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도 영혼이 숨쉬듯,
무엇을 하지 않거나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 않으면 불안했다. 결과물만 인정받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와 게으름을 나에게 허락하고 싶었다. 그래야 행복할 것 같았다. 열심히 살지 않으면 뒤쳐졌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 감각을 키우라고 했다. 설령 뒤쳐지더라도 인간다운 모습으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잘살고 싶었다. 현실만 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고 싶었으니까.
나이가 들어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아이처럼 투명하게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다. 이 지구 어딘가에는 순수한 미소를 머금고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소유물과 이별하고 편안함과 익숙함에 안녕을 고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내 떠났지만 실패를 만났고 좌절을 경험했다. 정말 힘들고 아팠을 때 나에게 또 다른 삶을 선물해준 곳. 지난 몇 년간 내 머릿속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곳. 하와이였다. 하와이는 내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을 때 교환학생으로 갔던 곳이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우울증으로 몸도 마음도 피폐해져 엄청난 약봉지를 들고 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약이 아닌 웃음으로, 자연의 에너지로, 사람들의 밝은 기운으로 내 몸이 서서히 회복되고 치유되는 놀라운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회색빛 도시에서 살아가자 점점 시들어 가는 나를 발견했다. 더 이상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하와이에 가서 농사짓고 자급자족하며 살겠다는 생각으로 배낭 하나만 들고 아무 대책 없이 떠났다.
나를 붙잡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더 강한 곳에 끌렸다.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도 없었다. 가족과 친구들,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고 내 삶을 내가 원하는 곳에서 개척하겠노라면서 막연한 꿈만 가슴에 품고 하와이에 도착했다. 하지만 난 하와이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저런’ 일들을 겪었다.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타지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다음날 강제추방됐고 이별하고 떠난 지 하루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여권에 강제추방 도장이 찍힌 이후로 여권에 국가별 도장을 모으는게 의미없어졌다.
구치소에서 수치스러운 일들을 겪으며 억울하기도 했지만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다시 용기를 내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차가운 구치소 바닥에서 깨달았다. 어느 누구도 나를 지켜줄 수 없다는 것을. 오직 내 안의 믿음만이 나를 지키는 힘이자 두려움에 맞설 용기란 것을. 한국을 떠나기 전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달라고, 그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지게 해달라고 기도한 응답이 혹시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고 나에게 일어난 일들에 감사함이 생기면서 분노로 가득 찼던 감정들이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모든 일이 일어나는데 우연은 없다고 생각하니 기도할 때 더 간절히 기도하게 됐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끌어당기기 위해 나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전환시키려고 노력했다. 원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일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하는 생각이나 말 그리고 행동이 부정적이지 않기 위해 매 순간 깨어있는 습관을 갖는 게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나야만 내가 간절히 원하는 삶을 만날 수 있었다. 다시 인생로드를 만들었고 다시 일어나니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와이 구치소에서의 하룻밤은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어디에서 먹고 자든 이곳보다 더 열악하고 힘든 곳은 없을 테니까. 냄새나는 화장실 옆에 축축한 침대, 다 비틀어진 빵과 차가운 밥, 삼십분마다 나를 감시하러 오던 교도관, 약물 검사와 알몸 수사를 하며 범죄자 취급하던 사람들. 세상 어디를 가든, 이곳보다 따뜻할 터였다.
이후 길 위에서, 산 속에서도, 어디든 누울 곳이 있으면 잠들었다. 여자 혼자 위험하지 않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때는 무서운 게 없었다. 불편함과 친해지면서 찾은 행복은 내가 많은 것을 움켜지고 지낼 때보다 달콤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잃을 것이 없으니 걱정도 불안도 사라졌다. 걱정이 사라지니 마음속에서부터 웃을 수 있었다. 감사함으로 풍요로워졌고 마음이 풍요로워지니 조금 더 넉넉해지고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나와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면서 진짜 내가 되어가는 법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의 안부를 물으며, 내 영혼에 귀 기울이며. 듣지 못했던 소리와 보지 못했던 나를 발견해나갔다. 그러자 마음이 고요해졌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이 가리키는 손끝으로 내 삶이 향하지 않았다. 그저 내 영혼의 나침반이 향하는 곳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걸어가니 길이 생겼다. 울퉁불퉁한 길은 내 영혼을 더 밝게 했고 험난한 길을 내 지혜를 더 자라게 했다. 꽃길만 사뿐 사뿐 걸어간 것은 아니지만 걸어온 모든 길을 뒤 돌아보면 내가 꽃이 되어 피어날 건강한 토양을 찾아 걷는 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내가 걸어간 모든 그 길이. 그렇기에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상황에서 마주하는 여행이나 일탈, 삶의 리셋이 필요하다. 온 몸의 감각과 직관의 더듬이를 세워 오롯이 나를 믿는 힘과 보이지 않는 힘을 믿게 될 때, 살아있는 생동감을 더 강렬하게 느끼니까. 오소소 심장이 뛰는 곳으로 마음이 향하는 것, 그것을 더 많이 하며 살아가야 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 몰입과 집중이 현재를 살게 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쌓이면 행복한 순간도 더 많아지는 게 아닐까?
열심히 살지 않으면 뒤쳐졌다. 나이가 들수록 현실 감각을 키우라고 했다. 설령 뒤쳐지더라도 인간다운 모습으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잘살고 싶었다. 현실만 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싶지 않았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고 싶었으니까.
나이가 들어도 순수함을 잃지 않고 아이처럼 투명하게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다. 이 지구 어딘가에는 순수한 미소를 머금고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소유물과 이별하고 편안함과 익숙함에 안녕을 고했다.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내 떠났지만 실패를 만났고 좌절을 경험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회색빛 도시에서 살아가자 점점 시들어 가는 나를 발견했다. 더 이상 도시에서 아등바등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하와이에 가서 농사짓고 자급자족하며 살겠다는 생각으로 배낭 하나만 들고 아무 대책 없이 떠났다.
하와이 구치소에서의 하룻밤은 나를 더 자유롭게 만들어줬다. 어디에서 먹고 자든 이곳보다 더 열악하고 힘든 곳은 없을 테니까. 냄새나는 화장실 옆에 축축한 침대, 다 비틀어진 빵과 차가운 밥, 삼십분마다 나를 감시하러 오던 교도관, 약물 검사와 알몸 수사를 하며 범죄자 취급하던 사람들. 세상 어디를 가든, 이곳보다 따뜻할 터였다.
내 마음의 안부를 물으며, 내 영혼에 귀 기울이며. 듣지 못했던 소리와 보지 못했던 나를 발견해나갔다. 그러자 마음이 고요해졌다. 더 이상 다른 사람이 가리키는 손끝으로 내 삶이 향하지 않았다. 그저 내 영혼의 나침반이 향하는 곳으로 뚜벅 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오소소 심장이 뛰는 곳으로 마음이 향하는 것, 그것을 더 많이 하며 살아가야 되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 몰입과 집중이 현재를 살게 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쌓이면 행복한 순간도 더 많아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