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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실 May 21. 2018

엄마의 페미니즘:우리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

"차이와 사이의 페미니스트 정치" #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_그이후/토론문

엄마, 정치를 시작하다

 2018년 4월 11일. 엄마와 아이들이 국회 앞에 모였다.

 “우리는 ‘18년생 김지영’에게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이 아닌 ‘성평등 헌법’을 줄 것이다!”

     

 이들은 82년생 김지영 개인의 삶을 바꿔내지 못한 87년 헌법 체제의 한계를 지적하고 10차 개헌안에 ‘성평등-복지국가’의 가치를 명시함으로써, 다음 세대 아이들의 미래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등한 교육 기회에도 불구하고,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불평등과 모순을 여전히 답습해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기혼 여성 그 중에서도 엄마 노동자들은, 국회의 개헌 논의를 촉구하며 대통령 개헌안 상의 성평등 조항이나 아동권 조항의 수준을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자문위 안의 수준에 맞게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사노동・육아노동・간병노동과 같은 돌봄과 살림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국가가 함께 책임진다는 복지국가의 가치를 헌법에 명시하고 특히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엄마‘에게 그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성평등 개헌을 해야 하며, 아동의 주권과 행복추구권, 놀 권리와 생명권과 안전권 그리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는 10차 개헌으로 18년생 김지영이 더욱 행복하고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외친 것이다. 이들은 왜 정치하는 엄마가 되었을까? 이들은 왜 ’18년생 김지영‘을 위한 ’성평등 헌법‘을 위해 국회 앞에 모였을까?

     

 이 모임의 시작은 2017년 4월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하나 전 국회의원이 한겨레 주말판에 기고한 ‘엄마 정치’ 칼럼을 시작으로 모인 이들은 첫 모임 이후 50여일만에 비영리단체를 창립하고 “국회야 일 안하고 뭐하니”(칼퇴근법 및 보육 추경 6월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 “페미니즘 교육과 페미니스트 교사들에 대한 공격을 멈춰라” 공동 기자회견, “대통령님 우리도 떼 쓰면 되는겁니까”(정부-한유총 졸속합의 우려) 기자회견, “탈핵 엄마 아빠 선언”(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 촉구) 기자회견, “크리스마스에는 무기 모방 장난감 말고 평화를 선물하세요” 기자회견, ‘10차 헌법 개정과 남녀동수 개헌 촉구를 위한 300인 선언’, “18년생 김지영에게 경력단절, 독박육아 대신 ‘성평등헌법’을!” 기자회견 등의 활동을 이어왔다. 이들의 모습은 지난 5월 13일 방영된 SBS 스페셜 ‘앵그리맘의 반격’을 통해서도 소개된 바 있다.

     

 ‘모든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돌보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그들이 처한 정치・경제・사회적 모순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들이,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이러한 목표들을 실현해가기 위해 뜻을 모은 것이다. 이들이 다루는 주제는 노동・보육・페미니즘・교육・공동체・환경 등 생활 전반에 두루 걸쳐 있다. 이름 하여, ‘정치하는엄마들’. 이들은 엄마들의 경력단절과 독박육아가 우리 사회의 공적 의제이며, 당사자 정치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모순과 부조리를 해결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저출생을 걱정한다는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말 “이 바보야! 문제는 성평등이야!”

 대한민국은 2002년부터 무려 16년 동안 초저출산 국가 기록을 유지해왔다. 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인구 동향조사-출생·사망 잠정 결과’에 따르면, 작년도 한 해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출생아 수는 35만 7700명으로 전년도 대비 11.9% 감소한 수준이다. 1970년 통계를 작성해 온 이래 최저치다. 전세계적으로도 유례 없는 수준의 초저출생 추세는 단연 국가 존망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대통령 취임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러한 위기론을 반영하여 3대 국정 우선 과제 중 하나로 저출생 문제를 손꼽은 바 있다. 국회·정부·지자체 어느 곳에 가도 기-승-전-출생율 타령이다. 그야말로 무엇이든 저출생 해결과 엮으면 먹히는 시대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저출생 위기론이 남발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저출생 현상의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손꼽히는 성차별적 구조 개선에 대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투 국면에서 쏟아지는 선정적인 보도와 여론 동향,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백래시와 혐오 현상을 보고 있노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답답해진다. 대한민국의 저출생 현상을 걱정한다면서 젠더 불평등에 대해 눈 감는 정치인들에게 정치하는엄마들이 던지는 한 마디. “이 바보야! 문제는 성평등이야!”


맘고리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단언컨대) 우리 사회의 저출생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전망은, 미투 운동과 저출생 위기론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이중적 태도에서 더욱 자명하게 드러난다.

     

 우리 사회는 의제의 우선순위와 위계를 끊임없이 구분하며 젠더 문제를 지엽적이고 부차적이고 미시적인 문제에 제한한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제기된 공적 의제들은 보다 중요한 문제 해결이 선행된 후 논의되어야 할 사안으로 다뤄지기 일쑤다.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서의 저출생 위기론은 국가 존망을 좌지우지할만한 ‘우리 모두의’ 문제이지만,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성차별·성폭력 사회에 대한 고발과 변화를 향한 폭발적 열망은 피해의식이 가득한 ‘여성들만의’ 전유물로 취급된다.

     

 저출생 현상의 핵심엔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가 있다. 미투 혁명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성차별적 구조를 집단적으로 증언하는 가장 확실한 운동이다. 그러나 사회는 이 둘을 자꾸만 별개의 사안으로 구분하려든다. 저출생으로 인한 국가 존립의 위기를 논하는 와중에도 우리 사회는 끊임 없이 새로운 방식으로 미투를 소비한다.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한 문제의식과 해결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자꾸만 보다 참신하고 새로운 방식의 저출생 탈출 비법을 찾아 헤맨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산 파업이 일어나지 않는게 더 이상한 것 아닐까.

     

 엄마들이 경험하는 우리 사회의 면면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엄연히 존재하는 모성보호 규정(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여성은 두 명 중 한명 꼴로 첫 아이 출산과 함께 경력 단절을 경험하고 있다. 여성 대학진학률(76.4%)이 남학생(67.3%)보다 높고, 공직 내 여성공무원 비율이 43.9%까지 올라서 여풍 기획 보도들을 손쉽게 접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도 첫째 아이 출산 시 경력단절을 경험하는 대한민국 여성 비중은 44.6%에 달한다. 이리도 비현실적인 격차는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바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 문화와 현격한 성별 임금 격차 때문이다.

 2017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2번째로, 2016년 국내 취업자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이 2천 59시간에 이른다. 하루 법정 노동시간을 8시간으로 하고, 한달 평균 노동 일수를 22일로 기준했을 때, OECD 평균보다 1.7개월 가까이 더 일하는 셈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절대적 돌봄을 필요로 하는 영유아의 양육자가 아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생활 균형이 불가한 구조다. 오죽하면 과로 자살이란 말이 헤드라인에 보도 될 정도일까.

     

 절대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아이가 생길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더욱이 영유아기 아동은 발달 시기상의 특성상 면밀하고도 집중적인 1대 1 양육을 필요로 한다. 외부로부터 시간을 수혈 받지 않고는 일도 생활도 지속되기 어렵다. 아동의 권리보장은 상당부분 모부성 보호에 의존하고 모부성 이슈는 결국 양육자의 노동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아동권과 부모의 일생활 균형은 절대적 불가분 관계에 놓여있는데 우리의 노동 현실은 최소한의 아동권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시 말해, 아동권도, 양육자의 노동권도, 이모・삼촌의 노동권도 무엇 하나 지켜지기 어려운 현실이란 말이다.

     

 이 과정에서 결국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경험한다. 권고 사직과 같은 비자발적 퇴사부터, 일・생활 양립이 불가해 어쩔 수 없이 내몰리게 되는 (비자발적) 자발적 퇴사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경력단절이 일어난다. 육아기 여성들의 경력단절은 직종 변경 및 재취업을 위한 일시적 경력단절이 아닌, 육아 부담으로 인한 중장기적 경력단절로 이어지고, 노동 유연성이 낮은 대한민국의 노동 환경을 고려할 때 이들의 사회 재복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경력 단절 여성들을 위한 지원 정책이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상당 부분 직무 연관성 및 직종 관련성과 무관하게 이루어져 비판을 받는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최장 노동 시간(멕시코 다음)을 자랑하고, 최고의 성별 임금 격차를 보이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선, 제 아무리 성평등한 가정을 이룬다 할지언정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진다. 부부 둘이 조율해 해결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경력 단절을 면한다손 치더라도, 장시간 노동이 일반화 되어 있는 사내 분위기 하에서는 육아기 부모에 대한 별도의 지원 정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 과정에서 해당 인력은 주변화된다. 중요도가 낮은 부서로 밀려나거나 정리해고 1순위가 되는 식이다. 우리처럼 저임금 고강도 노동이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육아기 부모를 위한 단축근무제 도입은 제 효과를 보기 힘들다.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육아기 부모 이외의 노동자들 역시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할 수 있어야만 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이 창립총회 직후 ‘칼퇴근법 통과’를 촉구하며 단체의 첫 기좌회견 주제로 ‘노동’ 이슈를 내걸었던 이유다.

     

 그간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제도적 정책 노력 자체가 민간 시장 및 서비스를 확대하는 쉬운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는데 문제가 있다. 정치권의 필요에 의해 급조된 무상보육 정책은 누리 과정 예산 파동, 맞춤형 보육 논란 등을 거치며 누더기가 되었고, 취업모와 전업모간의 불필요한 갈등만 부추겼다. 무상 보육의 도입으로 영유아의 기관 이용률이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아동학계 관계자들은 현 보육 실태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영유아기 아동은 발달시기상의 특성상 면밀하고도 집중적인 1대 1 양육을 필요로 하는데 반해 현 무상보육 하에서는 상당 수 아이들이 이른 영아 시기부터 기관 내 집단 보육에 장시간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 역시 편하고 좋다는 이유만으로 불필요한데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무상보육의 도입은 결과적으로 집에서 놀면서도 어린이집에 애를 보내는 엄마(전업모), 일 좀 해보겠다고 그 어린 애들을 불쌍하게 어린이집에 맡겨 놓고 나가는 엄마(취업모)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프레임을 더욱 강화시켰다. 이러한 정황은 정치하는엄마들이, 출생과 양육 지원을 위한 국가의 역할이 ‘보육 시간을 12시간씩 늘려주는 방식’이 아닌 ‘노동 시간 단축’을 통해 일·가정 양립을 가능토록 하는데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취업모를 위한 보육 지원 시스템을 구축한대도 공공성·투명성이 취약한 우리나라의 공보육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다.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는 직장에 근무한다고 치더라도 출퇴근 시간 포함해 평균 10시간 이상 아이를 보육 기관 등에 위탁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엄마는 늘 일(사회적 자아)과 아이 둘을 놓고 가늠질해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다. 우리 사회에서 엄마가 된다는 건, ‘누더기 상태의 일-가정 양립’을 유지하거나 ‘사회적 자아의 상실’과 맞바꿔야 가능한 일이 되는 것이다.

     

 엄마들의 문제는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에게 한정되지 않는다. 돌봄・가사・간병 등의 노동은 여성의 전 생애에 걸쳐 비가시화 되고 주변화 된 방식으로 반복된다. ‘돌봄’ 가치를 (사실상) 저평가 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과 이중 잣대 역시 가사・양육・간병 등의 돌봄 책임을 국가적 책무가 아닌 엄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위한 효과적인 기제로 작용한다. ‘돌봄’ 자체는 가치 있고 중요한 사회적 책무이지만, ‘돌보는’ 주체는 이류 시민으로 취급하는 사회. 돌봄을 받고, 돌보는 이 모두가 경쟁에서 도태된 이들로 인식되는 곳,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노동이지만 가능한 값싸게 혹은 무임금으로 대체 되면 좋은 ‘돌봄’ 노동. 그 사각지대에 여성, 그 중에서도 엄마가 서 있다. 대체로 많은 여성들이 육아로 인해 경력 단절을 경험한 이후 자녀가 육아기를 지날 때 즈음 하여 또 다른 가족(대체로 부모 세대)에 대한 돌봄 의무를 짊어지고, 자녀가 출가와 출산을 경험한 이후에도 황혼육아란 이름으로 끊임없이 무임금(또는 저임금) 노동을 반복한다. 어린이집・병원・요양원 할 것 없이 여성 노동자가 그 주를 이룬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돌봄 책무를, 끊임 없이 노동하면서도 노동자로 취급 받지 못하는 ‘엄마’ 노동자가 집 안팎에서 무임금・저임금으로 받아 안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둔 여성에 대한 ‘모성 보호’의 관점을 넘어 ‘임신・출산・양육의 국가지원 의무화’와 ‘일・가정 양립 지원 의무화’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야만 하고, 생계 부양 및 돌봄 노동의 책임을 부모 양자에게 균형 있게 분배하고 돌봄의 국가적 책임을 촉구하며 여성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적극적 정책 개입의 여지를 확보하도록 하는 성평등 개헌이 필수적이다. 또한, 동수 개헌 등을 통한 여성 정치 대표성 확보 및 성별 임금 격차 해소 역시 그 어떤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보다 우선해 선행되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저출생 해소를 위해 국가보육책임제와 같은 허울 뿐인 구호를 내세울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어떻게 확보해줄 것인지에 관한 체계적이고 본질적인 질문과 노력이 이어져야만 한다.

     

<“금방 지나가. 애들은 곧 클 거니까 어떻게든 이 악물고 버텨”라는 말이 격려가 되던 시대는 끝났다. 집에서도 일터에서도 ‘반푼이’ 취급을 받으니 더더욱 슈퍼우먼이 되어 두 배의 역량을 발휘해야만 했던 시대, 엄마처럼 살지 않기 위해 독해졌고, 엄마처럼 살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쳤던 시대, 그마저도 어려워 패잔병처럼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이들의 상처 가득한 훈장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는 엄마들이 등장했다.>

     

 일-가정 양립이란 당위성과 현실의 간극은 여성 혐오와도 교묘히 연결된다. 일-가정 양립을 규범으로 삼지만 일-가정 양립을 사실상 이룰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전업모의 다른 이름은 무능한 엄마가 되고, 취업모의 다른 이름은 이기적인 엄마가 된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워킹맘과 전업맘이란 명칭 자체에도 엄마들을 향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시선이 전형적으로 녹아있다. 집 밖에서 유급 노동자로 일하는 엄마만 워킹(working)하는 엄마인가? 그렇다면 현재하는 노동에 대해 적정한 임금을 지급받지도 평가받지도 못하는 엄마는 working조차 하지 못 하는 엄마란 말인가? 역으로 비/미취업모의 다른 이름이 전업맘이라면 직장 생활과 가정 생활을 병행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은 엄마 역할을 반쪽만 해내는 반업맘 또는 무업맘이란 뜻인가? 이러한 호칭의 저변에는 돌봄과 양육의 책임을 엄마 개인에게 산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노동 가치는 인정하지 않는 모순된 인식과 사회적 강요가 깔려 있다. 가부장적 전형성에 기초한 사회에서 피해자는 엄마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도, 아빠도 공동의 피해자가 된다. 아빠 역시 가정에서 소외됨으로써 피해자로 전락한다. 출산・육아가 양육자의 희생을 담보해야만 하는 길이면서도,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과 성장의 희열을 맛 볼 수 있는 신세계이기 때문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사회적 육아의 필요성과 함께, 육아로부터 소외되고, 마더링 기회를 박탈당한 양육자들의 권리 투쟁을 촉구한다.  

     

<“‘가정의 천사’들은 집 밖으로 걸어 나와 이 사회의 한가운데에 서기로 했다.”>

     

 아이와 함께 커피숍에 가는 아빠는 ‘라테파파’로 불리지만, 아이와 함께 커피숍에 가는 엄마는 ‘맘충’으로 혐오받는 사회 속에서, 정치하는 엄마들은 끊임없이 되묻는다. 우리 ‘함께’ 행복해질 수는 없는거냐고.

     

     

우리, “함께” 행복해지기 위하여-


사람은 삶의 어느 기간 혹은 모든 기간 동안 자신의 생명 유지를 위해 반드시 타인에게 의존하게 된다. 즉 사람은 생존을 위해 돌봄과 살림을 필요로 하고 서로 돌봄과 살림을 주고받는 존재다. 이렇듯 돌봄과 살림은 인간 사회를 유지하는데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가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이를 사사로운 일로 치부하며 사회적·국가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출산과 육아, 자녀의 교육, 일상적인 가사노동, 간호 등 돌봄과 살림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단지 ‘집안일’이라는 말로 폄하하며, 그 책임을 오로지 ‘엄마’에게 전가해왔다. ‘모성’과 ‘모성애’라는 이름 아래 많은 여성들이 희생과 헌신을 강요받았고, 정치경제적 주체로서 자립할 기회를 박탈당했으며, 아줌마와 맘충이라 불리는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무릇 사람을 낳고 기르고 살리는 돌봄과 살림은 우리 사회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가 달린 일로서 엄마·여성·개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되며, 가족 공동체·지역 공동체·국가 공동체가 서로 함께 책임져야 할 영역이다. 이제 모성은 생식적 어머니와 분리하여 돌봄과 살림을 수행하는 모든 주체의 역할을 가리키는 개념이 되어야 하고, 우리 사회는 집단 모성·사회적 모성을 추구해야 한다. 나아가 혈연을 넘어서 돌봄과 살림의 관계를 기준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해야 하며, 가족구성원 간의 성평등한 관계를 법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사회적 모성을 바탕으로 모든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돌보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옹호하고, 그들이 처한 정치적·경제적·사회문화적 모순을 해결해 나감으로써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우리는 직접적인 정치참여를 통해 이러한 목표들을 실현하고자 모인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정치하는엄마들’을 창립한다.


     

 엄마와 아이의 행복은 왜 꼭 반비례 관계로 설정되는 것일까? 엄마의 일할 권리와 아동권의 증진은 언제나 ‘win-lose' 관계로 설정된다. 극단의 양자 택일만을 제시하는 사회를 향해 엄마들이 반문한다. 다른 사회를 상상할 수는 없는 거냐고. 그리고 연대한다. 사회의 시스템이 달라지면 엄마도, 아이도, 더불어 아빠를 포함한 공동의 양육자들 모두 ’함께‘ 행복해 질 수 있을거란 믿음으로.

     

<“정치하는엄마들이 바라는 사회는

비단 내 아이 한 명을 잘 키울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이모와 삼촌,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모두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는

공동체 의식을 향한 공공성이 구현되어야만,

서로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넘어서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엄마 정치의 힘이다.

엄마들로 시작된 정치가

엄마만을 위한, 엄마만이 하는 정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정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정치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이 말하는 ‘엄마’란 생물학적 의미의 여성, 그 중에서도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사람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들은 대안의 개념으로 ‘사회적 모성’, ‘집단 모성’을 제안한다. 이는 사회적 육아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말임과 동시에 시간적・물리적 한계가 분명한 운동 주체들의 새로운 운동 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돌보고, 서로가 서로의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대체하는 새로운 운동 방식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들에게 있어 ‘엄마의 정치’란,

나 자신의 고유한 이름과 엄마란 정체성을 함께 가질 수 있는 사회,

조성실 개인이면서 정후・준후의 엄마일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최선의 노력이며,

엄마의 페미니즘을 완성시켜 줄 최소한의 실천이다.

     

(이들에 관한 보다 자세한 소개와 활동 안내는 ‘정치하는엄마들’ 공식 채널과 책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생각의 힘, 2018)’ 참조)

     

     

<별첨 1> ‘정치하는엄마들지난 1년간의 발자취

2017.04.22. 첫번째 정기모임, <엄마정치>

2017.05.13. 두번째 정기모임, <엄마들의 정치 세력화 어떻게 할 것인가?>

2017.06.11. 정치하는엄마들 창립총회

2017.06.21. “국회야 일 안하고 뭐하니”(칼퇴근법 및 보육 추경 6월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 국회 앞

2017.06.27. 광화문 1번가(국민인수위) 10대 요구안 전달

2017.07.04.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 서울시 교육청 앞

2017.07.09. 네번째 정기모임, <왜 지금 엄마정치인가?>

2017.07.11. “이언주는 ‘밥하는 아줌마’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가”이언주 의원 사퇴 촉구 긴급논평

2017.07.26. “유아교육 보육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현장성명서 발표(제 2차 유아교육 발전 5개년 기본계획 4차 세미나 무산 관련 성명서)

2017.08.27. 다섯번째 정기모임, <엄마들의 노동권 행사하기>

2017.09.07. “페미니즘 교육과 페미니스트 교사들에 대한 공격을 멈춰라” 공동 기자회견

2017.09.12. “정치하는엄마들,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규탄한다” 긴급논평

2017.09.18. “대통령님 우리도 떼쓰면 되는겁니까”(정부-한유총 졸속합의우려) 기자회견2017.10.11. “탈핵 엄마 아빠 선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 촉구) 기자회견

2017.10.14.  여섯번째 정기모임, <낯익은 혐오, 낯선 인권>

2017.11.25.  일곱번째 정기모임, <어게인 0422>

2017.11.31. “국공립 40% 대신 아동수당? 스튜핏! 비리유치원 감싸기, 베리베리 스튜핏!” (아동수당, 비리유치원 감싸기 정부 규탄) 기자회견, 정부서울청사 앞

2017.12.07.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정치하는엄마들 비공개 간담회(김상희 부위원장 정책 간담회)

2017.12.21. “크리스마스에는 무기 모방 장난감 말로 평화를 선물하세요” 기자회견

2018.02.04. 여덟번째 정기모임, <엄마가 쓰는 개헌안>

2018.03.04.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 출범 기자회견

2018.04.01. 정치하는엄마들-박원순 서울시장 간담회

2018.04.06. ’10차 헌법 개정과 남녀동수 개헌 촉구를 위한 300인 선언’

2018.04.11. “18년생 김지영에게 경력단절, 독박육아 대신 ‘성평등헌법’을!” 기자회견

2018.04.12. “지방선거 후보님, 어린이날까지 아동인권 실현 약속해주세요!”(6.1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 대상 아동인권 실현 지방선거 정책과  ‘인권 실현 아동 보육 교육 현장을 위한 사회적 협약’체결 제안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

2018.05.10. EBS 다큐 시선 <잘 찍고 계십니까> 출연

2018.05.13. SBS 스페셜 <앵그리 맘의 반격> 출연

2018.05.21. 책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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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8)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취업여성의 일·가정양립 실태와 정책적 함의』(첫째 아이 출산 시 경력단절 경험 률, (전체평균 44.6%, 공무원 11.1%, 민간기업 종사자 49.8%, 비정규직 노동자 71.1%), 2016.



9) 통계청. <통계로 본 여성의 삶>, 2015.

10) 2016년 기준, OECD가 발표한 ‘성별 임금격차’ 결과, 영국 16.8%, 미국 18.5%, 일본 25.7%인데 반해, 대한민국 여성 노동자의 임금 중위값은 남성보다 36.7% 적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함.(2000년 이후 연속 1위)


 

11,12,14) 책  ‘정치하는 엄마가 이긴다(생각의 힘, 2018)’ 중 일부 인용

13) 비영리 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정관 전문

14) -홈페이지 : http://political-mamas.org/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political.mamas/ 

-페이스북 그룹 : https://www.facebook.com/groups/political.mamas/ 

-네이버 카페 : http://cafe.naver.com/politicalma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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