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야기

by 레푸스


나는 오늘, GPT에게 휠체어와 인공호흡기를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지브리의 숨결을 입힌 그림 속에서, 작은 방은 고흐의 방처럼 변했다.
현실보다 과장된 십자고상과 성모상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내 병상 머리맡에도 그런 성물들이 함께하고 있으니까.


태아를 위한 수제 기도로 세상을 처음 맞이한 조카, 윤슬.
나는 그 아이에게 ‘베로니카’라는 세례명을 선물했다.
유아세례까지 함께했지만, 병약한 나는 대부가 되어줄 수 없었다.
올해 9월, 드디어 나의 견진성사가 다가온다.
부주임 신부님은 성령께서 이미 내 대부를 정해주셨다며 웃으셨다.
(사실, 신부님 마음속에 대부님은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하다.)


어릴 적, 초등학생이던 나에게 세례를 주었던,
호방하고, 동그랗게 머리카락이 빠진 새 신부님.
그분을 떠올리면 오늘처럼 초록초록 싹트는 봄빛이 함께 떠오른다.


나는, 아무래도 고흐에게 미쳐버린 것 같다.
미술치료도, 큐비즘도, 실패하고 넘어지던 내 삶도—
모든 것이 결국 고흐에게로 이어진다.
그와 만나는 것은, 내게 셀프 치유였다.
유치원 시절, 미술 학원 병설 유치원을 다녔다.
인생이란, 어쩌면 큐비즘처럼 조각난 그림 조각 같았다.

송파구 구민 시절, 복지관 누나를 따라
구필화가 아저씨의 작은 집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아직 걸을 수 있었다.
미술은… 나에게 있어 아름답고도 애증 어린,
운명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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