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난 시간부자로 살고 싶다고!

by 초연

내가 시골에 내려온건 도시에서 내가 마음껏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업실, 마당을 밟을 수 있는 땅, 가급적 텃밭에서 자란 재료들로 밥상을 차려먹고 지구를 덜 헤치면서 살아가기 위해 나는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2년전 작은 산촌마을로 혼자 귀촌을 했다.



여자 혼자 귀촌은 이 곳 산촌마을에서 쉽사리 이해 되지 않았다. 남편은 뭐하냐며, 애는 있냐며. 시골에서 뭐 하고 살거냐며, 이런 시골에 왜 내려왔냐며. 마을 어르신들은 궁금한게 참 많았다. 당연히 남편과 같이 귀촌을 했을거라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고 내가 혼자 내려왔다고 하면 결혼을 해야지, 왜 혼자 그러고 사냐며 진심에도 없는 걱정을 하셨다.


뭐 시골에 내려올 때 이런걸 예상하지 않은것도 아니였고 사람 만날 때 마다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질문이 아닌 형식적인 질문이 귀찮고 짜증나고 신경질 날 때도 많았지만 거의 바깥 출입 없이 나는 집 안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침에 일어나면 텃밭에서 놀고 낮에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고 낮잠을 자고 마당에 나가거나 동네 산책을 하면서 저녁 노을을 꼭 챙겨 보고 난 후 노을이 지면 정성껏 저녁을 짓고 고양이랑 뒹굴 뒹굴 거리며 하루를 보냈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학교에 가서 텃밭 보조 강사를 하거나 명상 수업이나 예술 수업을 하기도 했고 도시에서 만큼은 아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강연이나 강의를 하면 한달 생활비 이상을 벌어서 굳이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다. 시간을 많이 갖고 싶었고 내 영혼을 보살필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싶었기에 나는 한달에 백만원 정도 벌면 돈을 버는 일은 하지 않았다. 시골에서 내가 쓰는 돈은 오십만원 한팎이었기 때문에 나머지 돈은 저축을 하거나 기부나 후원을 했다.



매일 매일 감사함이 차곡 차곡 쌓여져 갔고 감사함이 쌓여갈 수록 내 영혼의 충만감도 커져갔다. 삶에 여유가 생기면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마음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눌게 많아진다. 나의 좋은 기운을 나눌 수도 있고, 돈을 나눌 수도 있고, 마음을 나눌 수도 있다. 마음을 나누는 일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거나 보살피거나 소중히 다루고 관심과 사랑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난 후 나의 마음은 이리 저리 날 뛰고 하루 동안 말 못하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잘 들어주기 위해 집중해서 관찰하면서 마음을 다 하다보면 저녁이 되면 정말 나의 몸은 흘러내릴 것만 같다. 하루종일 8킬로가 넘는 아이를 안고 들고 업고 나면 온몸은 두들겨 맞은 것 처럼 쑤시고 아이가 잘 때 후다닥 밥을 먹고 집안일을 하고 나면 소화는 항상 안되고 속은 더부룩 한데도 뭔가 보상 심리 때문인지 달달한 군것질거리를 먹어주거나 맥주 한캔을 따서 시원하게 벌컥 벌컥 들이키고 싶은 충동과 유혹에 매일 내적 갈등 속에서 싸우며 이기는 날은 보약을 데워 먹고 지는 날은 그냥 에라 모르겠다 심정으로 냉동실에 짱 박아 놨던 달달한 초콜릿을 마구 먹거나 메이플 시럽을 잔뜩 넣은 밀크티에 빵을 찍어먹으며 스트레스를 해소 한다. 몸이 나아지지를 않아서 요즘 맥주는 많이 자제 하고 있지만 가끔 한캔을 마시면 그리 행복할 수가 없다. 아마도 하루 종일 마음을 졸이며 몸이 긴장하고 있어서 일까.

갈증이 그렇게도 난다.



나는 솔직히 엄마 잘 해낼 줄 알았다. 아이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랑 잘 놀기도 하고 살림도 잘 하는 편이고 마음챙김 수련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마음도 덜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하루종일 집에서 나만 이러고 있는게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저녁이 되고 퇴근이 없다. 남편은 오전에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에 밥만먹고 나가서 다시 아이들 강습하러 나갔다가 열시가 되면 돌아온다. 나는 맨날 그 돈 안벌어도 된다고, 제발 저녁에 아이 목욕 시키고 여유있게 같이 저녁먹고 나도 좀 저녁에 나가서 바람을 쇠든 운동좀 하고 오자고 성질이 날 때마다 외쳐보지만 너가 원하는 마당 있는 집 짓고 살려면 나라도 열심히 벌어야지 그러면서 뒤에서 소리치는 나를 외면하고 나간다.


하루에 서로 눈을 바라보면서 대화하는 시간이 한시간도 안되는 것 같다. 이건 뭐가 잘 못되도 한참은 잘 못된 삶이다. 이럴려고 시골에 내려온게 아니잖아!


남편이랑 어떻게 대화를 잘 할 수 있을까?

그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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