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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Jul 13. 2020

영혼의 핫팩

마음이 유난히도 시렸던 어느 여름날에-

날은 더운데 이상하게 발도 시리고 마음도 시린 하루였다. 출산한 지 한 달이 지났다고 방심하고 두꺼운 양말을 벗어던졌더니 차가운 마루 바닥을 걷는데 갑자기 발목이 심하게 시려서 주저앉아 한참 동안 주무르다 벗어던진 양말을 다시 신었다.

그런데 시린 마음은 하루 종일 어찌할지를 모르겠다. 영혼에 붙이는 핫팩이라도 있으면 따듯해지려나. 그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남편은 출근하기 전 나를 꼭 안아줬다. 그런 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 나는 어색하게 그 순간을 벗어났지만 남편이 떠난 후 남편이 이상하게 많이 보고 싶었던 날이다. 아마도 꼭 안아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었겠지.

오늘 하루 유난히도 칭얼거리며 똥땡깡을 부리면서 보채는 한별이를 어르고 달래다 하루가 다 갔다. 날이 더워서 짜증이 난 걸까. 뭐가 불편했을까. 하루 종일 대답 없는 아가랑 대화하며 말이라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본인은 얼마나 답답할까 싶기도 하고.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해보면서 잠을 재우기 위해 시름을 하다 진이 다 빠져 그 자리에 그냥 벌러덩 누워버렸다.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숨을 쉬는 한별이를 가만히 바라보니 오늘 하루 내 시린 영혼에 핫팩을 붙여주려고 그랬구나 싶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이 되어서야 이제야 나도 한별이도 숨이 쉬어진다. 별일 없는 하루인 거 같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큰 별 하나가 뚝 떨어진 거 같은 어두컴컴한 날이었다. 그래도 내 심장에서 가장 가까이에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소리가 어떤 소리보다 큰 위로가 된다. 톡 하면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하루였는데 그 눈물이 슬프기도 하고 쓰리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맛을 보면 수많은 맛이 날 것만 같은 그런 눈물. 하지만 난 눈물 대신 미소를 선택했다. 간간히 눈물 속에서 나를 보며 미소 짓는 한 생명을 보며- 어마 어마한 우주가 내 앞에 있으니까. 그리고 나를 어마어마한 우주라고 생각하는 한 생명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아주 작은 일이라도 위대한 사랑으로 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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