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에서 잊지 말아야 할 인간의 본질
우리는 지금,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새로운 기술들이 우르르 생겨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도 그렇듯, 점점 AI로 가득해지고 있는 세상에서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불현듯 조급함이 앞서기도 합니다. 확률에 기반한 챗봇부터 멀티 에이전트까지 AI와 함께한 지 어언 8년이 되어가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바로 '인문학'의 중요성입니다.
여러분들도 이미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데이터 리터러시(문해력),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강조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잘 읽고, 보고, 쓸 수 있는 능력인 데이터 리터러시도, AI 답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도 결국 '잘'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인문학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강조하는 이 '인문학'이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여러분이 '인문학'이라는 이 세 글자를 보자마자 떠올리시는 건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누구는 고전인문학 도서를, 누구는 철학을, 누구는 성인군자를, 누구는 국어를..
각 매체에서 정의하는 인문학의 개념을 살펴보겠습니다.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말하는 인문학
인문-학(人文學)「명사」 『인문 일반』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2. 나무위키에서 말하는 인문학
인문학(人文學)은 인간과 인간의 근원 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이해하고 인간의 가치와 자기 표현 능력을 탐구하는 학문의 한 분야이다.
3. ChatGPT가 말하는 인문학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탐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인간의 존재, 사고, 감정, 문화, 역사, 언어, 예술 등을 연구하며,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고, 지금 어떻게 살아가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성찰합니다.
4. Claude가 말하는 인문학
인문학은 인간의 사상, 문화, 언어, 역사, 철학 등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입니다. 자연과학이 자연 현상을 다루는 반면, 인문학은 인간의 정신적, 문화적 활동과 그 산물들을 탐구합니다.
5. Google Gemini가 말하는 인문학
인문학은 한마디로 인간과 인간의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인간이 살아오면서 만들어낸 모든 정신적, 문화적 유산을 탐구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지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죠.
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인문학은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인간이 생각하고, 상호작용하고, 삶을 영위할 때 필요한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AI시대에서 이 중요하다는 '인문학'을 어떻게 접근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 쯤에서 다소 고루할 수 있지만 데카르트의 사상을 조심스레 가져오고 싶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산업화가 일어나기 전에는 소위 말하는 '인재'는 '통합적 인재'였습니다. 데카르트도, 정약용도, 우리가 '위인'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수학자이자 과학자이며 철학자였던 것이죠.
그러나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우선시 되는 산업화 시대 이후의 '인재'는 '세분화된 인재'입니다. 바로 '전문가'이죠. 지난 몇 십년간, 세상의 이치와 원리를 두루두루 섭렵했던 통합적 인재보다, 누가 더 전문적으로 깊이 아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AI와 함께해야만 하는 현재에도 이런 '세분화된 인재'가 여전히 중요할까요? 인간이 50년동안 풀지 못했던 단백질 구조에 대한 문제도, 수론의 미해결 문제 중 하나이지 훌륭한 박사급 문제도, AI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난제를 아주 정확하게, 모순없이 풀어내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눈치 채셨는지요? 맞습니다.
제가 강조드리고 싶은건 바로 인간은 다시 '통합적 인재'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통합적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바로 인간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경험이 아주 중요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의 한 문장을 가져오겠습니다.
경험을 해석하고 평가해서 의미 체계를 구축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서 아직 건재하다.
- 박정열, AI시대 사람의 조건 휴탈리티 중 -
바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한 문장입니다.
애석하게도 우리 인생은 마냥 꽃길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손을 데어봐야 난로가 뜨겁다는 것을 알고 이후로는 난로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뜨거운 난로의 법칙처럼, 많이 실패해보고, 아파보고, 쓰려보고, 떨어져봐야만 얻고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습니다. 우리가 십 수년간 경험한 모든 것으로부터 인격체는 형성되고, 가치관도 자리잡게 됩니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각자 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건, 아마도 서로 다른 경험을 했거나 같은 경험을 했다 하더라도 서로 다른 해석과 평가가 있어서이지 않을까요?
경험을 하고, 회고하고, 더 나은 방향을 찾는 것. 이러한 본질이라는 뿌리가 단단해야 비로소 수 많은 신기술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