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을 읽고서..
제목:길고 긴 밤
재료:캔버스에 아크릴과 펜
사이즈: 90.3x72.7cm
작가: 김나경 (인스타 @studio_nakyung2011)
제작시기: 2026년
<작가노트>
사람과 동물의 몸속에는 저마다 뼈가 있다.
그 뼈는 우리 몸을 지탱해 주는 나무가 되기도 하고,
땅과 교감하는 중요한 연결선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모든 일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뼈는 기억한다.
내가 언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그리고 길고 긴 밤을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그림 〈길고 긴 밤〉은 루리의 『긴긴밤』을 읽고 그린 그림이다.
이 이야기 속에는 혼자서 아주 오랜 밤을 견뎌온 코뿔소 노든이 등장한다.
노든은 사냥당하고, 쫓기고, 전쟁을 겪으며
많은 밤을 두려움 속에서 지내왔다.
전쟁으로 동물원이 무너진 어느 날,
곧 부화하지 못할 것 같은 알을 돌보던 펭귄 치프는
알을 바구니에 담아 노든과 함께 바다로 향한다.
그러나 치프는 길을 걷다 죽고,
그 알은 노든에게 맡겨진다.
노든은 그 알을 지키며
어린 펭귄과 함께 길고 긴 밤을 보내게 된다.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은 바다로 가고 싶어 하고,
노든은 위험한 길에서도 펭귄을 지켜 주며
밤과 밤을 건너 함께 길을 걷는다.
그 시간은 두 존재에게 가장 길고,
하지만 가장 따뜻한 밤이 된다.
비록 어린 펭귄과 노든은 결국 헤어지지만,
노든과 함께 보낸 길고 긴 밤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그 기억과 그리움을
노든의 이야기가 담긴 뼈를 쓰고 있는 펭귄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또한 노든과 함께 지냈던 코끼리 고아원의 코끼리와
다른 동물들의 뼈도 함께 그려,
노든이 지나온 시간과 만났던 존재들을 한 화면에 담고 싶었다.
이 그림은 아기 펭귄이 바다에 도착해
자기와 같은 펭귄 무리를 만나는 장면이다.
긴 밤을 지나 혼자가 아닌 곳에 도착한 순간을,
뼈에 남은 기억과 함께 표현했다.
<작가엄마 노트>
아이가 스케치로 그렸던 이 그림을 보면서
눈물이 왈콱 쏟아 졌었다.
코뿔쏘의 뿔을 쓰고 있는 펭귄의 모습에서
무겁지만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펭귄의 결의 때문에.. 두려움이 사라진건 아니지만, 앞으로 가는 펭귄의 모습이.. 짠해서.. 눈물이 났다.
나경이는 요즘 뼈가 너무 예쁘다면서 온통 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가 다시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하였는데, 그로테스크적인 그림을 그릴때마다 엄마인 나는 걱정이다..
우리 가족의 길고 긴 밤.
아이와 함께 하면서 겪는
가끔은 외롭기도 하고
가끔은 아름답기도 하고
가끔은 서럽기도 하고
가끔은 한없이 평안하기도 한 그런 밤들을 건넌다.
나경이가 마주할 바다는 어떤 바다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함께 걷는다.
#길고긴밤 #긴긴밤 #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