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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Jul 13. 2020

사회적 가면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준다는 두려움.



도시에   나는 항상 사회적 가면이 필요했었다. 남들 앞에서 센척하기 위해 아파도  아픈 척, 쿨하지 않은데 쿨한 , 화장은 진하게, 마음의 문은 무겁게  영혼은 두껍게 포장과 방어를 해야만 했다. 나를 지키기 위해.

하지만 나는 깨달았다. 나를 감추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나를 애써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나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내가 얼마나 진정으로 나다워질  있고  다워진다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있는지.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난 친구들, 사람들은 나와 이해관계가 없었고 나와 인간적 관계만이 있었다. 서로의 영혼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보여주며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그런 관계-
 그들과 영혼을 나눌  있는 사이가 되었고 깊은 교감과 연대를 통해 그들 앞에서 나를  보이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어졌고 굳이 언어로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있는 사이로 성장할  있었다. 언어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영혼과 예술로 만나며 나는 무거웠던 가면을 서서히 벗어던   있는 용기가 생겼고  마음이 단단해질 때쯤 나는  영혼이 원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들어줄  있는 힘이 생겼다.

그런데 오늘 깨달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없는 사람들을 만날  나는  벗어던진 가면을 다시 쓰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점점 마음의 문도 무겁고 영혼의 두께도 두꺼워져서 나를 잃어간다는 것도. 가면을 쓰고 있는 나는 강해 보이지만 가면 뒤에서는 몰래 들키지 않게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서울에서 내가 제일 많이 서있었던 시청  광장에서
나는 항상 세상과 싸우기 위해 나를 이렇게 무장하고
 밖을 나갔어야만 했다.  두께가 두꺼울수록
 영혼은 공허하고 공허했고 외로움의 두께도 비례했었다.

그런데 오늘 시골에 와서 처음으로 도시에서 느꼈던
 짙은 공허와 외로움이  영혼에 스쳐 지나간다.

자연처럼 순수하고 투명하고 맑은 영혼의 친구들이 사무치게 그리운 밤이다. 떠날 수만 있다면 바다에서 만난 바다를 닮은 친구와 숲 속에서 함께 지냈던 뿌리 깊은 나무 같은 친구들을 만나서  끌어안고 별을 보며 달빛 아래서 자고 싶다.

그런데 오늘  서울의 한 복판 서울시청에 계시던 분은
 그렇게 세상을 갑작스럽게 떠나신 건지.  인생 덧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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