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카페에 들어가려는데 카페 앞에서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애기 엄마가 서성이고 있었다. 카페 문턱이 높아서 주춤하고 있는거 같아서 문을 잡고 잠시 기다렸는데 애기 엄마는 칭얼대는 아이를 보느라 나의 신호를 읽지 못했다. 나는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 진동벨을 기다리며 문 밖에 있는 애기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눈이 갔다. 여전히 문 밖에서 들어올까 말까 고민하는 듯 했다. 창문 너머로는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고 애기 엄마도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애기 짐을 바리 바리 싸서 나온 가방이 보였다. 주문한 커피를 가지러 가자 애기 엄마가 힘들게 유모차를 들고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종업원을 주문 받느라 미처 애기 엄마를 보지 못했고 카페 안은 시끄러워서 아이가 칭얼대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애기 엄마는 카라멜 마끼아또 한잔을 주문해서 유모차를 끌고 자리에 겨우 앉았다. 어쩌다 보니 거리는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마주 앉아 시선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바라보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별이 없이 아주 오랜만에 혼자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는 호사를 누리고 있었고 반대편에 애기 엄마는 갓 한달 정도 지난 아이와 함께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고분분투를 하고 있었다. 기저귀를 갈았다가 분유를 줬다가 애기를 안고 달래기도 했다가 유모차를 흔들기도 해봤지만 아이는 계속 칭얼대기 시작했다. 애기 엄마는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 당황하는 기력이 역력해보였다.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건지 이어폰을 끼고 계속 말을 하고 있었고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먼발치서 바라보면서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들이 올라왔다.
‘ 내가 잠시 아이를 안고 있을테니 커피 한잔 편하게 마셔요’
이 말 한마디를 건낼까 말까 혼자 고민하는 사이 애기 엄마는 주문한 커피를 입에 대지도 못하고 다시 카페 밖으로 나갔다.저 멀리서 혼자 끙끙 거리며 유모차를 들어 터벅 터벅 걸어가는 애기 엄마 뒷모습을 보니 코끝이 찡해지고 목이 메인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운 코로나 시대에 마음은 점점 얼어붙고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게 씁쓸했던 하루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기 위해 엄청나게 마음 졸이며 카페에 들어갔던 날들이 스쳐지나갔다. 잠이 부족해서 카페인을 채워야만 버틸 수 있던 그 시절들. 집 밖을 나와 커피 한잔마시는게 유일한 낙이였던 그 시절들. 유모차를 끌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걷다보면 손목까지 덜렁거렸던 그 시절들. 걷는 것만이 살 길이라며 유모차를 끌고 서너시간을 걸어다녔던 그 시절들. 불러도 대답없는 아이를 보며 혼잣말을 하며 보낸 그 시간들. 참 많이 외롭고 힘든 그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내 안에 많은 감정들이 비슷한 감정을 만날 때 마다 건드려 진다. 내가 조금 더 힘이 차오르고 더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엄마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내 그 쯤 되면 시골에서 애기보기는 지금보다 더 힘들어지겠구나 싶다. 문화센터도 키즈카페도 없고 시골에서 돌도 지나지 않은 애기 키우는 엄마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 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