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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설탕 Jan 17. 2017

채식주의자

[창비 책읽는당 이벤트 "당신의 그림을 보여주세요" 참여글]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채식주의자 180
쪽-



2016년에 나에게 힘을 주고 보듬어 주었던 글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유독 채식주의자의 이 문구는 내게 이미지로 강하게 남았다.


차갑우면서도 뜨겁고
딱딱하면서도 물컹하고
지속직이면서도 쓰러질것같은
쓸쓸하면서도 초연한 상반된 느낌들이 동시에 밀려 왔다.


어떤것 때문에 내 마음에 이미지를 남겼을까..

이번 기회에 조금 더 깊이 나를 들여다 보기로 했다.


이제 내나이 올해로 38살.
시간이라는 것이 내 손가락 사이에서 돋아나서 땅속으로 파고들어가는것만 같다.
나는 손에 힘을 더 줘서 내 몸 간신히 지탱하고 있다.
누군가 톡 건드리면 확 넘어질것 같기도 하다. 
생활에 줏대가 약하디도 약하다....
갈팡질팡 오락가락 하는 사이에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간다.

이 나이에 일에 대한 성취욕보다 될대로 되라지 싶은 맘이 반 이상이다.
그렇다고 딱히 이걸 놓을수가 없는데
누가 건드리면 툭 쓰러질거 같다.
다른 나무들도 다 그렇게 거꾸로 버티고 있는거 같은데,, 그 나무에게 다가갈수가 없다.
나무니깐..



어리석고 캄캄했던 어느날에, 버스를 기다리다 무심코 가로수 밑동에 손을
짚은 적이 있다. 축축한 나무껍질의 감촉이 차가운 불처럼 손바닥을 태웠다.
가슴이 얼음처럼, 수없는 금을 그으며 갈라졌다.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는 것이 만났다는 것을,
이제 손을 떼고 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도 그 순간 부인할 길이 없었다.            -채식주의자 247쪽 작가의 말 중 -



10년전 작가의 말처럼

어느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나무를 바라보았다.
이 나무는 언제 여기로 옮겨 심어졌을까..
영문도 모른채 여기로 옮겨져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를 만져 보았다.
매연으로 뒤덮여 있는 나무 껍질은 차갑지만
그렇게 거기서 살아 견뎌내는 뜨거움에 동지애를 느꼈다.

작가의 말처럼,,,

이제 살아 있음을 만났으니, 손을 떼고 더 걸어가야지..
순간을 부인하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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