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도감 003. 미안해하지 말아요

이은미 - 녹턴

by 추억과기억

평소 노래를 들을 때 가사를 중점적으로 듣는 사람, 노래를 처음 들을 때 멜로디는 말 그대로 BGM이고 우선 가사를 파헤쳐보는 특징이 있는 사람으로서 어떤 노래에 대한 제 기억의 처음과 꽂혔던 가사 그리고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뮤직 도감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세 번째 뮤직 도감은 바로 가수 이은미의 녹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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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 이은미
작사 : 윤일상, 최선영
작곡 : 윤일

내게 소위 '옛날 노래'의 매력을 깨닫게 해 준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에서 방영됐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이 경연을 한다는 시스템이 독특해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거기서 부르는 노래들 대부분이 내게는 소위 '옛날 노래'였다. 제목만 알고 들어보지 않았던 곡들은 이런 매력이었구나라는 울림을 줬고 몰랐던 곡은 이런 노래도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줬다.


시즌 1이 끝나고 시즌 2의 첫 방송을 기존 방송시간보다 더 길게 한다는 기사를 보고 TV 앞에 앉았다. 시즌 2의 엠씨로 나선 사람이자 경연자로 참여한 가수 이은미가 첫 무대로 나섰다. 당연히 내가 아는 가장 유명한 이은미의 노래를 부를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곡을 꺼내 들었다. 그 노래가 바로 <녹턴>이다. 이 역시 나는 제목만 알고 들어보지 않았던 곡이었던지라 이번 기회에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채널을 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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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 지냈나요

먼저와 기다렸어요

꼭 다문 그대 입술이

왠지 오늘 더 슬퍼 보여


잔잔한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 이은미 특유의 애절한 보이스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1절까지 들으면서 악기는 피아노와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2절에서는 익히 내가 알던 다른 노래들처럼 팡하고 터질 것이다는 생각으로 그대로 감상했다. 내 생각은 그대로 틀린 생각이 되었다. 1절에서의 분위기와 구성은 노래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미안해하지 말아요

우리가 잘못한 게 아녜요

대답해 봐요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들의 말 따윈 믿지 마요


꿈은 오늘까지죠

운명에 우릴 맡겨요

꽃잎이 흩날리네요

내 사랑 그대

이제 나를 떠나가요


마지막을 위해 감정을 최대한 모을 대로 모으는 보컬은 마지막 네 글자에서야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소름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거의 피아노와 목소리로만 이뤄져있다 보니까 가사와 감정선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나는 가사가 지닌 파워에 사로잡혔다. 그 상황에서 '떠나가요'에 터지는 감정은 내게 경험해보지 못한 울림을 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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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가사를 중점적으로 듣던 나지만 이 노래의 가사와 노래 구성은 충격이었다. 주변의 말들 때문에 견디지 못한 상대방과 이를 받아들이고 기꺼이 보내주려는 화자. 이를 담담하게만 표현하다가 보내주는 말이 나오고서야 터져 나오는 보컬 구성은 이 노래를 더 고귀하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라이브 영상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소중한 노래를 진심으로 부른다는 게 이런 거라는 걸.


진심을 다했던 사랑은 이럴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곡.

내게 <녹턴>은 그런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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