활동도 잘 치우고 산책도 시키며 책임지고 잘 케어해야 한다는 약속이 필수였다. 우리는 약속했고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할 거라는 공수표도 던졌다.
그리고 댕댕이를 보는데 뇌리에 박힌 그 강아지가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유독 더 예뻐서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고모가 조카들을 위해 가장 예쁜 그 강아지를 주기로 한 것이다. 감동... 그 외의 한 마리도 귀여워서 대만족 했다. 이어서 주어진 우리의 임무. 강아지 2마리에 대한 작명이다.
초5였던 나와 초4였던 동생에게는 다소 어려운 미션... 우리의 첫 강아지였기 때문에 신중히 정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TV에서 한 이름을 듣게 됐다. <한비>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래 이제부터 네 이름은 한비다!"
그리고 내가 아기일 때 내 근처를 맴돌고 애교를 부려주던 강아지의 이름을 이어받아 다른 한 마리는 <예삐>로 지었다. 그 강아지를 누군가 훔쳐갔기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 집안에 있지 못한 아픔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름이라도 우리 집안에서 함께 하기를 바라며.
댕댕이 2마리를 나와 동생이 각각 맡기로 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차에서 내가 예삐, 동생이 한비로 담당을 정했다. 한비가 새끼일 때 동생에게 한 실수도 있고 더 예뻐서 동생의 마음이 갔던 거 같다. 예삐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한비에 비해 소외받는 느낌이라 내가 보듬어주고 싶어서 나는 예삐로 선택!
집에 케이지, 식기류 등을 세팅하고 두 마리를 바라봤다. 아직 이갈이를 하던 중이었는데 장난감이 없어서 나와 동생의 손가락을 주며 깨물 수 있게 하고 너무 아프면 다른 손가락으로 바꾸며 나름의 희생도 했다. 아팠지만 좋았던 것 같다. 꿈을 이룬다는 건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도 없는 행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