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18

보늬밤

by Nanalovesall



곧 시니 생일이라 보늬밤을 만드려고 밤을 깠다. 이만큼 까는 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보늬밤은 설탕물에 여러 번 졸여 만드는데, 군밤이나 삶은 밤보다 손이 배로 많이 가고, 대신 그만큼 맛이 좋다. 속살이 드러나지 않게 까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래야 졸일 때 밤이 부스러지지 않는다. 익은 밤은 연약해서 속껍질을 꼭 남겨두어야 한다. 작은 상처만으로도 쉽게 부스러지는 연약한 열매.

팔팔 끓인 물에 3-40분 정도 불리고 겉껍질과 떫은 맛을 내는 힘줄까지 꼼꼼히 걷어낸 말간 밤을, 베이킹소다를 넣고 끓인 물에 한번 데치고, 설탕물에 또 3-40분 졸이는 과정을 서너 번. 이런 까탈스런, 무지 맛이 좋은 이 요리를 누가 처음 만들었을까? 누가 누구를 위해. 까탈스럽고, 깊은 애정이 담긴 밤 한 알. 완성된 보늬밤은 갈색의, 원래의 제 고운 색을 유지한다. 가을의 색. 완성된 보늬밤으로는 시니가 좋아하는 파운드케이크를 만들 것이다. 가을에 태어난 그에게 잘 어울리는 케이크.

근 3개월은 많이 무기력하고 우울했다. 시니는 타박도 위로도 없이 그냥 옆에 있어주었다. 언제나처럼. 그에 비하면 대수겠냐마는, 이런저런 마음을 담아 밤을 깐 두 시간은, 오랜만에 참으로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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