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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실 Nov 02. 2018

'박용진3법'(유피아3법)보다 중요한 것은?

20181031 [국회토론회]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대안 마련

1. 들어가며

- 10월 27일 한겨레는 “유치원 전수감사·명단공개, 전남·울산은 어떻게 해냈나”라는 헤드라인의 기사를 통해 지역간 편차가 큰 유치원 감사의 허점과 실태를 고발한 바 있음. 대국민적 관심과 공분을 불러 일으킨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 이후 전국 소재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전수 감사를 실시하고 실명을 공개하겠다는 대책들이 발표되었지만, 사실상 전남, 울산, 세종 등의 지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수 감사와 실명 공개가 이루어져 왔음.      


- “국무조정실도 비공개한 감사 적발 유치원 명단을 공개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담당자들의 답변은 굉장히 원론적이었음.  “다른 지역이 감사 원칙을 안 지킨 것 뿐”    


-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의 핵심은, 관련 법제도의 미비성 뿐 아니라, 정부 당국의 “의지” 자체에 있음    


- 전년도 2월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은 이미 어린이집·유치원 실태 점검 조사 결과에 대한 조치로, 국가회계관리 시스템의 도입 뿐 아니라 인사관리 시스템 및 처음학교로와 같은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겠다 밝힌 바 있음. 그러나 관련 정책은 거의 추진 되지 못한 상태임.  

   

- 심지어 전년도 10월 ‘유아교육정보 시스템 구축 운영’에 따른 특별교부금 예산으로 책정됐던 ‘사립유치원 행정지원시스템 구축 운영’예산 6억 6천만원 정도가 올해 2월 사업 중단 결정으로 전액 삭감되었던 바 있음.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사업 중단 사실조차 시도교육청에 공문 통지 하지 않았으며, 담당 과장의 전결로 이루졌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음    


- 뿐만 아니라,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올 해 5월 30일경 국무조정실과 인천시 교육청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이후인 7월 5일경 교육부는 유치원 합동점검 결과 정보공개 건과 관련하여 관련 업무담당자 협의회를 개최하였음. 이 자리에서, 교육부 차원에서 서울 고검 송무과와 정부법무공단에 해당 건에 대한 유권 해석을 의뢰한 결과, 정치하는엄마들이 정보공개 요청한 사안이 비공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짐. 그럼에도 국무조정실과 인천시 교육청 양측 모두 법원에 공식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현재까지도 소가 진행 중인 상황임.  

   

- 또한 지난해 9월 한유총의 집단 휴원 예고 당시, 교육부는 집단 휴업을 강행할 경우 재정지원금환수 ,정원 감축, 신입생 모집 정지, 유치원 폐쇄 등의 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여전히 사립 유치원의 집단 휴업시 즉각적인 실효를 담보할 만한 예방책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임. 지난 25일 발표한 종합대책을 통해 발표된 교육감 직권의 운영개시명령권 등에 관한 사안은 진작에 도입됐어야 하는 방침이었음.    


- 교육부와 교육청, 국회 차원에서 진행한 각종 행사와 토론회 등을 파행시키는 과정에서 자행 된 한유총 차원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지할 만한 어떠한 공권력도 행사되지 않았음. 그 결과, 유아교육 기관을 이용하는 수십만 원아와 그 학부모, 예비 유치원생과 그 학부모들이 입은 피해는 심각한 상황임. 그러나 대국민적 관심과 공분이 비리 유치원 사태에 쏠리게 된 2018년도 국정감사에 직전까지도, 한유총의 온갖 비리 행태 등은 공권력의 묵인과 방조 속에 반복되어 온 것과 다름 없음.     


- 요약하건대, 비리 유치원 사태가 이렇게까지 촉발된 데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그간 이 모든 상황을 뒷짐 지고 방임 해 온 정부 당국에 있음. 비리 유치원을 키운 8할은 교육 당국임. 따라서, 발표된 종합 대책의 이행만큼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엄중한 사과와 담당자들에 대한 무게 있는 문책임.

2. 의의와 과제

- 25일 발표된 종합 대책 및 박용진 3법의 경우, 그간 공공연하게 자행되어 온 유아교육 기관들의 비리를 법제도적으로 예방할 수 있단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함.   

  

 다만, 더 중요한 것은 책임 있는 이행 그 자체임.


- 2017년도 2월 어린이집 유치원 실태 조사 이후에도 다방면의 대책이 강구되었으나 그저 서류로만 전략한 상황임. 따라서, 발표된 종합 대책 및 박용진 3법 역시 사문화된 법제도로 전락하지 않고, 실효성을 갖춰 추진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가져야 할 것이라 판단됨.   

  

- 현재까지 발표된 종합 대책과 개정 발의된 법안의 경우, 결정적으로 현장 감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한 상황임. 에듀 파인을 중심으로 한 국가회계관리 시스템이 최우선적 당면 과제임은 자명한 사실임. 다만 이번 사태에 대국민적 관심과 공분이 쏟아진만큼 향후 서류 업무상으로 세무 회계상 위법 사항을 찾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임. 향후 기장 전문 업체 및 프리랜서가 성행할 것이란 예견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임. 따라서 전산상의 회계관리시스템 뿐 아니라 현장 감사를 담보할 수 있는 차원의 감사 체계 구축이 시급한 상황임. 각 교육청 차원에서 전수 감사를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확보된 인력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상황임.   

  

- 현장 감사의 경우, 부모 운영위원 등을 시민감사관으로 의무 참여 하도록 하는 방안이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있음. 실제로 유치원 교사들의 제보에 의하면 감사 실시 직전 이중 장부 작성을 위한 행정 업무가 과중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짐. 공시 시스템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양육자들의 이용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중 장부 여부까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에, 실제 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거나 최소한 관내 유치원간 교차 점검 형태를 통해서라도 학부모 운영위원 또는 학부모 위원이 일정 비율 이상 시민 감사관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이 효과적임.    


- 덧붙여, 사립유치원의 운영위원회를 자문 기구가 아닌 심의 의결 기구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음. 또한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기준에 준하여 사립 유치원의 운영위 설치 조건도 조정해야 함. 현재는 재원 아동 수 기준 20명 이상의 경우 의무 설치하도록 되어 있고, 이조차도 자문 기구로서 한정되어 있어 사실상 아무 역할을 하고 있지 못 한 현실임    


- 이번 논란에서 크게 불거진 문제점 중 하나가 허술한 공시시스템에 관한 사안임. 실제로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에 따르면 관련 법규에 의거하여 공시 시스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 주체가 원으로 되어 있고, 감사 적발 기관 및 내용에 관한 원정보(raw data)에 대한 학부모의 접근이 불가한 현재의 상황에서 유치원에서 허위 축소된 사항을 알리미에 공시해도 알아챌 수 없는 구조임. 또한 1차 시정 명령 시 즉각 조치할 경우, 공시 의무가 없어 사실상 공시시스템의 효력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태임.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의 특정감사에서 적발된 54개소 유치원의 경우 관련 내용이 유치원 알리미에 전혀 공시되지 않았음. 유치원 알리미의 공시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는 전면 하락한 상태로 관련 법제도적 개편이 시급한 상황임    


- 지난 부패척결 추진단 감사 결과, 회계 비리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 사안 중 하나가 가족 경영 중심 운영에서 촉발된 부작용이었음에도 이번 종합 대책 및 관련 법안에서는 해당 부분을 규제할 별다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음. 특별히 교직원 및 교원의 임용 및 처우 등에 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제시되지 않고 있어, 150만원 대의 월급을 본봉으로 받는 평교사가 연봉 1억원대의 월급을 받는 사무직원과 함께 근무하는 등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급여 지출이 합법적으로 자행되고 있음.     


- 이 뿐 아니라, 부모 부담금의 인상율은 직전 3개년도 물가인상율을 기준으로 상한이 고정되어 있지만, 원별 부모 부담금의 상한액 또는 관련 지침은 부재한 상황이어서, 국공립과 사립간 부모부담금 격차가 큰 상황임. 각종 명목의 부모부담금의 경우(특별 활동, 생태 체험 등) 다양한 형태의 회계 비리 근거로 활용되고 있음이 이번 명단 공개 결과 공히 드러남. 따라서 관련한 논의 및 대책 역시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임    


- 또한 평교사들의 내부고발을 가능하도록 하는 관련 제도의 보완과, 인사관리시스템의 전면 도입 등도 적극 도입되어야 할 시점임.     


- 작년도 7월 2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4차 세미나> 현장에는 정치하는엄마들 회원 대여섯명과 아이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음. 그 당시 버스를 대절해 동원한 인원으로 행사장을 점거하고 설명회를 파행시킨 한유총 회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가히 충격적이었음. “어차피 워킹맘은 아이들이 볼모로 잡혀있기 때문에 결국엔 우리 편이다. 뭐든 우리 뜻대로 되게 되어 있다.”거나 “장학관을 조지러 가자”는 등의 발언이 자연스럽게 오가는 현장에서 대한민국 유아교육 현장의 민낯을 보았음. 9월경 이어진 집단 휴업 당시에도, 최근 촉발된 비리 유치원 사태에도 가장 민감했던 사안은 ‘집단 휴원’, 또는 ‘집단 폐업’으로 인한 유아교육보육 대란 가능성이었음. 원아 수 기준 75% 가량을 사립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비할 뾰족한 대책이 없는 현실과, 이러한 대국민적 겁박에 적당히 타협하며 직무를 유기해 온 교육 당국으로 인해 오늘 날의 사태가 촉발되었다고 생각함. 따라서, 이에 대한 강경한 대응책이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임.    


- 그 일환으로 유아교육 보육 기관의 집단 휴업 또는 폐업 시, 고용 노동부 차원에서 자녀 돌봄 긴급 특별 휴가를 제공 하는 등 범부처 차원의 대처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법제도적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음. 유아교육은 결국 부모의 노동의 문제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문제임. 집단 휴원 등과 같은 긴급 상황에 대한 대처는 교육부를 중심으로 유아교육 및 보육 서비스를 긴급 지원 하는 방식의 차원을 넘어, 부모의 노동 유연성 차원에서도 다뤄져야 함. 긴급 상황 시 개별 가정에서의 긴급 돌봄 역시 가능하도록 양육자들이 노동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성평등 노동 차원의 대책 역시 필요한 상황임.    

3. 덧붙이는 글

 국무조정실 산하 부패척결추진단에서 지난해 2월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55개소 유치원에 대한 감사(이 중 54개소 적발) 내용 뿐 아니라 40개 어린이집에 대한 감사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총 95개소 어린이집 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 91개소가 적발 되었고 평균 비용으로 보자면 유치원의 경우 평균 3억원, 어린이집의 경우 평균 8천 만원 가량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종합대책은 교육부를 중심으로 한 유치원에 대해서만 나왔다. 왜일까?"

"국민적 관심이 유치원 비리에 쏠려 있었기 때문에. "


 인터뷰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정부가 앞장서서 어린이집 유치원에 대한 통합적 감사 기준과 종합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우선 초점은 유치원을 중심으로 한 유아교육 기관에 집중되었다.


 주무부처와 기관은 달라도 어린이집 유치원의 정책 수요 그룹은 동일하다.  그 중에서도 만3세-5세 아동의 경우 누리과정이라는 국가표준교육과정을 제공받는다.


 원론적으로, 이번 종합대책은 유아교육보육의 통합적 관점에서 나왔어야 했다. 교육부가 아니라 국무조정실이 책임져야 했다. 물론 기대'도' 안했다. 유치원 문제 하나라도 잡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당국이 앞장서지 않으면 늘 그래왔듯, 우리가 앞장서면 되는거니까.


 종합대책이 발표된 25일은 정말이지 정신이 없없다. 지난 이주간 전화 응대'만' 하루에 평균 50~60통, 25일 전후로는 약 100통 이상씩 이어졌다. 밤낮으로 생방송 라디오 인터뷰가 있던 엊그제. 남편은 출근하고 나는 생방송 인터뷰를 해야했다. 황급히 두 아이를 챙겨 이웃집으로 뛰어갔다.8시 30분에 인터뷰 시작이라고 해놓고 여적 도착하지 않는 내가 걱정됐던지, 아이를 봐주기로 한 OO언니가(공동육아 멤버) 잠옷 차림으로 1층까지 뛰어내려왔다. 우리 아이들을 직접 데리고 올라가려고. 아이들을 건네자마자 방송국에서 걸려온 전화. 코너를 돌아 전봇대에 기대 서 인터뷰를 하려는데 만감이 교차했다. 심지어 그 집 아이 둘은 자고 있는 아침이었다. 여러모로 함께 힘을 모아주는 정치하는엄마"들"과 공동체의 도움을 생각하며 부채감과 책임감이 배가됐다.


 그 날 저녁. 아이들을 맡기고 놀이터 그네에 앉아 전화 인터뷰를 하는데. 왈칵 서러움과 분노가 쏟아졌다. 유치원쪽과 물밑대화 진행 중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교육부 담당자가


 "네. 계속 저희하고 유치원단체들하고는 계속 지속적으로 얘기 나누고 있고요"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인터뷰 중


 이번 종합대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육 당사자들의 현장 이야기는 얼마나 반영이 되었을까. 종합대책 준비과정에서 교육부로부터 공식/비공식적인 대화를 제안받은 양육자 그룹은 정치하는엄마들, 동탄 비대위를 포함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전히 정부가 부모들을  문제제기는 할 수 있을지언정 대안을 제시할 역량은 없는(또는 부족한) 그룹으로 보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기계적인 행정 관행을 벗어나지 못해서? 아니면 정녕 여야를 불문라고, 부처/기관을 불문하고 이들을 비호하는 그룹이 있어서? 깜깜한 밤, 내 아이 밥을 옆집 엄마들에게 부탁한 채, 동네 놀이터 그네에 앉아 간신히 전화 인터뷰에 응하는 내 모습을 자각하면서. 다시 한 번 정치"하는"엄마들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당사자 정치가 필요하다》

 우리가 아무리 말해도 당사자가 아닌 행정기관과 정치인들은 우리의 절박함과 사안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말하지 않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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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겨져 있는 쟁점을 밖으로 드러내
 특정 세력이 일방적으로 의제 설정을 할 수 없도록 하는게
 정치의 역할'이다.
 
 -  책<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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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낳고 기르고 입히고 먹이고 교육하고, 이들과 함께 자라가는 모든 일들을, 정치적 의제로 드러내는 일. 이것이 바로, 엄마들이 정치'해야'하는 이유다.
그래서 엄마는, 오늘도, 정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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