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 민물장어의 꿈
평소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중점적으로 듣는 사람, 노래를 처음 들을 때 멜로디는 말 그대로 BGM이고 우선 가사를 파헤쳐보는 특징이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노래에 대한 제 기억의 처음과 꽂혔던 가사 그리고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뮤직 도감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뮤직 도감은 바로 가수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입니다.
가수 :신해철
작사, 작곡, 편곡 : 신해철
어떤 계기로든 간에 그저 제목만 알뿐 들어보지도 않은 노래들이 누구에게나 있다. <민물장어의 꿈>은 내게 그런 노래 중 하나였다.
한 음악 경연방송에서 누군가 이 노래를 불렀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제목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사람인지라 '민물장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굳이 들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그 노래를 부른 원곡자가 내게는 '독설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신해철이라니까 더 들어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의 독설에 대해 관심 가지거나 상처받은 적은 없지만 그냥 내게 옛날 가수일 뿐이라서 찾아서 듣고 싶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렇게 이 노래에 대해 외면한 채 약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어려운 시험을 공부하면서 좌절도 맛보고 고독과 외로움의 시간을 보내면서 피폐함이 절정에 이르렀던 때였다. 과거의 후회, 현실의 절망, 미래의 암담함에 파묻혀 잡히지 않는 펜을 쥐며 독서실에 앉아있었던 어느 날이었다. 책을 보다가 머리를 잠시 식히려고 켠 유튜브에서 한 영상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중 하나인 엠씨 더 맥스의 보컬 이수가 한 콘서트 현장에서 <민물장어의 꿈> 직캠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영상을 재생시키게 됐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수의 많은 라이브 영상을 들어봤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내뱉는 건 처음 들어봤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몰입이 되었고 끝까지 듣게 됐다. 울먹하는 그의 목소리와 내가 집중해서 들은 가사 때문인지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는 걸 발견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가사를 켜놓고 원곡을 들어봤다. 내가 왜 외면했었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고 이어서 '이제 들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과 외로움, 좌절 등 그런 감정들을 제대로 경험해 본 지금 이 노래를 들었기 때문에 내가 위로받고 울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이 노래의 후렴이다. '한 번만이라도'와 '미련 없이'라는 가사가 내 귀를 사로잡았고 마음에 깊이 남았다.
당시 내가 했던 공부는 진정 나를 위한 공부일까?,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일까?라는 생각은 진정한 나를 돌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깨달음까지 얻게 됐다. 나를 위해, 나를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단순하고도 당연한 전제를 그제서야 하게 되었다.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계기를 준 곡.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알게 된 곡.
내게 <민물장어의 꿈>은 그런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