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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실 Jul 29. 2018

슬리핑차일드케어 도입'만으로'

어린이집 사건 사고 줄일 수 있을까?

<어린이집 사고, 재발방지 대책은 없는가> 긴급 좌담회

2018.07.25.(수) 오후 2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정치하는엄마들 조성실


1. 슬리핑 차일드 체크 도입‘만’으로 어린이집 사건·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는 7월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를 통해, 잇따른 어린이집 안전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으로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를 즉시 도입하고 ’안심 등·하원 알림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리주체의 책임 확보를 위한 제재규정을 강화하고, 지자체의 책임 확보 기제를 마련‘하며, ’통학차량 동승 보육교사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아동학대 예방교육 역시 구체적 사례 중심으로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뿐만 아니라 ’보육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보육지원체계에 대한 근본적 개편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총 12페이지에 걸쳐 작성된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 및 아동학대 근절 대책‘ 브리핑 자료에서 구체성과 실효성이 눈에 띄는 대책은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Sleeping Child Check)'를 비롯한 실시간 확인 시스템 하나 정도다. 그 외의 대책들은 관련 기준을 강화하거나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건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건지 명확한 그림을 제시하지 못한다. 2016년도 두 건의 어린이집·유치원 차량 사고 발생 이후 ‘통학 차량 이용 아동의 출결사항 관리 강화’를 위한 지침이 개정됐음에도, 올 여름 또 한 명의 아이가 어린이집 차량에 방치 된 채 사망했다. 지침은 유명무실했다. 현장에선 구동되지 않았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지침은 있지만 관리·감독은 부실한 상태, 정부의 행정지침 준수 여부가 개인의 양심에 맡겨 있는 것과 다름 없는 상태에서 중앙 부처의 지침이 꼼꼼히 준수되길 기대한다는게 더 이상한 것 아닐까? “유사 사례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완전히 해결할 대책을 세워 신속히 보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이번에도 역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처벌을 강화’ 하고,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교육내용을 구체화’ 하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개선책들만이 보고되었다. 이쯤 되면 되묻지 않을 수 없어진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대책인가?”


2. 진정한 사각지대는 어디일까? 지자체·정부의 책임은? 부모의 역할은?

  충격적인 어린이집 사건·사고 소식이 들릴 때마다 아동 학대를 비롯한 관련 범죄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보육교사의 자질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 브리핑 자료에서 제시된 안전·학대의 관리주체 책임 강화 수준은 이보다도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 기관 내 영유아 안전 및 학대 사고 발생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하고 해당 교사 뿐 아니라 관리자인 원장까지도 ‘5년간 타 시설에 취업을 못하도록 제재 강화’함은 물론이거니와, 사망을 포함한 중대한 아동학대 발생 시 영구적인 자격정지 및 유관시설 취업 제한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안전 기준을 미준수하거나 아동 학대가 발생했을 경우, 실질적 규제효과를 가질 수 있는 엄격한 수준의 과태료 및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법 제도적 개편이 필수적이다. 대통령의 지시와 같이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하고 양성과정의 수준을 높이는 대책을 함께 강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정말 거기까지일까? 이런 대책을 마련하는 것만으로 수만 개의 어린이집들로 하여금 지정된 매뉴얼을 준수하도록 할 수 있을까? 기관 내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제 아무리 적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더라도 제대로 된 관리 감독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 공공성 강화가 요구되는 현재의 대한민국 유아교육 보육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그간 ‘어린이 통학차량 안전강화 종합대책’(13년),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 대책’(15년)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지속 추진해왔다고 밝혔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대책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다. 심지어는 대책과 지침이 마련됐는지 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어린이집 CCTV설치를 의무화했다지만 부모들은 필요한 순간에도 영상을 열람하기 어렵다고 성토하고, 통학차량을 매년 전수조사 하고 안전교육 해 왔다고 밝혔지만 동두천 사건의 운전자는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는 수많은 안전규정 등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이제껏 마련 된 숱한 대책들을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새롭게 강화되고 마련되는 지침과 대책들은 과연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관리 책임자들의 면피용 자료인가?


  실효적인 관리 감독도 부재하고, 미이행 적발 시 처벌 연계성도 낮고, 중대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에야 사후약방문으로 들춰보게 되는 대책들. 사망을 포함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에도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난이 그치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 시급한건, 안전 및 처벌 기준 강화, 잠자는 아이 확인 장치‘와 같은 실시간 확인 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보육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재구성‘이다.

  무엇보다, 기관 내 안전 및 아동인권 제고를 위한 지자체와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정부 지원금이 영유아 보육 기관으로 직접 유입되고, 무상보육이란 이름으로 대다수의 영유아가 기관을 이용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유아교육·보육의 공공성 담보를 위한 정부·지자체의 말 그대로 책임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서류 중심의 기관 평가로는 그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황에서는 기관들의 행정 의지 역시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례로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들어보자. 영유아보육법 제 25조에 근거한 어린이집 운영위원회의 경우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모든 어린이집에서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어린이집 운영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2018년 4월 26일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관내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설치 현황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 한 바 있다. 그 결과,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에서 ‘해당 정보 부존재’ 또는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비공개사항 제7호에 따라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로 인한 비공개 통보를 받았다. 다시 말해, 시행령 상으로는 의무 설치하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관내 어린이집에서 운영위원회를 설치했는지 여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관한 관리 감독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뿐 아니다.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은 2017년도 2월 유치원·어린이집이 집중해 있는 9개 지역을 중심으로 규모(원아수, 예산)가 크거나 여러 개의 기관을 운영하는 95개소(유치원 55, 어린이집 40)를 선정해 특정 감사를 실시했고 이 중 91개 시설에서 609건의 위반사항과 부당 사용금 205억원을 적발한 바 있다. 적발 내용은 기관 운영과 무관한 사적 유용 뿐 아니라, 유통기간이 경과한 식재료를 사용할 목적으로 보관하고 있거나, 설립자나 원장의 친인척을 채용해 실제 근무 여부 등의 증빙 없이 고액의 보수를 부당하게 지급한 사례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에 정치하는엄마들은 올 해 4월 국무조정실·교육부·보건복지부를 상대로 해당 특정 감사 적발 기관 명단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였으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 감사와 수사에 관한 사항이며 개인정보에 해당되어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결국 국무조정실과 인천시 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위 두 사례는 공공기관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행정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많은 행정지침과 기준 강화 대책이 마련된다 한들,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따라서 이번 대책 마련에서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안전 사고 및 아동 학대 예방을 위한 관리감독 체계 마련이다. 반드시 지자체의 책임 확보를 위한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지자체 평가 감정 기제 이외에도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육 기관의 안전관리에 전념할 인력 체계도 확보되어야 하고, 부모들의 참여와 권한을 강화할 기제가 필요하다.


 부모 참여가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는 관할 지자체보다도 더 강력한 관리 감독 기제로 작동 될 수 있다. 어린이집이 일상적으로 개방되고 부모들이 운영에 적극 참여할 때 상시적 관리 감독과 견제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는 등하원 시 어린이집을 일상적으로 개방하고,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역·전국 단위의 운영위 네트워크 구성도 중요하다. 소규모 어린이집 단위로 고립된 운영위 구조에서는 학부모 위원이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기 어렵다. 좋은게 좋은 식으로 넘어가거나, 거수기 역할에 그치기 쉽다. 따라서, 운영위원회의 본래적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초·광역 지자체별 어린이집 운영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가능하다면 전국 단위의 연대체를 조직해 실무적 교육 및 역량강화, 아동 인권 제고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법제도적으로 가능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해가야 한다.



 3. 비용 지불 없는 안전 강화의 허구성

  마지막으로 예방적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예산이다.


  시스템을 도입하는데도, 안전망 구축을 위해 인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도 결국은 예산이 필요하다. 이번 대책의 경우 연말까지 모든 어린이집 차량에 ICT를 활용한 기계적 방식인 슬리핑 차일드 체크 시스템을 즉시 도입하도록 하고 설치비를 일부 지원하겠다는 항목과, 안심보육 환경 마련 및 어린이집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해 진행되고 있는 7억원 규모의 BPR/ISP 연구 용역의 일환으로 ‘안전 등·하원 알림서비스’ 및 보육 교사 행정업무 자동화를 조성하겠다는 발표가 포함되었다. 딱 거기까지다. 작년도 대비 연간 7만명 이상의 신생아수가 감소해 초저출산 해결을 위한 국가적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 시점에,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련된 이번 대책에서도 대한민국 보육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은 다뤄지지 못했다.


  한 아이가 인간다운 돌봄을 제공 받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력 규모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이번 대책에서도 언급되지 못했다. 물론 교사 1인당 돌보는 아이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4살배기 아이가 폭염 속에 차량에 7시간 동안 방치 돼 사망하거나 11개월 아이가 낮잠 시간에 이불에 짓눌려 사망하는 것과 같은 참사와 비극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열악한 보육 현장에 대한 이야기는 어떠한 연유로도 이러한 참사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이러한 사건 사고가 재발 되지 않고 근본적으로 근절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안전 기준과 처벌의 수위를 높이고, 보육 교사 양성 과정의 질을 높이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그것은 바로 교사 1인당 아동 수 축소다. 아이들의 안전을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영유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하는 비용을 전제해야 하고, 이러한 예산은 아이-교사 당 눈맞춤과 상호작용의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해 주는 방식으로 지출되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 1인당 아동수 축소를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과 표준보육비용의 산정 및 보육료 현실화가 요구된다. 결국 예산이 확보될 때 가능한 얘기다.


4. 보육, 새 판을 짜야할 때!

  결국, 아이에게도, 양육자에게도, 교사들에게도, 운영자에게도 가장 좋은 보육 모델은 무엇일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유보통합 기관에 양육자와 아이가 손을 잡고서 도보로 등하원 할 수 있는 그림이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며 단체로 차량을 타고 다니지 않아도, 아이의 등하원을 남에게 부탁하지 않고도, 일하며 아이 키울 수 있는 나라 말이다. 국공립 유치원 로또를 기다리지 않아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 유치원 어디서든 양질의 보육 품지을 담보 받을 수 있는 나라. 그렇기에 믿고 아이를 맡기고 즐거이 돌아와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나라야말로, 새롭게 짜야 하는 보육의 새 판이다.


  양육자가 직접 아이를 어린이집 실내까지 인계하면 보육 현장의 일상성을 목도할 수 있고 구태여 열린 어린이집 행사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이 열리게 된다. 반복적인 대면 관계와 일상적 개방성 속에서 교사-부모 또는 부모-운영자간 신뢰가 싹틀 수 있다. 법적으로 규정된 교사 대 아동비율을 낮추고,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지자체·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해 부모의 참여를 강화하면 공동육아적 보육 체계가 가능해진다. 가정과 기관과 마을에서 자연스럽게 일상이 공유될 때 아이도 어른도 행복한 보육 현장이 가능해짐은 물론이다.


  이제 우리 보육, 새 판을 짜야할 때다.


  짜깁기 대책, 칸막이 행정을 넘어, 공보육적 관점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시는 이러한 죽음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어른들에게 맡겨진 책임이 크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48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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