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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실 Nov 27. 2023

[논찬문] 민주주의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기윤실 모두를 위한 정치 연속포럼 4차 2023.10.26 

논찬 [연속포럼 4차] 민주주의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 포퓰리즘, 반다원주의, 엘리트주의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조성실(시사평론가)


1. 들어가며

  먼저, ‘민주주의의 걸림돌과 해법’을 주제로 논의하는 공식적인 자리에 논찬자로 불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발제문을 준비해주신 하상응 교수님과 행사를 위한 제반의 과정을 준비해주신 기윤실 간사님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논찬은 발제문에 제시된 현황 분석 자료를 전제로 ‘모두를 위한 정치’를 도모하기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추가적 사안들이 무엇인지 첨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2. 본론  

  전세계적으로 민주주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추세 속에 국내의 정치적 양극화를 지적하는 여러 자료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체로 인상 비평 차원에 그치는 실정입니다. 젠더 및 세대 간 갈등 자체를 정치적 양극화로 등치시키거나 온오프라인상에서 사건화된 몇몇 사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양극화란 단어를 일종의 수사로 덧붙이는 등의 경향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용어에 대한 학술적 개념 정의를 바탕으로 실증 분석을 진행한 발제문의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개괄적 개념으로 통용되었던 정치적 양극화를 이념 양극화와 정서적 양극화 두 측면으로 구분하고 국내 유권자의 경우 이념 양극화보다는 정파적 배열 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분석한 점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정서적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정치 이념 지형에 대한 스펙트럼적 접근을 제언한 부분에도 동의합니다. 진영 중심의 정치적 사고를 벗어나, 자기 고유의 교차적 정체성을 기준으로 한 정치적 의사결정이 요구된다는 점에도 적극 동의합니다. 공고한 양당 제체 중심의 정당 구조일수록 더욱, 비판적 지지가 전제될 때에야 정당 내 자정 능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념 양극화 경향과 달리 정파적 배열 경향의 경우 중도성향의 무당파 유권자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써 다수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한 전략 구축이 상대적으로 용이한다는 발제자의 분석과 무당파에 관한 분석에 관해서는 조금 더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눠보고 싶습니다.  


 1) 정파적 배열 경향에 관한 양극화 해결 방안에 관하여

  정파적 배열 경향 현상의 경우 중도성향의 무당파 유권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통해 지지기반의 확장이 가능한 만큼 이른바 스윙보터를 확보하기 위한 정당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각 당이 표방하는 주요 정책들도 상대적으로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 현실은 이러한 이론적 분석과 다소 상이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첫째, 내부 공천 시스템이란 허들, 둘째, 일명 팬덤 정치로 표현되는 열성 지지자들의 문제, 셋째, 기존 선거제도의 한계로 인한 현실적 한계가 그 주요 원인일 것이라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에 제공된 당선자 통계 자료를 근거로 지난 세차례의 총선 결과 정당별로 어느 정도 비중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를 배출했는지를 그래프로 표현한 자료입니다.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총 253명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한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무소속 당선자는 각 5명(21대 총선), 11명(20대 총선)이었고, 19대 총선의 경우 총 246명의 지역구 당선자 중 무소속은 3명에 불과했습니다.


[표1] 지역구 국회의원 정당별 의석수 (총선일 기준)


  국내 정치 지형에서 정당을 통하지 않고 제도권 내 직업 정치인이 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총선 및 시군구의회 의원 및 지자체장 등 선거를 거쳐 당선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당 내 공천 과정도 필수적으로 통과해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당별 공천 시스템은 선거 정세에 따라 그 기준이 매 번 달라져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고 당연히 중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준비하기란 더욱 난망합니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당내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는 선거 출마가 요원한 상황이고 정당 입장에서는 정치적 열정을 가진 당원들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호 의존적 구조로 유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관할 지역구 내 지지기반의 요구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예선을 통과해야 결선에도 참여할 자격을 얻는 법인데 예선을 통과하기 위해선 당내 팬덤에 편승해야 하고 당내 팬덤에 편승해 배출된 선수들은 결국 중도적 성향의 무당파 유권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 제도를 통해 지역구 기반의 국회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혁적(이고 사회통합적인) 태도를 보이는 초선 의원들의 출현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정당 내 공천 권력 구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책보다는 인물 중심의 정치 선호가 도드라지는 국내 정치 현실 속에서 외부로부터 인재를 수혈하는 형식의 인재영입 방식이 한동안 주목을 받는 듯 보이기도 했으나 인사 검증 과정에서의 도덕성 논란, 정치적 역량의 부족 문제 등으로 이에 대한 국민적 기대 또한 낮아진 상황입니다. 이와 함께 선거제 개혁에 관한 지난한 논의 끝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지난 총선 과정에서의 위성정당 논란, 제3지대를 표방했던 여러 정당들이 보여 준 지난 역사를 거치며 양당정치화는 더욱 공고해 진 형국입니다. 결과적으로 정파적 배열에 기여한 정당 구성원들의 직간접적 영향이 정당들의 이념적 양극화 특히 대외적 메시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에 관한 발제자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2) 정서적 양극화가 이념 양극화에 미칠 중장기적 영향에 관하여

  마지막으로 이념 양극화 현상이 과대 표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분석에 관해 논의하고 싶습니다. 발제문은 무당층 중 중도 성향의 유권자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념 양극화 자체가 심화되고 있다기 보다는 1인 미디어와 정파성을 띤 미디어의 등장으로 양극화를 언급하는 정보가 많아져 이념 양극화 현상이 과장되게 표현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대체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이들이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입니다. SNS의 등장으로 정서적 양극화를 주도하는 이들의 영향 범위가 넓어졌고 뉴스를 접하는 매체가 변화함에 따라 확증편향 및 가짜뉴스 문제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영향은 비단 상대에 대한 혐오 발언에 그치지 않고 스윙보터의 탈정치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단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실증 자료가 필요하겠지만 최근 몇 년간의 추세를 지켜 볼 때 정서적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피로도가 커지고, 협치가 실종된 제도권 정치 현실이 수년간 지속됨에 따라 스윙보터이자 잠재적 지지자로 존재했던 무당파의 특성도 변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누구를 뽑을지 정하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관심을 가지고 투표장과 공론장에 나갈 의향이 있었던 무당파와 달리 아예 탈정치하는 무당파 비중이 커질수록 사회통합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중간지대가 사라질테고 이는 결국 정당 및 정치인들의 중장기적 이념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의 직간접적 자료 분석으로는 무당파 중 중도적 성향인 유권자가 꾸준히 늘고 진보-보수 정당 지지자 중 스스로 이념적 중도라고 생각하는 유권자 비율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더라도 현재 파악되고 있는 정서적 양극화가 결국엔 이념 양극화를 견인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하게 될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5. 나가며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결국 ‘누가 그리고 “어떻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의 문제에 다다릅니다. 모두를 위한 정치에 부합하는 선거제도 개혁과 선거구 획정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 정당 내 민주주의를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진영에 갇히지 않고 스스로 사유하는 정치적 시민의식을 어떻게 함양할 수 있을까의 문제 말입니다. 지난 7년간 시민단체 활동가로,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정당 대변인으로, 총선 후보로, 시사평론가로, 두 아이의 엄마로 여러 역할을 오가며 고민해 왔지만 사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저는 아직 찾지 못 한 것 같습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고민, 때때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느껴지는 구조적 모순 앞에 저 한 사람의 고민이 의미가 있을까 싶어 낙심하는 순간도 없지 않습니다. 하여 졸고에 담아내지 못 한 해결방안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지는 자유 토론 및 질의 시간을 통해 이어가고 싶습니다. 희망을 나누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상응 교수님과 이명진 간사님, 그리고 자리에 함께해주신 참석자분들의 고견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1. 가상준(2022), “투표 참여를 통해 본 한국 무당파 유권자의 특징”, 『현대정치연구』, 2022년 겨울호(제15권 제3호), pp.66-97 (32 pages)

2. 강병익(2022), “한국의 반지성주의적 팬덤정치와 정당의 내파와 축소”, 2022 한국정당 학회 하계학술대회, pp.595-603 (9 pages)

3. 박준(2022), “정치양극화 수준의 국제비교와 시사점”, 『KIPA ISSUE PAPER』, 통권 122호, 한국행정연구원

4. 채진원(2022), “미국 정치적 양극화 논의가 한국정치에 주는 시사점”, 『인문사회21』, vol.14, no.3, 통권 58호 pp. 907-922 (16 pages)

5. 한정훈(2022), “청년층의 변심? 2017년과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념적, 정책적 성향과 투표 행태의 비교“, 『EAI 워킹페이퍼』, 동아시아연구원


[모두를위한정치] 연속포럼 4차 : 민주주의의 걸림돌은 무엇인가? – 기독교윤리실천운동 (cem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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