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파워
엄마 집에 열달 만에 놀러와서 엄마파워로 빵빵하게 충전중이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나는 집에오면 항상 엄마 옆에서 밤새 수다 떨다 잠이 들었다. 나는 엄마 뱃살을 조물 조물 거리고 엄마는 내 배위에 허벅지를 올리고. 그렇게 같이 잠들고 일어나면 나는 엄마 등 뒤에서 한참동안 엄마의 온기를 느끼면서 끌어안고 있다가 뱃살을 조물 거리면서 깔깔거리는 아침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엄마가 되고나니 한별이가 나를 만질 때 아이에게서 받는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 내가 한별이에게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엄청나게 받고 있구나라고 느꼈을 때 나는 비로소 엄마가 된 거 같았다. 요즘 아침은 엄마와 한별이와 한참동안 깔깔거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스무살 때부터 외지 생활을 하고 여러 나라를돌아다니는 삶을 살면서 엄마와 떨어져 지내다가 서른살이 되었을 때 엄마와 둘이 배낭여행을 갔다. 내가 느꼈던 그 자유를 선물하고 싶었다. 엄마는 아침상을 차려도 되지 않아도 되니 함께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사랑을 가득 채워 하루를 시작하는게 배낭 여행 하는 내내 우리에게 제일 중요한 계획 중에 하나였다. 패키지 여행만 다녔던 엄마에게 계획을 세우지 않고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나는 엄마에게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배낭여행 하는 내내 엄마가 손에 물을 안묻히게 하는 것, 엄마의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 엄마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들어주는 것, 그것이 내가 스스로 정한 약속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지만, 그때의 난 그게 최선이였을거다. 우리는 아주 자주 그 때 행복했던 순간을 이야기 한다. 그 때 가지 않았더라면, 그 때 그렇게 여행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 시간을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후회 했겠지. 나 혼자서 세달을 여행 할 수 있는 돈을 나는 엄마와의 여행에 투자 했다. 하지만 가장 가치 있는 투자 였다. 그리고 내가 배운 것은 둘이 함께하는 행복감을 깨달았다. 혼자 여행 하는게 둘이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던 나는 오랫동안 혼자 여행을 다녔었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아름다운 곳에 있을 때 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감동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엄마와의 배낭여행을 통해 나는 용기를 얻어 둘이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었다. 하지만 혼자서도 잘 놀고 잘 사는 나에게 결혼은 쉽게 그림 그려지지 않는 미래였다. 하지만 몇년이 흘러 나는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엄마가 되고 아이와 함께 처음으로 엄마 집에 와서 온 가족이 모여 아이의 손짓과 발짓, 미소에 신기해하고 행복해하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 오랜만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 내가 대단한 일을 했구나’.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존감이 다시 올라가는 것 같다.
매일 매일 집에서 아이와 시름하고 똥 기저귀 갈며 똥 쌀 여유도 없이 보내는 아침을 맞이 하다가 아침에 온 가족이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동안 나는 이불속에서 조금 더 뒹굴고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먹고 여유있게 똥을 싸고 아이를 다시 재운 후 커피 한잔을 마시는 아침이 얼마만에 누리는 풍요로운 아침인가. 세상이 다 아름다워 보인다. 먹고 자고 싸고. 가장 기본적인 욕구만 채워져도 삶의 질이 달라진다. 엄마가 힘든 건 엄마 이전에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였다. 아이가 먹고 자고 싸고만 잘해도 엄마는 행복해 한다. 엄마도 먹고 자고 싸고를 잘 해야 행복하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육아가 가능하고 행복한 아이를 만들테니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래서 행복해야 한다. 엄마가 되고 나니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엄마’ 라는 그 말 한마디에 얼마나 큰 힘과 사랑과 감동이 담겨있는지 비로소 엄마가 되고 나니 알거 같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 온몸으로 느끼고 공감하고 동감한다. 함께 키우는 사람만 곁에 있다면 나는 정말 세명은 더 낳고싶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게 고통스럽고힘들지만 내가 지금까지 한 수많은 일 중에서 위대하고 멋진일이니까 말이다. 이 세상에 가장 존경하는 사람, 엄마.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를 무한한 사랑으로 키운 우리 엄마 덕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으니까. 세상에 태어나 무한한 사랑을 알게 해준 유일한 단 한 사람. 엄마, 그 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있을까. 위대한 사랑,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