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ny stories in myself
7월 초부터 영어 학원을 다니고 있다. 두 시간 수업을 듣고 두 시간은 학생들끼리 스터디를 하는 커리큘럼. 어느덧 종강을 이틀 앞두고 있고, 스터디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그간은 전날 배운 수업을 리뷰하고 예문을 번갈아 읽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오늘 처음으로 다른 반 학생들과 섞여 자유 주제로 영어 대화를 나누었다. 서툰 영어로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그러는 중에 전공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우리가 배운 에문 중 하나. 나는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전공했다 할 수 있나? 졸업은 했으니 여하튼) 누가 물었다. 왜 그것을 선택했나요? 졸업한지 6년쯤 되었으니 꽤 오랜만에 듣는 질문, 우리말로 들었어도 새삼스러웠을 것이다. 우리말로도 대답을 고르기 힘들었을 것이고.
umm… because I had many stories in myself. 내게 얼마 없는 영단어로 할 수 있는 답은 그런 정도였다. 그런데 사실 그것이 가장 적확하지 않나. 쉽고 단순한 외국어로 설명된 그것이, 가장. 아니 저 문장은 틀렸다. 나는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여전히 하고픈 말이 많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 글을 쓰지 않는다. 아니 그것도 틀렸다.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일기나 인스타그램 게시글 같은 것.
만든지 한참 된 이 계정에 여직 아무것도 올리지 못했는데, 오늘 막 첫문장을 찾은 것 같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황정은의 작은 일기를 읽으며 생각. I have many stories in myself. 그것을 누가 읽어줄지는 모르겠다. 항상 그것이 걱정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그런 삼십대 여성의 일기를 누가 보나, 보지 않을 글을 무엇 때문에 올리나. 그러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해보지 않기로. Don’t worry. It can happen to anybody. No one is perfect. We did our best. Let’s give up. Don’t look back. 한달간 평일을 꼬박 학원에 나가며 배운 예문들 중 마음에 남은 것들. 특히 렛츠 기브 업. 포기하자. 어떤 맥락 안에서는 포기가 용기고 최선일 수 있다. 나는 오늘 여기 첫 글을 올린다. 어쩌면 더는 올리지 않거나, 서너 번쯤 올리다 그만둘 수도 있다. 그리고 그래도 된다. 그렇게 생각해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