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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Mar 11. 2017

2.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정리하다.

미니멀 라이프는 몰라도 이미 실천은 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미니멀 라이프야?'라고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여태 미니멀 라이프 관련 서적에서 봐온 봐로는 미니멀 라이프는 매우 거창한 것, 눈에 띄는 변화 같은 거였으니 말이다. 또한 미니멀 리스트가 되는 것 역시 전문적인 영역 그러니까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미 카톡의 '숨김' 기능을 사용하고 편리함을 느껴  본 사람들이 많다. 나는 섣불리 그들을 미니멀리스트라고 부르고 싶다. 그들은 단지 그것을 하나의 기능으로만 생각했을 뿐, 하나의 삶처럼 여기기 시작한다면 이것만큼 좋은 시작이 없다.


나는 카톡의 '숨김' 기능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이미 내버려두는 것에 익숙해져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카톡 답장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처럼 다가올 때가 있는데 친구 목록은 더욱이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 A와 '카톡'에 관해 얘기를 하다가(이것 역시도 대화에서 발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돌연 친구가 자신의 카톡 친구 목록에 있는 친구 수를 스무 명으로 정리했다고 했다.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숨김 처리를 해뒀다는 거였다. 며칠 뒤 나는 어쩐 일인지 이 얘기가 떠올랐고, 카톡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줄여도 오십 명은 족히 넘을 것만 같아 보였던 365명(1년의 날짜 수와 같아서 기억한다.)의 사람 중에 고작 26명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실질적으로 자주 연락하고 곁에 남겨 두고 싶은 사람들의 수는 겉보기만큼 많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가능한 한 더 추려보자 싶어서 친척들과 스승님을 지웠다. 2차로 간추려내는 것이니만큼 이 과정은 살짝 망설여졌다. 그리하여 카톡 친구 목록에 보이는 친구 수는 총 스무 명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 사이에 가려져 나의 눈에 띄지 못했던 스무 명이 드디어 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인연이 닿고, 옷깃만 스친 인연들도 내 연락처에 쌓여만 갔다. 정작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은 그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며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챙겨야 하는 사람을 챙기지 못하며 필요 이상으로 많은 곳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한 거였다. 동시에 내 사람들에게는 소홀하고 무심해져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안겨 준 적도 있었다. 카톡 친구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힘들고 지칠 때 나를 이해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들은 늘 같은 수였다. 나는 인생에서 앞으로도 함께 갈 사람들을 위해 그 외의 사람들은 숨겨 둘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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