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ㅇㅅㅇ Apr 25. 2018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영화에세이

지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이고, 아주 일상적이지만 가볍진 않은, 그 무엇보다 한국적인 냄새가 강한 영화이다. 조미료가 아닌 딱 마늘과 고춧가루로 양념을 한 느낌 그래서 우리의 입맛에 착 감기는 맛이다.

타로를 볼 때 처음 뽑는 것과 두번째로 뽑는 것이 다르고, 같은 주제를 놓고도 오늘 본 타로점과 내일 본 타로점이 다르다. 타로점도 그러한데 인생에 찾아오는 순간과 상황과 마주하는 인연을 대하는 법이라고 다 같을 수 있을까. 결국 '지금'과 '그때'는 시시각각 변하며 그 무엇이 맞다, 틀리다 말할 수가 없다. 꼭 이유가 있고 모든 게 판단에 따라 '그렇다'와 '아니다'로 나뉜다면 그 사이에서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것들이 공백에 불과하겠지만, 우린 이유 없이 내킬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고 내 얘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으면 감추고 싶을 때가 있다. 그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지금'이 맞는지 '그때'가 맞는지 역시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여행을 가서 만난 낯선여자는 매력적이고,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허물을 벗고 '나'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부담이 없다. 끌리는 이성에게 단번에 사랑한다고 표현해도 괜찮을 만큼 말이다. 춘수는 희정의 그림을 보고 너도 너와 같다고 하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작품을 보기 전부터 그녀가 지닌 외로움을 읽었다. 금세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여기서 이 영화를 더 꽉 묶어주는건 춘수가 유부남이라는 점이다. 또한 맘에 든 이성 앞에서 유부남인 걸 감추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것 역시 그의 직업 때문이다. 우연한 만남은 짜릿하고, 한정된 시간 앞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춘수 "그냥 우린 할 만큼만 하고 사는 거예요.”

누군가는 그냥 그럴 수도 있다며 일상에 대단한 변화를 가져오지도 않을 어떤 하루라고 말할 수 있지만, 춘수에겐 희정의 자켓에 묻어있던 물감이, 희정은 춘수의 풀어진 셔츠단추가 문득 떠오를 수 있는 그냥 그렇지만은 않을 기억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거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