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잘못 탄 기차가 때론 목적지에 데려가 준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은 잘못된 길이었을까?

by 이차피

[요즘의 생각 Scene]

: 요즘 드는 생각들로 인한 변화의 장면을 기록합니다.


ep.1 잘못 탄 기차가 때론 목적지에 데려가 준다.


#1. 파도를 마주할 용기

잘 살고 싶다고 다짐했다. 그랬더니 시간이 소중해졌다. 단 1분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졌다. 뚜렷한 계기.. 랄 건 없었다. 어느 순간 지금 내가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땅의 느낌이 생생했다. 나는 이 땅을 언제까지 밟을 수 있을까. 지금 내게 소중한 모든 것들을 그때도 다 떠안고 서 있을 수 있을까. 인생은 이별과 만남의 연속이고 흘러가는 시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순 없겠지.

나는 평생을 후회하는 사람으로 살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앞을 보고 달리기보단 뒤를 자꾸만 돌아보는 미련 철철 비련의 여주인공 코스프레가 취미였다. 같잖은 변명을 해보자면 나는 꿈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 그랬다. 행운처럼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고 정도 많았다. 당장 아끼지도 않던 물건 하나가 없어져도 종일 그 물건만 생각할 정도로. 최근 1-2년 사이에 멈춰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리니 나는 저 앞까지 나아가 있었다. 발에는 파도가 휩쓸려 오고 있었다. 그건 앞으로 나의 삶에 닥쳐올 모든 변화였다. 그 변화가 두려워 도망쳤더니 또다시 이곳이었다. '아- 피할 수 없는 거구나.'라고 깨달았다. 그건 정말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파도의 감촉이, 온도가 느껴지자 두려움이 사라졌다. 나는 파도에 휩쓸려 넘어지지 않을 만큼은 커 있었다.




#2. 파도에 몸을 맡겨

작년에 한 최고의 경험 중 하나가 서핑을 배운 것이다. 바다와 물과 수영과 햇빛을 좋아하는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운동이었다. 물살을 가르는 행위는 정말 자유롭다. 수평선 위에 누워있는 건 정말로 황홀하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모든 걸 피부로 만끽하니 살아있는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처음 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잘 못 타는 내 몸뚱이를 보며 승부욕에 불타기도 했다. '아 맞지, 이게 나구나.' 나는 좋아하는 걸 잘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서핑할 때는 고요하게 좋은 파도가 오길 기다린다. 한 파도엔 한 명의 서퍼만이 올라탈 수 있다. 안전을 위한 암묵적인 룰이다. 파도가 왔을 땐, 망설이지 않고 올라타야 한다. 그 후엔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다른 생각으로 뻗어나가는 순간, 중심을 잃고 물속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오직 파도의 흐름을 느끼고 이 보드 위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완주할 것인가만 생각하면 된다.

나는 그게 꼭 인생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과 몸을 잘 준비해서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올라타는 것. 변화의 파도에 몸을 맡겨 휩쓸려가 보는 것. J로서 삶과 여정을 계획하는 것이 습관이지만 결국 무수히 많은 여행 속에서 계획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지 않았나. 그리고 계획되지 않은 뜻밖의 경험은 날 더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 또한. 마음을 조금 편히 먹기로 했다. 너무 꼿꼿이 긴장하지 말고 몸에 힘을 빼고 물 흐르듯이. 잘못 탄 기차가, 때론 뜻하지 않은 새로운 목적지에 날 데려가 줄지도 모르니까.




#3. 역마살이 3개나 있는 사주

내 주변엔 사주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아 종종 같이 대화를 나누길 몇 번. 나는 꽤 내 사주에 대해 스스로 풀이할 수 있을 만큼의 감을 가지게 됐다. (지식은 아니다) 나의 사주를 봤을 때 아홉 수를 꽤 세게 겪는 스타일이고, 지난 3년 간이 좋지 않았고, 앞으로 3년이 좋은 사주다. 그래서 올해 4-5월부터 부지런히 준비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앞으로의 3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한 맵을 그리라는 것이었다. 평소였으면 듣고 잊었을 텐데 그 말이 계속 안 잊혔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4월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사주가 모든 것을 다 맞추는 것은 아니지만 잘 이용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나의 사주엔 역마살이 3개다. 역마살의 사전적 의미는 '늘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팔자인 액운'이다. 현대엔 웹 서핑과 여행, 덕질(?) 등으로 개운이 가능하다고 한다. 근데 지난한 나의 삶을 돌아봤을 때 나는 역마살의 인생이 맞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이사와 전학을 반복하고 호기심에 따라 움직이는 성격 탓에 무언갈 배우고 그만두길 반복했다. 단란한 세 가족은 전국에서 가보지 않은 지역을 찾기가 더 어렵다. 좋아하는 것들은 더욱 자주 바뀌었다. 여러 가지를 좋아한다는 것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치트키이기도 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봤을 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변화들에 몸을 맡기고 즐기기 바빴다. 그리고 그때 접한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이가 들며 변화는 적어졌지만 여전히 호기심이 나의 가장 큰 열정인 것은 변하지 않았다. 어렸을 적 꿈이 주몽처럼 말을 타고 시원하게 달려보는 거였는데.. 앞으로 그 역마들이 나를 또 어떤 변화에 옮겨다 줄지 기대가 된다. 말에서 떨어지지 않게 코어 힘을 잘 기르고 준비해야겠다.






요생씬은 비정기적으로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찾아옵니다.

요즘 여러분들 속에 얽혀있는 생각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