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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Jan 01. 2017

<릴리슈슈의 모든 것>

영화에세이

내 아픔을 기억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감정을 나는 매일이고 겪었다. 우울하고 우울해서 내겐 온 세상이 해 한 번 뜨지 않는 어둠이었다. 그것은 종말의 증조였고 내 세계는 무너질 대로 무너져 땅속으로 꺼지고 있었다. 온 우주의 힘이 나를 자살로 이끌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환경과 상황이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아주 평온한 세계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내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무게에 짓눌린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를 이해받고 나를 위한 선택이 자살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어도 그 누구 하나 슬퍼할 사람이 없어 보였다. 나는 매일 벼랑 끝에 서서 나를 아프게 한 이들을 생각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나는 그 시절의 감수성을 어떤 말로도 표현하지 못한다. 고통스러워하던 한 소녀는 잊혀지고 자연스럽게 삶에 섞여들어 갔다. 마치 나 또한 낙엽만 지나가도 꺄르르 대던 소녀들처럼 그저 그런 평범한 시절을 지나온 것처럼 말이다. 예민하고 좁았던 세계에서 나는 우울증과 자살을 간직하고 살았고, 그때를 간간이 떠올리게 하는 것은 그 당시 줄기차게 들었던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될 때이다. 어두웠던 내 세계에 함께 있어주던 음악을 이제 그때만큼 찾아 듣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그 거대한 암울의 시기를 들여다볼 용기가 없다. 그 시절을 다시 겪는다 해도 나는 똑같이 스쳐 가는 무수한 존재에 상처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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