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달살이 - 1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하는 삶과 현실의 간극은 슬프도록 명확했고, 의미 없는 반복 속에서 나는 점점 '하루를 떼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책을 보다가 깨달았다. 지금 내가 일하는 시간이 내 인생과 바꾸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의미없는 시간들로 나의 인생을 때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내 인생은 이 월급보다는 가치있을 것이다. 그래서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기로 했다.
그 즈음 3년 전 내가 블로그에 쓴 글을 우연히 다시 보게 됐다. 그 안에는 나라는 사람의 소개와 함께 향후 5년 안에 하고 싶은 일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호기롭게 써내려간 좋은 집, 드림카, 독립하기, 창업하기 등...이루지 못한 것들과 나도 모르게 실현한 것들 사이에 단연 눈에 띄는 한 줄이 있었다. '퇴사 후 제주도 한달살이'. 내가 당장 지바겐을 뽑을 순 없겠지만, 월1000을 벌 수는 없지만 제주도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게 나의 제주행이 결정됐다.
회사를 나가겠다고, 우선 제주도에 가겠다고 하자 대표는 나를 불러 앉혀놓고 말했다. 지금 쉬면 페이스를 잃을 거라고. 한번 포기하는 사람은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없다고. 너의 선택은 99% 잘못됐다고. 너의 주변에는 너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그의 말은 마치 송곳처럼 나를 찔렀다. 사실 나도 퇴사를 입밖으로 내기 전에 수십 번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 선택이 혹시나 회피는 아닐까 하고. 그래서 그의 말이 지독하게 아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설령 그의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모든 불안과 후회는 내가 감당할 몫이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의 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 즐겁게 행복하게, 가치있게 나의 하루, 나의 한 달을 살아내는 것.
그리고 이번 선택을 피하는 게 도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바라보는 것. 일하면서 배운 가장 중요한 기술인 '프레임'을 내 삶에 제대로 적용해보기로 한다. 나는 나의 일상을 세상이 원하는 것들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일상으로 가득 채워 나가기 위한 시작점에 서있다. 이 출발선의 이름은 제주도다.