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판공초 여행 중에 기록.
길 위에서.
사람마다 사는 방식도 다른 것처럼 여행하는 방식도 다르기 마련이다. 말과 글에서는 그럴듯하게 일상에서의 자신을 속일 수도 있지만 마음과 눈빛, 행동은 쉽게 속일 수 없다. 마음은 그동안의 감정이 축적되어 있는 곳이고 눈빛은 그동안의 생각이 저장되어 있는 곳이고 행동은 그동안의 감정과 생각, 언어들이 모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난 인생에서도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서 살지는 않지만 여행을 하면서도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을까 봐 조바심이나 걱정을 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살고 싶지 않고 계획대로 하기 위해 분주하고 부산 떨면서 살고 싶지도 않은 게 이유이다. 애를 쓰면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게 있다면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도 최대한 마음이 바쁘지 않고 숨을 고르면서 살려고 한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을 때 나 자신에게도 친절해지지만 다른 이에게 따뜻한 미소로 친절을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불행해지고 싶어서 떠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행복해지고 싶어서 떠나는 여행을 하면서도 불행한 길로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이면서 사는 이들이다.
돈 몇 푼 아끼기 위해 물건을 훔치는 자, 숙박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는 자, 거짓말을 해서 보험비를 청구하는 자, 자기 것은 아까워서 선뜻 베풀지 못하면서 남의 것은 소중하게 다를 주 모르는 자, 그러면서 더 무서운 것은 그렇게 아끼면서 여행을 다녔다며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자, 사진 속에서만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지만 프레임 밖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자.
하지만 삶이 예술이 되고 여행이 삶이 된다는 것은 일상의 프레임에 걸려든 순간순간이 아름다워야 한다. 어느 순간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감동이 있어야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 사진을 지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있고 아름다운 표정은 우리가 매 순간 영혼을 돌보고 가꿀 때 언제 어디서나 빛이 난다. 빛이 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 안에 이기적이고 못된 생각과 부정적인 감정들을 자주자주 씻어 내야 한다. 그렇기 위해 떠나는 여행이 돼야 할 것이고 외부 세계를 탐험하는 에너지만큼 내면을 탐색해야 한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더 사랑하기 위해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세상을 구경하는 거니까. 하지만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우리 마음에 담긴 것이 볼품없다면 결국 그 삶은 다 가짜가 될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속이면서 살아왔기에 만족감과 충만함이 없는 삶이 끊임없는 소비와 외부의 인정을 갈구하며 관심을 구걸하게 될 테니까.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내 마음과 에고를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의 의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마음이 보인다. 여행을 마친 후 잘 다듬어진 사진과 이야기를 팔아먹고사는 것보다 매 순간 영혼과 마음을 잘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야 한다. 진실된 삶을 살아갈 때 내 삶이 진짜가 될 테니까.
2년전,
인도 판공초 여행 중에 남겼던 기록.
2017. 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